난 가끔 엄마 아빠를 버리고 싶어 미래아이문고 7
발레리 다이르 지음, 김이정 옮김, 이혜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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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열두 살 릴리의 일기로 시작된 이야기를 반 정도 읽어갈 때까지 릴리의 부모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은 분노를 했는지 모른다. 부부끼리 휴가를 보내는 데 짐이 된다고 딸을 휴게소에 버리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처음엔 서양 사람들이라서 휴가를 부부끼리 보내기도 하나 보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휴게소에 버린 건 정말 너무 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부모가 다 있냐고? 더구나 릴리는 자신을 버린 엄마 아빠를 미워한다거나 원망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처럼 부모에 대해 냉정한 것도 이상했다. 엄마라는 존재를 하나밖에 없는 자식도 성가셔하는 모습이나 휴가나 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 쓰레기를 모아 국제 원조를 하겠다고 나서는 비열한 모습이나 어려움에 처한 이웃도 몰라보는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한결같이 철딱서니 없는 엄마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부모를 괴물에 비유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를 버리고 입양될 계획까지 세울 땐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야 내가 깜빡 속았다는 걸 알았다. 일기에 쓴 이야기는 모두 릴리의 상상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휴게소에 버린다는 것도, 버려진 아이의 생활을 즐긴다는 것도 모두 열두 살 사춘기 소녀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상상인 걸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계속 현실과 상상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헷갈리긴 했지만 사춘기 소녀의 감성으로 돌아가서 릴리를 바라보니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나도 그랬다. 그 나이 땐 세상이 다 왜곡되어 보여서 틱틱대기나 하고, 그런 나를 걱정해주는 부모까지도 바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릴리처럼 발칙하게.

우리 딸아이가 열한 살, 이제 슬슬 사춘기의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릴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엄마 아빠를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휴가 여행을 갈 때는 꼭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물어봐야겠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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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11-2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상상속에서라도 님들은 버림받지 않으실겁니다..
전 책을 읽을때 정보가 전혀 없을때 더 편하게 읽는것 같더라구요..물론 리뷰쓸때도 그렇구요..

소나무집 2008-12-02 14:50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별로로 생각하는 걸요.
정보 없는 게 훨~씬 편하게 읽힌다는 말에 저도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