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많은 책을 도대체 누가 다 읽는 걸까?' 하는 것이다. 간혹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할 듯 보이는 두껍고 따분한 제목의 책을 만날라치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책들을 우연히 볼라치면 서가에서 꺼내어 휘리릭 책장만 넘겨 보고는 다시 그 자리에 꽂아 두곤 한다. 빌리지는 않지만 쌓인 먼지라도 털어낼 요량으로 말이다. 그렇게 눈인사만 주고받던 책들이 어쩌다 대출이라도 되어 책이 놓였던 자리의 빈 공간을 발견하는 날이면 책을 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진다. 책의 진가를 발견한 누군가에 의해 책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쁜 것이다.

 

웹서핑을 하다가도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할 듯한 기사의 아래쪽에 누군가가 남겨 놓은 짧은 댓글을 보노라면 읽고 있는 내가 괜히 고마운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쓰임대로 쓰일 수 있을 때 기쁘지 않겠는가.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 글이든, 누군가가 몇 년 혹은 평생을 바쳐 완성하였을 한 권의 책이든, 완전한 형태로 세상에 던져지기까지 분명 누군가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었을 테고 그것을 알아주는 다른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이 1월 24일이라는 사실을 지하철 광고를 통해 알았다. 아이돌 가수도 아닌 정치인의 생일 축하 광고를 지하철의 영상 광고로 보게 될 줄이야!!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이 정도로 높아졌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날 만큼 벅차올랐다. 광고 제작에 쓰였을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돈을 떠나서 그게 고마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시샘하는 누군가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정치인이든 누구든 누군가의 진심을 알아주고 그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그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던 대한민국의 정치가 이제야 비로소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컷의 광고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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