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블로거들이 한 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은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함으로써 얻는 기쁨이나 충만함은 시간의 손실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도 벅찬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시간이 흐르면서 또는 횟수가 반복되면서 차츰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급기야 글을 쓰는 데서 오는 기쁨과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비교하기에 이르는 시기가 온다. 말하자면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않고 오롯이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마침내 제로 상태가 되었거나 이미 마이너스 상태가 된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소재의 빈곤에 있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블로그의 방향을 결정하기는 하지만 방향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무한정의 소재가 제공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분야의 글만 집중적으로 올리면 글을 쓰는 자신도 재미가 없거니와 글을 읽는 다른 네티즌들의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책을 읽고 간단한 메모 겸 감상평을 올리자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어낸다는 것도 어렵지만 책을 읽은 후에도 매번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하나 하는 고민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면 글을 쓰는 데서 오는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블로그를 유지한다는 게 하나의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

 

다른 고민도 있다. 이건 물론 블로그를 유지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길을 걷거나 잠시 산책을 하다가 머릿속에 우연히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다음에는 이러이러한 글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글로 옮기게 되면 글의 주제나 구성이 처음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쓰면 될 게 아니냐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미세먼지로 바깥 공기가 워낙 안 좋아 이러고 있다. 발표를 보니 우리나라의 공기질(Air Quality) 수준이 전 세계 180개국 중 173위라고 한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으로 이는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라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처음에 생각했던 간결하고 명쾌한 글을 쓰지 못하고 두서없는 글을 쓰고 말았다. 늘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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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온라인 유목민이 된 이유를 이 글에서 알게 되네요 ㅜㅜ

꼼쥐 2017-12-24 17:04   좋아요 0 | URL
블로그를 유지하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죠. 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