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숲은 고요했다. 어둠 속으로 농밀한 침묵이 무겁게 스며든 듯했다. 침묵을 깨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나의 발자국 소리에 놀란 꿩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어제의 아침과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어제 새벽에는 제법 거센 돌풍이 불었고 바람결에 빗방울이 실려왔었다. 바람의 힘이 어찌나 드세던지 다 떨어지고 몇 톨 남지도 않은 도토리가 참나무 우듬지에서 후두둑 떨어졌고, 떨어진 도토리가 이따금 등산로를 걷는 나의 등과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었다.

 

북한의 도발과 트럼프의 막말 등 한반도 위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인지라 나도 모르게 뉴스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뉴스를 시청할 때마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잠시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졌던 지난 정권의 온갖 미치광이짓에 울화가 치밀곤 한다. 국민들의 복지와 나라의 안보에 쓰였어야 마땅한 세금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유지에 버젓이 쓰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죄악을 덮고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국가 기관을 총동원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들의 범죄행위는 캐도 캐도 새로운 것이 끝도 없이 나온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 나라가 망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지난 군사정권의 시기에는 민간인 사찰이나 고문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치더라도 비밀이라곤 존재하지 않을 듯한 21세기에 그들이 벌인 범죄행위는 너무도 대담한 게 아니던가. 미친 놈들로 가득했던 지난 정권의 권력 실세들이 벌인 온갖 불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잘 건사한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대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자들을 통치자로 뽑은 국민들을 아둔하다고 해야 할까?

 

2013년 2월 퇴임을 일주일 앞두었던 그가 남긴 퇴임 소회는"5년간 행복하게 일했습니다."였다. 혈세를 낭비하고 권력승계를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통치권자의 퇴임사로 적절했던 말이었던가. 그는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그로 인해 불행했던 다수의 국민들은 어떤 말로 위로하려 했을까? 그는 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을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을지라도 통치 기간 동안 자신이 저지른 온갖 부정과 탈법이 덮어질 수만 있다면 지옥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그가 누렸던 행복은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자신의 행복이 단죄의 칼날이 되어 그를 향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게 세상 이치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던 오늘, 계절은 시나브로 겨울을 향해 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봄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듯 그들의 과오를 낱낱이 밝혀 엄히 처벌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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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12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국비판글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예요??
왠지 현실이 더 서글퍼진다ㅠㅠ

꼼쥐 2017-10-18 18: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잘해나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mb의 숨겨진 재산도 낱낱이 밝혀질지는 모르지만...

2017-10-1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8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