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물끄물하던 하늘에선 결국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서 전에 없던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스산한 날씨였다. 추석연휴 이틀째를 맞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평온했다. 달라진 생활패턴에 벌써 익숙해지기라도 하였다는 듯.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최고의 권좌에까지 올랐던 전직 대통령은 이제 사면초가에 몰린 듯하다.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용서치 않았던 그이지만 재임 시절 그는 탄핵은커녕 퇴임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온갖 혜택을 모두 누려왔다. 군인 신분도 아닌 그가 일행을 대동한 채 기무사에서 테니스를 치고,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 10일부터 8월까지 53회의 경호활동을 지원 받았고,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듯 재임 시절에도 하지 않던 애국자 코스프레의 대국민 추석 인사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열의를 보였던 그이기에 퇴임 이후 그는 매 끼니 챙겨 먹어야 하는 자신의 밥값이 혹여라도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듯하다. 불법적인 기무사 테니스 사건도 그런 연장선에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곧 자신이 그토록 소원하던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80세를 향해 가는 그의 나이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기에.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읽었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제는 지상파 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도 전국 시청률 10.4%를 기록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해외자원개발 투자 손실이 27조, 4대강 사업 비용 22조 등 그는 국부를 증진시키기는커녕 있는 국고마저 거덜내려는 듯 하는 짓마다 마이너스의 손이었는데 퇴임 이후 그는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책의 매출 증진이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 제고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평생 무료급식을 받기 전에 그거라도 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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