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빗줄기에 더위는 제법 멀어진 느낌입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죽을 것 같던 더위가 마치 까마득한 과거의 기억인 양 아득하기만 하니 사람만큼 간사한 종(種)도 다시 또 없을 듯싶습니다. 흩어지는 빗방울들 사이로 끝내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올망졸망한 상념들이 나타났다 스러지곤 합니다.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보았습니다. 가을은 아직 멀었는가, 하릴없는 질문 한 방울이 잔 속으로 떨어집니다. 오지도 않은 가을에 나는 벌써 다가올 겨울 추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잠시도 현재에 머물지 못하는 듯합니다. 떠나지 않는 걱정은 언제나 묵직한 지병처럼 어깨를 짓누릅니다.

 

오늘은 광복절. 과거의 어느 한때는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에 맞춰 태극기를 단 폭주족들이 도심의 밤거리를 장악하곤 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광복절 기념식이나 대통령의 기념연설보다 더 크게 보도되곤 했었지요. 그리하여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으레 폭주족을 차단하기 위한 교통 경찰의 대비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는 떼를 지어 도심의 밤거리를 활보하던 폭주족의 무리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졌나 봅니다.

 

한반도의 안보가 위중한 요즘, 북한과의 연락 채널을 모두 끊었던 전 정권의 어이없는 행태가 작금의 사태를 불러온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지금 두 손 두 발이 묶인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정치는 일개 감정풀이가 아님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저급한 기분풀이여서도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현 정부와 대통령이 냉철한 이성으로 현 시국을 잘 풀어가리라 간절히 기대하게 됩니다.

 

여름 휴가와 휴일 등으로 여유로운 시간이 비교적 많았었는데 의외로 책을 읽은 시간은 형편없이 줄었습니다. 게으름만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더위를 핑계삼아서 말이지요.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 어쩌면 나는 '일일부독서'의 핑계를 더위에서 비로 전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장마가 지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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