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군복무를 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공관병이라는 직책은 생소하기만 할 텐데 말이다.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이 공관병에게 갑질을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 언론의 힘이 무섭구나, 싶다.
내가 군생활을 했던 과거에는 공관병이나 당번병, 1호차 운전병 등을 주로 '따까리'라고 불렀다. 일종의 비서인 셈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병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머리도 기르고 사복을 입고 생활했으니까 말이다. 다른 것보다도 훈련이나 야간 보초를 서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격이랄까.
뉴스에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이 했던 짓은 로마시대의 노예를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게 어제 오늘의 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과거에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알려지게 된 것일까? 서열과 위계를 중시하는 이전 보수당(새누리당이나 자유당 등) 정권 시절에는 만약 일개 사병이 이런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고 하더라도 장성이 처벌받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사병이 영창에 보내질 확률이 훨씬 높았으리라. 그런 위험성을 뻔히 알고 있는데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고 만용을 부릴 사람은 없었을 줄로 안다.
뉴스 보도를 보면서 '아, 세상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둘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지금은 숨죽이고 있다가 때가 되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드는 게 기득권을 누려본 사람들의 행태이니까. 가장 무서운 적폐는 지금 알려진 현실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래일지도 모른다. 정의를 세운다는 건 일회성의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