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견된 뻔한 일들도 우리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만 오늘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듯합니다. 오히려 우려 섞인 예측 결과가 강화된 느낌입니다.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한 대통령 탄핵안 투표에서 찬성 234표로 가결이 확정되었으니 말입니다. 200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아 혹시라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던 많은 국민들은 가결 소식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속내야 어찌되었든 탄핵안 가결로 인하여 당장의 혼란 상황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저 또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음에도 막상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와 땅 땅 땅 세 번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마치 꿈결인 양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국가의 명운을 가름하는 중요한 결정이 전적으로 국민들의 의사에 준하여 이루어진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제 기억으로는 없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콧대 높은 정치인들이 허리를 숙이고 국민들의 눈치를 살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 의한 결과물이 오늘 우리가 본 탄핵안 가결로서 확정된 것입니다.

 

시원섭섭하다는 게 지금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건 단순히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안보와 지역성을 빌미로 온갖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을 일삼았던 새누리당 보수정권의 몰락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실체와 민낯을 확인하는 데 우리 국민은 근 70년의 세월을 허비했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똑똑히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구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주일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손을 놓은 채 탄핵 결과만 기다렸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그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탄핵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잘못되었던 대한민국 70년 민주주의에 대한 탄핵이며 몇몇 기득권 세력에 대한 탄핵이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국민들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오늘,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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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2-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9 년간 안할 수도 있었을 고생을 하였다 생각하고 분개하였는데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70 년을 허비한 셈이군요.

꼼쥐 2016-12-10 15:47   좋아요 0 | URL
사실 야당 대통령 있었지만 그때도 역시 권력의 핵심은 언제나 새누리당의 몫이었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을 비하하는 건 다반사고 숫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도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