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뜯기 공부법 - 0.1퍼센트 공부 고수들의 비밀
자오저우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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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을 따져서 책을 읽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제 욕심을 채우기 책까지 가려 읽는다는 게 왠지 미안한 것이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 돈 주고 산 책 한 페이지만 읽고 내던지든, 꾸역꾸역 끝까지 읽든, 또는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든 남들이 간섭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괜스레 미안해지곤 한다.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게 된다.

 

독서에 대한 나의 이러한 성향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만약 <책뜯기 공부법>이 청소년기의 학생들을 위해 씌어진 책이었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자오저우가 밝히고 있듯이 '책뜯기 공부법'의 이론적 배경은 말콤 노울즈의 성인 교육학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성인들을 위한 독서 지침서쯤 되겠다. 굳이 학창시절의 독서와 성년기의 독서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시점에서, 또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독서 취향을 조금쯤 바꾸게 마련이다. 변화의 계기가 되는 것은 대개 어떤 필요성이나 효율성에 근거하는 게 사실이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독서와는 영영 담을 쌓는 경우도 허다하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식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책뜯기 공부법'은 책 속의 내용을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읽은 내용을 하나하나 자신의 경험에 결부시켜 봄으로써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는 체화된 지식을 현실 속에서 활용하자는 데 목표를 두는 공부법이다. 책의 구성은 책 한 권 읽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자문'(part 1)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책을 '모색'(part 2)하고 구체적인 '방안'(part 3)을 찾아 ‘학습(part 4)’하고 ‘실천(part 5)하는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책뜯기 공부법은 학습자들이 확장식 사고의 습관에서 탈피해 재구성식 사고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더 창의적이고 폭넓게 활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당신을 이끌 것이다." (p.146)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지식을 단순히 지식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지식을 통하여 실천과 변화의 단계로 이끄는 데 있다. 예컨대 시간이 빠듯한 영업사원이 언제 다 읽을지 기약없는 마케팅 이론서를 일 년이고 십 년이고 꾸역꾸역 읽을 게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읽거나 그 부분에 대하여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현실에서의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결국 독서 시간과 노력은 절감하는 반면 효과는 높이자는 것인데 그러자면 독서 모임이 효과적일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에서 조직관리 등을 담당했던 저자도 직원들과의 토론회를 통하여 그 효과를 실험 한 바 있다고 쓰고 있다.

 

"책뜯기 리더는 책 속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해석한 후에 학습자들에게 자기 경험을 발표하도록 유도한다. 학습자는 책 속의 지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켜 사례를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에 대한 체험과 자기 경험에 대한 사색이 이루어진다." (p.55)

 

그러나 '책뜯기 공부법'이 성인들에게 유익한 독서법인지는 몰라도 관건은 단발성이 아닌, 꾸준한 독서 습관을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조금 의문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독서모임을 통한 반강제적인 통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면 좀체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익함과 효율성은 어느 정도의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과연 지속적으로 그들을 자극할 수 있을지... 모든 사람들이 다독을 권장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법을 따라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의 향학열은 웬만한 사람은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 없으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나는 주변에서 갑자기 책읽기를 시작했다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제 풀에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들이 읽는 책들은 대개 자기계발서나 어려운 인문서가 주였다. 나는 요즘 그런 사람과 만날 때면 쯧쯧 속으로 혀를 차곤 한다. 아무리 유익한 독서법도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왜 모를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아무리 좋은 독서법도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자면 재미와 효율성을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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