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힘 -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가 전하는 궁극의 학습법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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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속에서 볏짚 타는 냄새가 날 때가 있습니다.  산다는 건 결국 시간의 불꽃이 태우고 간 세월의 재를 끌어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횃불처럼 활활 타오를 때도 있을 터이고, 화롯불처럼 은근히 타오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의 질료를 무엇으로 태우느냐에 따라 타고 남은 재의 빛깔과 향기는 천차만별이겠지요.  때로는 회색빛 고운 재가 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채 불타지 못한 시간이 그을음처럼 남아 가슴에 깊은 후회와 자책의 응어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조금 쓸쓸해지는군요.  순간 순간을 꿈인 양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몰입>으로 유명한 황농문 교수의 <공부하는 힘>을 읽었습니다.  요즘 들어 사는 게 재미없고, 무엇엔가 열정적으로 매달릴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어제 만났던 친구는 그러더군요.  연애를 해보라고.  그러나 그게 가당키나 합니까.  결혼을 한 사람이 연애라니요.  언감생심이지요.  아무튼 <공부하는 힘>은 꽤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의 추억도 떠올랐구요.

 

얼핏 제목만 들으면 이 책은 공부의 요령이 절실한 수험생이나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능동적으로 집중하고 몰입함으로써 해결책을 찾는 동시에 삶의 무게에 눌려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의 나처럼 말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저는 강원도의 한 암자에서 그곳에 계시던 스님으로부터 참선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제대로 배웠다고는 감히 말할 수조차 없지만 아무튼 저는 그때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스님의 말씀에 혹해서 딴에는 꽤나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보는 결가부좌의 불편한 자세로 하루 10시간씩 꼬박 3일을 앉아 있었던 적도 있으니까요.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스님은 농담 삼아 '전생에 스님이 아니었냐' 묻기까지 했습니다.  비록 저는 화두선의 최고봉인 삼매(三昧)에 이른 적도 없고, 단순히 공부에 도움이 되려니 하는 욕심에 열심이었던 것이지만 그때의 경험은 공부뿐만 아니라 세상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몰입은 제가 그 시절에 경험했던 수도자의 방법론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저와 같은 일반인이 감히 따라할 수조차 없는 고난도의 몰입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대인에게 있어 몰입의 중요성과, 몰입에 이르는 기본적인 방법과 수험생에게 필요한 몰입을 이용한 공부 방법 및 몰입을 이용한 공부의 성공 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고민하는 어떤 문제에 의식을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여러 상념들을 잊을 수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참선을 배우면서도 그러했습니다.  저는 그때 저 자신이 하루에 그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의 생각에 의식을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결코 알 수 없었던 경험이었지요.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니 그 시절의 제가 새삼 그리워집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문제들, 그것이 비단 공부뿐이겠습니까.  조금 더 나이가 든 분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보라'고.  '더 큰 문제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그런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한 번뿐인 인생을 그런 문제들에 수동적으로 휘둘리면서 허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구태의연한 말은 이제 더 이상 감동도 없다구요?

 

제 경험으로는 어떤 하나의 문제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면 나를 둘러싼 다른 여러 문제들을 한시적으로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그 문제로 인하여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던 것 같았구요.  오히려 해결책을 찾는 그 시간이 즐거웠던 듯도 합니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말이죠.  그렇게 나를 잊고, 산재한 여러 문제들을 잊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 듯 보입니다.  즐기면서 말이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것입니다.  참고로 저자가 말하는 '수험생을 위한 하루 15시간 공부 비법'을 요약하여 올립니다. 

         

1. 수면이 부족해서는 안된다.

2. 매일 규칙적으로 30분간 운동한다.

3. 온몸에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슬로우 싱킹'방식으로 공부한다.

4. 두뇌 가동률을 최대로 올려야 한다.

5. 과목은 수시로 바꾸지 말고 한 과목을 충분히 오래 공부한다

6. 암기보다는 이해와 사고 위주의 학습을 한다.

7. 자투리 시간에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8. 선택과 집중을 한다.

9. 반복 학습을 한다.

10. 공부에 대한 최대 구동력이 만들어지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수시로 한다.

 

이렇게 요약하고 보니 여타의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러나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위에서 요약한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나 커다란 권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순간 순간을 그저 즐기면서 살 뿐이죠.  이 책은 그 길로 가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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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17:18   좋아요 0 | URL
그저그런책이아닐까하여 아직 펼쳐보지못했는데 이글읽고 황농문선생책을 일독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해요 ~

꼼쥐 2014-05-06 17:31   좋아요 0 | URL
학생들이 하는 공부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