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했던 언어는 봄볕을 받아 푸르게 부푼다. 봉긋봉긋 꽃이 부풀듯이. 그리고 나날이 짙어지는 초록물이 드는 것처럼. 나는 아이의 은근했던 말을 기억한다. 원시의 언어처럼 낯설었던, 그래서 문명에 찌든 나와 주변 사람들이 미처 말이 되지 못한 너의 소리와 그 소리에 어울리는 행동과 진지했던 너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이따금 아주 짧은 시간 간직했던 너의 순수의 언어를 그리워한다.

 

어제저녁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들의 어릴 적 모습이 문득 그리웠다. 이제 막 옹알이를 하던 모습도,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던 그 순간도, 간단한 말을 배운 후 모든 게 궁금했던 너의 초롱한 눈망울도... 중간고사를 일주일여 남겨둔 아들은 시험공부로 바쁘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첫 번째 맞는 시험. 불안한 기색은 없었지만 목소리에서는 전에 없던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세월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영혼을 키우는 게 우리네 삶일 테지만 누군가의 성장은 영원히 멈추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비가 예보된 하늘은 끄물끄물 어둡고 어제오늘 높았던 기온 탓인지 장마철처럼 후텁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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