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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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동사라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한'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한다. '해야'한다.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행복도 마음먹고 몸을 일으켜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듯, 자꾸 해볼수록 잘하게 된다. 반복하고 연습해서 몸에 배면 연습을 안 한 이들보다 훨씬 쉽게, 별 힘 안 들이고도 행복'할' 수 있게 된다." (p.46)

 

그럴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 행복인들 다를까. 여러 번 행복해 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익숙하겠지. 그래서 누군가가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횟수에 비례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불행 역시 여러 번 불행했던 사람이 처음 불행해 본 사람보다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어쩌면 작은 불행쯤이야 오히려 편안할지도 모르잖아.

 

곽세라 작가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전보다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 작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길 위의 현자들이 들려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마치 동화와 같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던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도 되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도 되지 않았을까.

 

"나는 당신이 밤에 홀로 깨어 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바쳐진 시간들이 아파서 뒤척이는 사람이길 바란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산노루 같은 심장을 가졌길 바란다. 내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고, 당신은 이런 글을 읽고 있다." (p.204 '에필로그' 중에서)

 

작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책 속의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천리 앞을 내다보는 장님 해리,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 별을 이야기하는 소년 야란. 그들로부터 '나'는 진심 어린 충고를 듣기도 하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깊이 사랑받아보고, 행복의 힘으로 아주 먼 곳까지 가보고, 두려움 없이 쭉 뻗어본 이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 아니, 다음 순간 마음을 바꿨다. 나부터 노련한 행복의 가이드가 된 뒤에 사랑을 꿈꾸기로. 이제부턴 아주 튼튼한 밑창을 댄 신발을 신고 여행하는 사람이 되기로. 멋지고 편안한 신발이 생기면 냉큼 내가 먼저 신고 축제의 거리를 향해 달려나가기로." (p.52~p.53)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는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은 일들, 아무리 외로워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 차라리 굶을지언정 내 몸에 들여서는 안 되는 경험들의 목록 말이다. 방학숙제처럼 괴롭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게 아니라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는 어디로도 못 간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이 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라고도 한다. 하지만 먼저 당신이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p.172)

 

나는 매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들의 표정은 어느새 봄과 닮아 있다. 그들의 몸에서는 이따금 비릿맵싸한  싸리꽃 냄새가 나기도 하고, 달콤황홀한 라일락 냄새가 나기도 하고, 시큼텁텁한 철쭉꽃 냄새가 나기도 한다. 달포쯤 후에 어쩌면 녹음 무성한 길을 싱그러운 풋내를 풍기며 나타날지도 모른다. 곽세라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으면 소나무 울창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멀리서 산새가 울고 솔향 그윽한 호젓한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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