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시답잖고 너저분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요약하거나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분명한 어조로 정확히 전달해 줄 자신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얘기를 주로 말한다. 어디서 주워 들었거나 먼발치에서 우연히 보았던, 그런 이야기들.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들이 나의 시답잖은 일상에 더해지다 보니 일상은 더욱더 시답잖아지고, 더 시답잖아진 이야기들이 또다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전해진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언젠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또다시 내게도 전해지고 그렇잖아도 시답잖았던 나의 일상은 더더욱 시답잖게 변해간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 주로 하는 방식이지만 이렇듯 시답잖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이 있다면 가짜 뉴스여도 좋으니 분노와 악담을 마구 쏟아내는 일이다. 예컨대 강원도에 있었던 대형 산불에 대해서도 자유당의 민경욱 의원은 "대형 산불 발생 4시간 후에야 총력 대응 긴급 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 주어는 있다."는 글을 공유했다가 네티즌의 물매를 맞고 삭제하는가 하면 같은 당의 김형남 의원은 "문재인 정권 속초·고성 산불이 속초 시내까지 번져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정말 이 정부의 재앙의 끝은 어디냐"고 비난했다. 박근혜 정권의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의원은 세월호 사건을 브리핑하면서도 활짝 웃었던 인간이기도 하다. 타인의 불행에 공감할 수 없는, 말하자면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인간들.

 

자신의 시답잖고 너저분한 일상을 가리기 위해 잘 하고 있는 타인을 향해 비난과 악담을 쏟아낸다는 건 의도만 불손한 게 아니라 자신의 찌질한 인성마저 온 세상에 선전하는 일이다. 시답잖은 일상에 자신의 찌질한 인성마저 덧입히는 스킬. 이보다 더 찌질할 수는 없다는 이언주 의원의 비난은 바른당 손학규 대표에게 할 것이 아니라 자유당 의원들에게 할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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