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이직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만 하더라도 '한 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취업이 마치 해병대에 입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시절에 취직을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퇴사도, 이직도 불가능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러나 지금보다는 이직률이 훨씬 낮았던 까닭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정년퇴직을 하면 남은 생을 피자집이나 치킨집을 하다가 마감할 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그게 어쩌면 당연한 코스인 것처럼.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직장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 갑자기 연 자신의 가게를 수월하게 운영할 리도 만무하고 그러다 보니 어렵게 어렵게 몇 년을 버티다가 제 풀에 지쳐 나동그라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돈과 시간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채... 그런 경험을 한 번 겪어본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자영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게 자영일지도 모른다.

 

후루야 사토시의 <장사는 돈 관리다>는 장사라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킬 만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연봉 8,000만 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저자가 돌연 퇴사, 한 달간 꽃 가꾸기를 배워 꽃집을 개업했으나 가게에는 파리만 날렸고 돌파구로 삼았던 게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올랐지만 늘 은행 대출금으로 겨우겨우 유지를 하던 저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계사에게 매달렸고 '한계이익' 원리를 배운 끝에 그는 결국 V자 회복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책이지만 가게를 열고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책이 아닐까 싶다.

 

"처음 꽃집을 시작했을 때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만 거래했습니다. 매출이 100만 원 있으면 금고에도 100만 원의 현금이 있었죠. 그래서 갑자기 50만 원짜리 청구서가 날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카드 결제를 도입하자,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대금은 다음 달에야 들어왔습니다." (p.20)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자영업자에 대해 직장인들은 대개 막연한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신분을 바꾸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직장 생활로 받은 퇴직금에 약간의 대출금을 합쳐 가게를 여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열에 일곱여덟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는다. 투자금 전액과 무위로 돌아간 시간을 혹독한 수업료로 지불하면서. 이 책의 저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 다른 게 있었다면 관리회계와 '한계이익'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늦지 않게 터득했다는 점이다.

 

"네, 총수익(매출 총이익)은 이른바 일반 안경으로 보이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한계이익이라는 마법의 안경이 있으면 본질적인 이익이 보여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돈 버는 숫자가 보이는 안경이죠." (p.77)

 

책의 내용은 저자가 밟은 전철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전개된다. "~~천재가 된 홍대리" 시리즈처럼 술술 읽힌다. '돈 관리', '회계'라는 단어에 숫자 알레르기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한계이익'은 사실 말만 거창할 뿐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누구나 계산할 수 있다. '한계이익'을 계산함으로써 몇 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지, 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할지, 예상 이익과 예상 매출액은 얼마가 될지 등 다양한 추정치를 도출할 수 있다.

 

"숫자에는 감정이 없습니다. 숫자는 단지 결과를 나타내는 기호일 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야말로 가치를 가져야 하고 숫자에 마음을 싣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익을 좇는 것은 확실히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는 존속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책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p.230)

 

자영업자의 비율로 보아도 그렇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미국 6.3%, 캐나다 8.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영국 15.4%, 이태리 23.2%, 한국 25.4%로 다른 나이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폐업률 또한 높아서 대한민국은 자영업자의 천국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무덤인 셈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그로 인한 노인 빈곤층으로의 전락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의 행복과 노후의 안정을 위해서는 북유럽처럼 고부담, 고복지가 바람직하겠지만 세금 인상에는 절대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인 마당에 그마저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이다. 스스로 공부하여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 말하자면 각자도생이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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