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견뎌야 할 것을 묵묵히 견디다 보면 이따금 선물처럼 주어지는 게 남들이 흔히 말하는 행복일 테지만 더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는 그 몇 번의 행복을 위해 전 인생을 건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지 않을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 제 밥벌이를 위해서 하루를 겨우 견디는 것일 뿐, 고상하거나 우아한 일은 오직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알 만한 나이가 되고 말았어, 너나 나나.

 

하루가 오싹한 추위와 함께 저물어가고 있어. 이처럼 오래된 습관들에 젖어들다 보면 선(善)과 악(惡), 중(重)과 경(輕)의 구분이 모호해지곤 하지. 무엇이 아깝고 그렇지 않다거나 아름답거나 추한 것에 대한 구분도 말이지. 갓 태어난 아이의 눈에 비친 하루는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겠어. 이 세상은 마치 천국과 같았을 거야. 그러나 수십 년을 한결같이 하루하루를 푼돈처럼 쓰다 보니 소중하다거나 아깝다는 생각이 더는 들지 않아.

 

방송인 허윤희의 산문집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을 읽고 있어. CBS 라디오 <꿈과 음악 사이에>를 12년째 진행하고 있다네. 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말이야. 이따금 그리울 때가 있지만 워낙 볼 게 많은 세상에서 무언가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듯해. 날이 갈수록 사는 게 더 팍팍하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도 나만의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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