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경영 - 한국을 깬 골프장, 스카이72 이야기
황인선.SKY72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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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책임하에 장시간 돌보는 게 아니라면 순수한 아이들과 노는 일은 더없이 즐겁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뿐 자의적으로 평가하려 들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개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상대방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내리는 까닭에 설령 기분이 나쁠지라도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상대방을 향해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여 인간관계에서 즐거움을 찾기는커녕 신물이 나기 일쑤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곧이곧대로 말을 하는 까닭에 불같이 화를 낼 만한 말을 들어도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이다. 순수한 아이들과 한바탕 놀고 나면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버리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니 아이들을 좋아할 밖에.

 

일상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유흥을 즐기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한참을 거닐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이런 일련의 행위들 중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골프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나 삶의 유희를 찾기 위한 목적이라면 골프는 상당히 유용한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휘슬링락 골프장처럼 권력자에게 줄을 대기 위한 접대 골프가 아니라면 말이다.

 

최근에 출간한 <동심 경영>은 영종도 인천공항 근처의 72홀 대형 골프장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72)를 모델로 한 책이다. 칼럼니스트 황인선이 쓴 책으로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필력 덕분인지 책을 읽는 독자는 시종일관 유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럼 스카이72를 만나보세요. 인생이나 사업에서 분명히 영감을 받을 겁니다. 간혹 웃음이 터지고 감탄과 감동, 공감의 철학도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골프장 이야기가 아닙니다. 골프장 이야기만 쓰려면 25년 경력의 마케터이면서 스토리텔러인 필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이 책은 한국의 고정관념을 깬, 한국의 위대한 혁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p.24 '서문' 중에서)

 

스카이72의 경영 모토이기도 한 '동심'은 유머와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임·직원뿐만 아니라 고객을 유쾌하게 하는 것으로 이 같은 경영 기법으로 최고의 명문 골프장이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책에서 다루고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저자의 취지에 당연히 공감하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골프가 하나의 스포츠이자 삶의 유희라는 걸 감안할 때 단순히 놀이로서의 골프에 소소한 재미를 더할 수만 있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분은 지금보다 잘 놀아야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놀이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앞서 한국엔 유머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었습니다. "유머는 유아기의 놀이적 마음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어른들의 해방감"이라고 한 프로이트의 말을 생각해보십시오. 유머가 유아기 놀이적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어른들의 해방감이라는데, 그렇다면 어른들의 해방을 위해 놀이는 유머만큼이나 중요한 겁니다." (p.148)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결국 인간관계로 시작된다. 독서나 음악 감상처럼 혼자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우리가 하는 놀이나 스포츠 또한 인간관계의 연장에 불과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재미를 발견하고 규칙이나 깨달음을 얻는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란 없다. 물론 자신의 뜻에 맞지 않아 토라지기도 하고 이따금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다시 만날 때는 모든 걸 잊고 '하하' 웃는다. 어른들의 놀이에도 재미와 동심이 곁들여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스카이72의 성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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