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작가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첫 작품이 문단 안팎으로 크게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독자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고, 어떤 작가는 십수 년째 작품을 쓰고는 있지만 그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첫 작품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대개 야심 차게 준비한 두 번째 작품부터 문단의 주목은커녕 독자들에게조차 매몰찬 외면을 받음으로써 이후 영영 잊힌 작가로 남겨지곤 한다. 반면에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긴 시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던 작가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관심을 끄는 한 작품으로 인해 이전 작품까지 덩달아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첫 작품부터 주목을 받아 쓰는 작품마다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더없이 행복한 작가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최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은 사실 오랜 시간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12주간의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처음에는 책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독립출판물로 소개됐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단행본으로 세상에 나온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SNS가 크게 한몫을 했으리라는 건 능히 짐작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대규모 행사와 함께 대형 출판사에서 공을 들여 내놓은 작품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출판 시장에서 단지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이다. 작가에게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고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게 있어 한 작품이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다음 작품을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신인가수나 갓 등단한 작가의 1집 혹은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차기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두고 '서퍼모어 징크스'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루키들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지만. 작가에게 있어 '서퍼모어 징크스'는 아마도 부담감보다는 조급함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첫 작품에 큰 성공을 거둔 작가가 우쭐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쓴다는 건 어느 정도 숙성의 시간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첫 작품에서 성공을 거둔 작가는 다른 작가보다 더욱더 긴 시간 동안 침묵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작가 본인을 위해서, 또는 작가의 재능을 사랑하는 독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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