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기척도 없이 계절이 오고 또 간다. 도시에서 맞는 계절의 순환은 늘 그런 식이다. 덥다 싶으면 니도 모르게 차량 에어컨을 틀게 되고, 춥다 싶으면 히터를 틀기도 하고,우루루 떼를 지어 꽃놀이를 가기도 하고, 단풍놀이를 가기도 하면서 어름어름 계절을 가늠하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봄비가 잦았다. 그 덕분에 지독한 미세먼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고, 이른 더위로부터 한 발 물러날 수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완전히 멎고 초여름 햇살이 강하게 쏟아졌다. 은사시나무의 여리고 둥근 잎들이 하늘하늘 흔들릴 때마다 투명한 햇살이 좁은 틈새를 비집고 새어 들었다.

 

오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이 있었던 날, 묘하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다. 추도식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에 비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방청석은 그에 대한 미움을 반영한 듯 그야말로 휑뎅그렁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현실에서 내가 실감했던 건 따로 있었다. 교통위반 딱지를 끊기 위해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경찰관들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교통위반 단속을 하는 게 사고의 예방 차원이 아니라 마치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한 꼼수로 비쳤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지도자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 전체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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