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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45 : < 김제동의 말>
˝너희들보다 훨씬 더 상위에 있는 종족들이에요.˝
˝남자들은 앞으로 살면서 무조건 여자 말을 듣는다 생각하면 중간은 가요.˝
˝여자들이 불쌍한 남자 좀 잘 보살펴줘요.˝
˝남자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개라고 생각하면 싸울 일이 전혀 없습니다.˝


웃자고 하는 말에 땅이 꺼져라 한숨 쉰다.
김제동의 말은 여성을 치켜세우고 남자를 비하하는 듯하지만 아 니다. 한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한 우주를 헤아리는 일이다. 친밀성(능력, 정서적 육체적 노동이 다 투여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왜 한쪽이 도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가족도 학교도 못한 ‘사람 만들기‘를 한 개인이 할 수 있을까. 왜 스스로 사람이되라고 말하지 않고 관계에의 무임승차를 권유할까.
사실 김제동의 말은 새삼스럽지 않다. 최진실을 세상에 알린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유명한 광고 대사는 며느리가 잘들어와야 집안이 잘 된다는 시어머니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남자 보살피는 것도 부족해서 집안 부흥의 책무, 일명 효도 대행까지 여자 에게 부과하는 게 일반적인 가부장제 관습이고 정서다.

* 여성학자 정희진이 말했듯이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 사회 문제에 개입하고 약자 편에서 발언하는 미더운 방송인도, 좋은 삶을 위해 공부하는 여성 자신들도 가부장체언어를 내면화하고 산다는 사실을. 내면화는 일상화라는 것을.

* ˝여성이 상위 종족˝이라는 표현은 권력의 말이다. 노동자를 산업의 역군이라 명명하고 착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여 좋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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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뒤 그녀는 한 번도 자기의 첫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도 물론 자기의 비밀을 말해본 적이 없다. 그렇잖아도 삶은 살아갈수록 커다란 환멸에 지나지 않았다. 환멸을 짐짓 감추기 위하여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말을 했지만 끝내 하지 않은 말도 있었다. 환멸은 가루처럼 몸속에 쌓이고, 하지 못한 말은 가슴속에 암세포로 굳어졌다.

환멸은 어쩔 수 없어도, 말은 언제나 하고 싶었다. 누구에겐가 마음속을모두 털어놓고 싶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마음 놓고 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다가 그런 구절이 발견되면 반가워서 밑줄을 긋기도 했고, 말보다 더 분명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자기의 입은 조개처럼 다물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끝없는 환멸 속에서 살다가 끝끝내 자기의 비밀을 간직한채 그들은 죽었다. 그들이 침묵한 만큼 역사는 가려지고 진리는 숨겨진 셈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우리는 그들의 삶을 되풀이하면서 그 감춰진 깊이를 가늠해보고, 이 세상은 한 번쯤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김광규의 시 <조개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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