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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살아남기
-2018.09.04~2018.09.05.구시로-

비가 내리는 날의 카누 체험은 여행의 더없는 경험이었지만 컨디션은 악화되는 듯했다. 시라베츠의 캠핑장 예약을 취소하고 숙박업소를 검색하여 전화예약을 시도하기를 몇차례. 차 안에서 아이들은 지쳐가고 구글과 야후 검색에서 노출되는 숙박업소는 만실이었다. 결국 시라베츠로 향하는 중 온천목욕라도 하자며 온천이라는 태그로 검색 된 야마하나온천장. 운이 좋게도 8명을 한방에 쓸어담을 수 있는 방이 하나 있다고 한다. 이로써 신의 세 번째 수를 쓰게 된것인가? 발걸음하는 여행지 곳곳마다 한포인트씩의 웃음과 행운이 있던 우리는 우리들이 가진 여행운에 안도하며 구시로에 있는 야마하나 온천에 닿자마자 온천탕에 풍덩!

구시로 자체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남쪽으로는 바다를 내다보고 있으니 휘황찬란한 상업시설은 애초 기대하지 않았더랬다. 식사도 호텔내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외국인이라곤 우리 여덟명이 전부이고 몇몇은 조용조용한 현지인뿐인 식당에서 갈아입을 여벌의 옷을 세탁기에 모조리 넣어 돌려놓고 유타카를 입고 저녁식사를 즐긴다.
“캠핑카에서 먹던 식사도 나름 좋았지만 호텔의 정식도 훌륭하네요.”
지당하신 말씀은 귓등으로 넘기고 오로지 입만이 열일을 하고 있다. 남이 해 준 밥 먹는 일이 이리 감지덕지인 일인것을 내 어머니를 여읜 후 비로소 체감하였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서는 더욱 절절이 절감했으며 며칠간의 여행에서 다시금 깨닫고 있었던 중에 남이 해준 밥이니 입은 오로지 먹고 마시는 데만 쓴다. 사케도 더할 나위없이 좋고 푹신한 이부자리는 말해 무엇하리. 게다가 오늘밤은 비바람이 불고 있다. 태풍이 오사카까지 왔다는 소식은 낮에 본 뉴스에서였다.

아이들을 재우고 비바람 몰아치는 밖을 내다보며 맥주를 들이켠다. 날씨야 어떻든 마음과 몸은 안락하다.
“이런 날씨에 캠핑장을 포기하고 온천장을 찾은 건 신의 한 수죠?”
“호텔 검색에서 보이지 않더니 이런 좋은 데를 찾다니 대단해요.”
“온천이래서 전화할까말까 했는데...”
“오빠, 갈까 말까 할때는 가고, 할까 말까 할때는 하고, 줄까 말까 할 때는 주란 말이 있어.”
“오호~!”
“그나저나 구글에 노출되는 숙소 말고 괜찮은 숙박업소가 많을텐데 말야. 아무래도 광고계약이 된 숙박업소가 대부분 포털에 검색되니 직접 현지에 와서 겪지 않은 이상 우리는 포털검색에만 의지하게 될거고, 현지의 좋은 곳을 많이 놓치겠지?”
“앞으로 현지 숙박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는 다른 방식으로 키워드를 입력하는 게 팁이네?”
간간이 텔레비전과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우리는 나름의 알쓸신잡 게스트가 되어본다.

때마침 텔레비전에서는 일본판 알쓸신잡이 방송되고 게스트로 후지야라 산야가 출연하고 있었다. [여행의 순간들]로 알게 된 작가.
“다와가 생각날 때마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라는 화살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몇 명의 심장을 관통했던 것인가?’”
관통하는 화살이 어느 이의 막힌 가슴을 뚫어 새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발판을 마련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때로 화살은 고통이 되어 한 인간의 영혼을 산산조각 냈었을지 모른단 섬뜩한 죄의식.
함께하는 여행에서 절대로 여행 동반자에게 그러한 관통하는 화살로 아픔이 되지 않으려 언행을 조심하고 조심했건만. 그건 내가 알지 못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배려하고 내 감정을 급하게 내놓지 않는 일이다. 그런 생각의 끝에 피로가 무겁게 달려 눈꺼풀이 닫혔다.

다음날 호텔 조식은 예상외로 훌륭했다. 깊은 시골의 온천장은 별 몇 개짜리란 평점과 다닥다닥 밑에 달린 칭찬리뷰호텔 검색으로 예약한 호텔의 서비스뺨을 때리고 있었다. 친구가 정말 좋다 감탄을 할 때 난 한 발 앞서 일박을 더하자 의견을 냈다. 식사 후에 바로 프론트로 달려가 당일 예약을 하고 물었다.
“가맹점 리조트인가요?”
“야마하나(산꽃) 호텔은 일본에서 딱 한 곳이에요. 도쿄와 돗토리에 이름이 같은 호텔이 있는걸로 알고 있지만 가맹점이 아니에요.”
오직 하나, 란 말은 참 매력적이고 그래서 더 매달리게 만든다. 하나뿐이므로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 오직 하나뿐이란 말에 이 호텔에 일박을 더한다는 자부심이 생겨버린 건 섣부르고 시시한 어린 감정만은 아니겠지?

허나 이 날의 예약이 우리에겐 다행 중 불행의 한 수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아니, 다르게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일 수 있으려나? 계획대로의 일정이었다면 우리는 삿포로 가까운 곳으로 달려가 있어야 했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구시로에 있었음이 더 안전할 수도 있었겠다. 복잡해진다. 신의 뜻을 알려하는 자는. 하늘의 뜻을, 어디에, 어떻게 있는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런 혼란 속에 미물인 인간은 드디어 이렇게 생각한다. 알 수 없는 하늘의 뜻의 흐름으로 살면서 일개 인간은 그저 나아갈 뿐이라고.

여행일정상 9월 5일은 구시로 습지에서 전동바이크를 타는 것이었다. 전동바이크야 드넓은 구시로습지에 지천으로 널린 줄 알고 예약따윈 생각조차 안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이로써 계획상의 스케쥴 3번째가 무효로 끝나고 대체안으로 구시로 습지를 순환하는 기차를 타려고 토로역으로 갔다. 낭패는 낭패를 부르는가? 캠핑카의 주유량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묻기위해 토로역 근처 경찰서로 내달렸다. 작은 마을의, 더 작은 경찰서에는 덩치가 큰 북해도경찰관 한명만 있었다. 마을에는 이 경찰관을 시도때도 구별없이 출동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없는지, 아니면 착한 천성덕인지 경찰관은 캠핑카 주유통도 흔들어보더니 20km 떨어진 주유소에는 못 갈거 같다며 경찰서에 비치된 휘발유 통을 가지고 나와 덜어주려 했다. 북해도 경찰관의 인심이 무안하게 캠핑카는 경유차. 우리보다 더 근심에 빠진 북해도경찰 토로지소의 경찰관.
“경찰차를 타고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와 넣어보쥬~!”

참, 인심도 좋고 오지랖도 넓으신 북해도 경찰관님이시다!! 그 덕분에 남편은 북해도 경찰차에 탑승하는 영광을 누리고 말 안 들으면 경찰이 잡아간다는 부모들의 위협을 한귀로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실제로 경찰차에 실린 아빠를 보고 모두 눈물 바람.
“우리 아빠 경찰이 잡아가는거야? 으앙~”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은 죄로 잡혀갔다 오는 거야. 그러니까 주유소가 보이면 바로바로 주유를 해야한단다. 너희들도 자기 할 일을 제때제때 해야한다.”
남편이 경유를 사러 간 사이 남은 자들은 토로역에서 출발하는 구시로습지 순환열차를 타려고 했으나 태풍으로 운행중단이란 나풀거리는 공지만 보고 뒤돌아섰다.

어제 구시로로 오면서 주유할까 묻던 친우 남편분의 의사를 저버린 남편.
“구시로 가면 주유소 있겠죠? 그때 넣죠? 형님!”
형님 말을 안 들은 동생은 그렇게 한 시간 여를 경찰차에서 보내면 북해도 경찰관과 대화를 나눴단다.
“1인 경찰인 토로 마을에서 가족과 지내면 간간이 지인들이 방문해 한잔 즐기며 식사하고 있을 때 호출이 되면 지인들이랑 같이 출동도 한데.”
어쩌면 그 경찰관, 사람이 그리운 걸 수도 있겠다. 사람이 반가운 경찰관. 사람을 징글징글하다 여기고 인간성을 회의하는 경찰관이 아니라 사람을 반가이 맞이하고 외국인의 도움요청에도 기꺼이 출동해주는 경찰관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은 너무 동화적은 소망일까? 어쨌든, 작은 마을의 넓은 아량의 북해도 경찰관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북해도 경찰의 건강을 기원하며 구시로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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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살아남기
-2018.09.03-2018.09.04. 데시카가-

“한 사람에겐 다시 같은 문학상을 주지 않는다.”란 말은 이기호 소설가가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가의 서에도 적었던 문장이다. 이 말은 인생과도 상통한다. 한 사람에게 두 번 다시 같은 인생을 주지 않는다! 사흘째 되는 날의 니지베츠캠핑장은 이틀에 걸친 캠핑의 설렘과 신선함이 옅어져선지 혹은 흐린 날씨 탓이었는지 환호가 약해졌다. 어쩌면 캠핑카에서의 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라 하여도 지금을 무감하게 흘려보낼 수 없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생의 순간이므로!!

이곳 어디든, 울창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배경음을 깔아주고 있었다. 전날 먹다 남은 고기를 구우며 빈속에 들이키는 맥주가 흐린 저녁의 바람소리를 오케스트라 반주 삼아 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심심해하는 아이들과 캠핑용 휴대 의자를 펼쳐놓고 의자뺏기 놀이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웃음소리를 드높인다. 아이들 웃음소리는 홋카이도 숲속에 이는 바람과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어른들은 환상의 하모니에 취하게 되니 사흘째 밤이 또 지나간다.

굿샤로호 호수는 엄청난 규모의 호수다. 이튿날, 데시카가마을에 자리한 스나유온천에서 아이들을 풀어놓았다. 검은모래자갈을 파면 뜨거운 온천물이 스며든다.그야말로 천연 노천 온천인 셈이다. 단조로운 해안선에 관광객이 많지 않아 노천 온천은 우리 것인 셈이다. 근교에서 생애처음 징기스칸 양고기를 먹었다. 징기스칸 요리가 몽골음식이 아니란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몽골인이 먹는 양고기를 일본인들 입맛에 맞게 퓨전한 음식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는 친우 남편분의 말. 점심 한끼에도 상식이 넓어지니 ‘알아두면 쓸데있는 잡학다식’ 여행을 우리가 몸소 실천한다.

오후 일정은 남편의 회사친구가 추천해준 카누체험이었다. 야마모토는 9월2일~ 9월5일의 일정으로 홋카이도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전날 시레토코 유람선 승선과 굿샤로호 카누체험이 간발의 차로 동선이 교차되는 지점이었는데 유람선 승선이 취소되어 크게 낙담하며 전화를 해왔었다. 다행히 이 곳 카누체험을 오전에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중이라는 야마모토의 전화를 끊고 카누 체험장으로 이동한다. “ぢぢ(지지)”란 이름의 조그만 사무실 사장님은 방금 떠난 야마모토상과 아는 사이란 말에 더 밝게 환영인사를 해준다.

그의 웃음은 진심이었다. 그걸 알 수 있던 단서들은 여러가지였다. 카누 체험 과정을 설명하는 흥분된 액션을 대비시켜주던 손수 그리고 직접 쓴 글들이 적힌 세상에 하나뿐인 카누책. 자수로 책표지를 꾸미고 배경을 색칠한 카누체험 책에 나무로 조각한 모형의 카누가 올려지고 쿠마인형들이 카누 승선 관광객으로 실현되어 4D형태의 카누책으로 탄생한다. 또 그곳을 떠나올 때 그가 보여준 한국어공부 책이라든지 마지막으로 손편지로 그날 찍은 사진을 인쇄해 보내주겠다며 직접 색칠한 편지봉투를 보여주는 모습. 적어놓은 수신지의 경기도 발음을 여러번 따라한다던지, 경기도가 어딘지 궁금해 물어보며 대한민국 지도책을 펼쳐 손으로 가리켜 보는 행동들이 그 증거였다.

어쩐지 설레는 카누체험일 것 같은 즐거움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날씨마저 운치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카누를 타는 두시간 내내 곳곳에서 지루해질 즈음의 적당한 시간에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벤트를 공개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를 알려주는 것보다 더 큰 스포가 될 것같아 말을 줄이고 싶지만 이것만은 적어두고 싶다. 굿샤로호 호수의 한 지점에서 강으로 넘어가는 지류에는 민물가재가 훤히 다 보일정도로 물이 맑다는 것과 그 맑고 투명한 강바닥을 내려다보며 민물가재잡기를 하는동안 수십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는것! 민물가재잡이 미끼가 다름 아닌......쓰래미였다는 것!!

홋카이도의 비를 맞으며 굿샤로호의 민물가재잡기의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동안 챙겨온 원두를 그 자리에서 갈아 보온병의 따뜻한 물로 커피를 내어주는 지지의 카누 가이드 선생님들.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좁은 카누를 나눠타고 얼마만큼의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는지 모를 홋카이도의 비를 맞으며 작은 머그잔의 서너모금의 커피를 마시면서 지구와 우주에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들과 그 온기를 느끼고 조금쯤은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체온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호상’이란 말이 얼마나 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아둔한 발언인지를 반문했던 적도 있다. ‘살만큼 살았다.’란 말을 곧이 듣지도 않는다. 그 모든 말들은 더 살아보고 싶다는 다른 말일지 모른다. 죽기에 알맞은 시기가 없듯이 죽음에 적당한 나이도 없다. 이르든 더디든 적합한 죽음의 시기와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전환해보면 살기에 ‘딱’좋은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 될 수 있겠다. 살기에 딱 좋은 시기를 찾느라 살기에 딱 좋은 시간을 모른채 살고 그리하여 인생 앞을 살았던 많은 선배들이 얼마나 큰 한탄과 많은 후회를 했는지 알지 않는가? 젊든 늙었든 살기에 ‘딱’ 좋게 생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이 순간이 살기에 딱 좋은 나이를 살고 있다. 내 나이를 탓하며 좋을 때 다 지났다고 원망하기에 나는 살기에 딱 좋아 본 젊음을 보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죽기전까지 인간은 저마다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귀한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의 것들을 귀하게 여기게 한다. 같이 있는 이들이 고맙고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이들이 반갑고 지난 과거가 있어 내가 철이 들 수 있어서 다행이고 오늘을 즐기니 이 또한 행복이며 과거를 발판으로 딛고 오늘을 우뚝서서 내일을 향해 팔벌리는 자는 행복의 가치가 굳건해진다.

생애 처음 만난날 생애 마지막을 인사하는 이들의 심정으로 지지의 카누 가이드 선생님, 가족들과 인사한다. 3년전부터 한국인들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는 지지가족들을 만나볼 기쁨이 나의 동족에게 많아지길 소망하는 마음은 9월 6일 아침 변하게 될 거란 걸 모른 채. 몇번이고 인사말을 남긴다.
“건강하세요.”
건강만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어디에도 터를 잡고 오래 머문 적이 없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게 살아온 수십년. 사실 오랜 시간 터잡은 내집과 고향을 떠나는 일보다 잠깐 만났어도 커져버린 정을 떼어내는 것이 더 힘든 일이란 것쯤은 알게 된 나이. 익숙한 무심함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아쉬움에 몇 시간 할 말을 잃었었다.

“수십마리나 잡은 민물게를 다시 방류하라니, 푸짐한 저녁거리로 입맛 다시며 잡은 거라 상실감에 언어 상실했다우.”
말이 없는 나를 감정이 상해 삐진 걸로 오해할까 싶어 한마디 던져 놓기는 했었다. 하늘 색이 바뀌고 빗줄기의 방향이 틀어지자 우리는 구시로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죽으면 여한이 많을 것 같은 생. 죽기 직전까지 죽기 싫어 여한 많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다짐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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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살아남기
-2018.09.02~2018.09.03. 비에이에서 아바시리-

비에이 자작나무길을 달려 아오이이케 산보 후 은근히 온천물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남편을 환호케 한 것은 6살 아이가 노상방뇨 중 바지에 오줌을 흠뻑 적신 사건 때문이었다. 세상에 처음 보는 블루를 보던 감탄보다 더 큰 환호를 하며 근처에 있는 온천장에 가니 목욕을 하면 식사 할인. 덤을 마다할 리 누구던가? 부른 배로 온천탕에 들어가니 탕속의 물들이 다량으로 방출된다. 온천탕 대쓰나미? 홀딱벗고 의자에 앉아 졸을 수 있으니 한낮에 손님이 없는 온천탕의 재미다.

캠핑 여행자의 사치를 누리고 네비에 아바시리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대략 네 시간! 홋카이도 중앙에서 오호츠크해에 나있는 북동쪽의 반도로 가야하니 당연할 수 밖에. 친구가 시간 반을, 친구 남편분이 운전대를 건네받아 달리고 달린다. 맑은 하늘이 시간을 달래주고 아이들의 지루함은 낮잠이 달래준다. 하지만 요의는 달랠 수 없는 지라 아사히카와시 즈음에서 멈추어야했다. 이것이 친구가 가진 신의 열두 수 중에 한 수 였을까? 아바시리 캠핑장에 도착하여 근교에서 신선한 해산물 식사를 하는 걸로 잠정적 결론을 내린참에 특산물판매점을 발견.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홋카이도 소고기. 돼지고기, 야채 등등을 사기로 했다.

“네가 검색을 했냐? 예약을 했냐? 총무라도 해야되지 않겠냐?”
랑 반 협박으로 맡긴 임무, 예산과 집행의 권한을 가진 친구는 특산물 판매점에서 거금을 지출. 그 시점이 그날 저녁 절묘하게 우리으 감격케 했으니, 우리 총무에게는 열두 척의 배 대신 열두개의 ‘ 신의 수’가 있었던 것이다. 총무라면 그 정도는 다 있지 않나?

아바시리에 가까워질수록 숲은 울창해졌다. 아이들은 서서히 낮잠에서 깨어 언제 도착하냐면서 일분 단위로 묻고 있다.
“인간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누구나 최소한 한 가지 재능은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재능 말이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는 재능.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재능. 친절을 베푸는 재능”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며 무릎을 탁쳤던 문단.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재능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이 시대에 누군가을 행복하게 해주는 재능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이름없은 무명 재능꾼들을 경외하면서 나또한 그런 재능을 가져보기로 한다.

“우리 놀이하자! 너희들이 좋아하는 피카츄 인형을 두명씩 짝을 이뤄서 상대가 잘 받을 수 있도록 던져주기. 잘 던져주면 레벨 업해서 거리를 늘려서 다시 던져주기. 상대가 잘 받지 못하도록 제멋대로던지는 사람은 벌칙. 던지다 상대를 탓하고 원망하면 벌칙. 야라고 함부로 말하면 상대를 00님이라고 부르기”
별 것 아닌 놀이에도 아이들은 즐겁다. 아이들 웃음 소리를 들으면 부모 또한 즐겁다. 이리 즐거우려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삼십분이 넘어가자 아이들은 또 묻는다.
“언제 도착해요?”
북해도 곰돌이 이야기를 만드느라 머리를 쥐어짠다. 캠핑카를 가로막는 곰돌이 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부터 북해도곰을 설득하는 법까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사이 아바시리 캠핑장 도착은 여덟시가 가까운 시간.

깊고 깊은 숲 속에 식당이 가까이 있을 리는 만무. 총무의 신의 한 수 였던 고기들로 바베큐파티. 한국에서부터 친구 남편이 공수해온 글랜피딕을 타국 생활에 입맛을 잃을까 걱정스런 사온 열무김치를 안주삼아 신선한 바베큐파티에 ‘좋다. 맛있다’를 백번은 외친 듯하다. 그만큼 타지에서 즐거운 지음. 코인세탁기의 빨래를 찾으러 가는 길에 바라본 밤하늘은 천국. 은하수가 넓게 퍼지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 저편은 오호츠크해 바다라서 하얗게 반짝이고 있다. 오늘밤, 우린 모두 반짝이고 있다. 웃는 얼굴로 반짝이니 인생의 한순간. 지금도 반짝인다! 인생의 한 순간이 반짝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들이라면 사랑해도 좋을 밤. 맥주 또한 술술. 그렇게, 언제 또 바라볼 수 있게 될 지 모를 별빛 가득한 밤하늘 밑에서 잠이들었다.

아비시리의 태양또한 환하고 강렬하게 반짝이며 떴다. 5시에 일어나 산책을 한 친구는 아이들을 깨워 이슬이 사라지지 않은 잔디밭을 지나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그리고 나타난 놀이공원. 내가 알고 있는 감탄사의 한계를 확인해야 했던 장소. 초록이 가득하니 모두가 순해지고 부지런해진다.
“죽고 싶지 않다. 영원히 살고 싶다.”
이런 곳에서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생의 의지를 확고히 한다. 영원불멸이 불가능하고 남아 있는 날이 얼마일지 가늠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내 인생은 언제나 오늘, 아침에 시작된다. 매번 오늘밤에 끝나버리고 말것같은 두려움은 오늘 주어진 이 시간을 중요한 한 날이게 만든다. 내일이면 다시 나는 내 인생의 오늘을 또, 살아갈 것이다.”
이런 문장을 적은 일기를 쓴 적이 있다. 일기에 썼던 문장들을 곱씹게되던 시간. 이 좋은 공기로 온몸을 샤워할 수 있게 해 준 그 무엇. 그게 신이라면 신에게, 우연이라면 우연에게 감사한 오늘아침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 멀리 아바시리에 왔던 이유는 시레토코 반도를 유람선으로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태풍예보로 유람선은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남편의 전언. 캠핑여행 두번째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 무너지면 안된다! 대체방안으로 왓카야마국립공원을 찾기로 했다. 최우선보다 더 좋은 차선. 왓카야마원화원은 차량출입을 막은 해안의 식물들이 무성한 해변길이었다.8명이 자전거 7대를 대여해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곤니찌와’ 인사가 바닷바람에 실려 파도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일정보다 차선책이 더 행운인 것 같아. 이로써 신의 두 수를 써버린거야?”
신의 수를 남발하며 수산물 직판장에서 산 대게를 노상 벤치에 앉아 쪽쪽 바닷물까지 빨아먹고 굿샤로호 근처의 니지베츠 캠핑장으로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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