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 할머니의 손맛과 손녀의 손길로 완성되는 소박한 채식 밥상
예하.임홍순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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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만큼 우리의 추억 속 음식들의 주인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만의 레시피로 만든 옹골찬 매력 가득한 시골밥상은 유년시절을 배부르게 했다. 어느새 돌아가신 세월의 곱하기만큼 기억도 저편으로 도망가 버리고 나니 할머니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다니는 내가 되었다.

할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추억하게 해주는 책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는 할머니가 만들고 손녀가 완성한 소박한 듯 화려한 멋진 채식 한상을 차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어머니와 딸도 아닌, 할머니와 손녀라니! 경상남도 진주에서 보내오는 그림같은 음식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사진만 봐도 맛이 느껴질 정도의 보증수표 같은 할머니 손맛과 젊은 감각, 센스 장착한 손녀의 플레이팅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낸다.

책 속 90여 가지 채식요리 중 단연 으뜸은 시골길에서 마주하는 꽃들로 만든 요리다. 이 책의 묘미는 설렁설렁한 레시피와 할머니와 손녀의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이다. 생전 처음 보는 요리와 사랑 가득한 이야기들 역시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잠시라도 쉬면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수많은 비교와 숫자에서 멀어져 서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손녀 예하는 현실이 주는 무게감을 벗어 던지고 '여전히 무른 구석도 많고, 내일은 또 뭘 해 먹어야할지 고민투성이지만' 그럼에도 간장양념에 졸인 유부에 말은 나물과 호박전꽃의 예쁜 맛에 빠져들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채식 밥상 덕분에 제철음식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찍은 음식사진은 조명과 화려한 식기류 가득한 스튜디오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음식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 속 음식을 즐기니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올 여름이 가기 전에 감자전에 호박꽃을 펼쳐 보련다. 호박꽃 주먹밥, 호박꽃 갈레트도 꼭 만들어봐야지! 정겹고 구수한 음식들이 그립다면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수강생이 되어 보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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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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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독 더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겨울이란 단어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끓는 물 같다. 여름을 좋아하던 이들에게도 버거운 요즘 날씨 속에서 서늘해지는 느낌을 느끼게 해준 책인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는 소설에 몰입할수록 겨울의 한기가 느껴졌다.

제28회 전격소설대상을 받은 책인 이 소설은 작가가 백혈병 투병을 하며 집필을 했단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나를 지탱해주었다'고 고백하는 글을 읽고 나니 이 책의 주인공 유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얼마나 컸을까 싶다. 유키는 병명도 알 수 없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 식물인간처럼 잠을 자게 되고 짧으면 4달, 길면 1년도 넘게 깨어나지 못한채 깊은 수면상태가 된다. 동화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편안하게 잠을 자면서 왕자가 나타나길 기다리지만 현실의 유키는 타인에게 목숨을 맡긴 채 욕창과 배변, 닝겔 등 신경 쓸 일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이렇게 긴 시간 돌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큰 일이였다.

대학1학년생인 나쓰키는 유키의 이런 상황을 모른채 사랑에 빠졌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유키를 찾아나선 나쓰키는 결국 유키의 겨울잠을 자는 비밀스런 병을 알게 되었고 현실에 맞춰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살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까! 겨울에 이별하고 봄에 다시 만나는 비일상적인 상황들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비밀이 많아 보이는 유키, 그녀에게는 겨울잠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 나쓰키, 꼬이고 얽힌 사건들 속에서도 결국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해하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선, 이해에서 가장 먼 곳에 있었다'
'너에 대한 편견을 미워하는 척하면서 가장 큰 편견을 가지고 있던 건 나야'

상대가 처한 상황이 특별할 때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해야할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던 시간은 특별했다. 중간까지는 소설이 그저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다가왔는데, 점점 현실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에 유키와 나쓰키가 만날 수 있는 미래가 있길 바랬는데 작가는 그런 독자의 마음을 읽었나 보다. 아름다운 결말에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소설로 인해 더위를 잊을 수 있었던 신선한 시간이었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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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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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덕후가 되는 시대다. 좋아하는 분야, 대상은 참 다양하다. 친한 친구는 디즈니 피규어를 열정적으로 콜렉팅한다. 또 다른 친구는 그림과 조각을 수집한다. 어떤 이는 가방을, 또 다른 이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두한다.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취향을 담아 덕질을 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행복하게 그 일들을 하며 점점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디테일 살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북폴리오의 신간으로 만난 <오늘의 덕질> 은 제목에서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잘 느껴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이미 작년에도 <이웃덕후 1호>로 포문을 열었던 아름다운 덕후 생활에 대한 올해의 리그와 같은 책이다. 제2회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인 <오늘의 덕질>은 상상보다 더 고수들인 덕후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덕후들의 삶을 한 줄로 정리해준다.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은 SF소설, 책, 여성 아이돌, 식충식물, 발레, 로맨스판타지, 인형 등 다양하다. 정말 이 정도라고? 할 정도로 일반인들이 보기에 과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재밌고 흥미롭다. 덕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자질과 자세를 배워보면 어떨까!

남들보다 열의와 정성이 가득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내 안의 덕후 근성이 꿈뜰거린다. 언젠가 나도 내 덕질을 소재로 글을 써보리라 마음먹게 해준다.

🔖
'나에게 아이돌 덕질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내고, 즐겁고 좋은 일은 나누며 더욱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덕질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애정하는 여성 아이돌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옆에서 힘차게 응원해 볼 생각이다. 멋진 언니들의 등장은 우리 지구의 축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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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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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을 책 [나의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가슴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코끼리는 눈치 챘듯이 실제 코끼리가 아닌 저자가 지난 30년 동안 함께 동거동락하며 지낸 우울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무기력증, 늘 느끼게 되는 우울감과 편두통, ADHD, 자살 충동 등 마음이 아픈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가끔 행복하고 자주 우울한 우리들에게 다시 일어서고 인생의 어둠 앞에 좌절 대신 용기를 꺼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이들에게는 책 읽기도 사치다. 무기력한 이들에겐 책을 드는 것조차 큰 힘이 필요하다. 누구나 겪게 되는 아픔과 슬픔 앞에서 무너지는 것 대신 마음을 돌보며 매일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실제로 저자가 겪고 있는 아픔이기에 이러한 조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실제적이고 강력한 조언이 되어준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통계치를 보게 되면 그 숫자가 주는 심각함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더 많은 이 시대, 우리는 각자가 마주한 우울과 공허, 무기력과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야 할까!


어마어마하게 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일어나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환자로 살아가며 함께 헤쳐 나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차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인정하고 함께 동거동락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를 깔고 앉아 있는 코끼리'와 함께 산다. 그렇기에 우울증을 겪고 힘들어하는 이의 실제 경험 이야기는 힘과 용기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각 챕터별 'Check Point'가 제시되는데 꽤 유용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중에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어떤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한다', '우울증은 측정할 수 없다'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들에 대해 정리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어 깨닫기에 부족함이 없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던 대목은 저자조차도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삶을 살아가는 그것 뿐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코끼리이지만 없애는 방법이 힘들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슬픔, 분노 혹은 또 다른 감정이 터질 듯 가득 찼을 때 어떻게 할지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치워버리거나 억누르는 대신 그 감정에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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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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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내 인생은 얼마나 행복할까? 타인의 삶은 또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가? 거창한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은 너무나 잔잔하게 다가와 스며들 뿐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거대한 행복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사소한 행복은 그저 당연하게 여겼고 누가 봐도 멋지고 부러운 행복만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낸 날들이 쌓여갈수록 그런 행복만 바란다면 평생 몇 번 행복을 느껴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삶의 지혜를 체득하고 나니 너무나 작아 나에게만 보이고 느껴지는 작디 작은 행복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야만 인생은 쓰지만은 않은, 때론 꿀단지가 마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나 할까! 이 책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는 제목이 말해주듯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일상 속 행복한 순간순간을 글과 그림, 자수로 박제해 독자와 공유하는 인생을 사는 강진이 작가의 인생이 담겨 있는 책이다.


'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을 향해가는 가을에도 자연은 급한 것이 없다. "익어가는 것들은 숨 가쁘게 달리지 않는다"고 박노해 시인은 가을을 노래했다. 노란 잎도, 촘촘한 열매도 이내 떨어져 이리저리 나뒹굴다 흔적만 남겠지만,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람을 느끼는 나무는 의연하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작가는 자연의 섭리가 인생에서도 여전히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진리임을 깨닫는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자연은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비교하지 않는다. 그저 제 생긴 그 모습대로 잘 익어가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낄줄 안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강진이 작가의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그냥 지나쳐버렸던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마구 마구 생각난다. '아, 나도 이렇게 그 순간의 가치를 알고 저장했어야 했구나!' 그땐 그게 행복인줄 몰랐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것만한 행복이 없었다는 것 알게 된다.


눈부신 오후에 누리는 여유로움, 방금 쌂은 소면을 아이의 입에 넣어줄 때 맛있게 먹었던 순간, 더운 여름날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를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을 때 등 작가가 공유하는 행복의 순간에 눈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진하게 맺혀 있는 걸 느끼게 된다. 오늘의 사소한 행복에 귀 기울이며 살기로 다짐하게 해주는 책,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였다.



<수오서재에서 책을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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