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잘 도착하셨기를




오후 7시 넘어 타는 전철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숨이 막히는 그 전철역에 유일하게 아무도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빽빽하게 차 있는 전철 안에서도 그 자리가 비어 있던 그날, 전철의 문이 열리자 두 남자가 몸이 엉키며 급하게 들어 왔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와 어린 남자, 둘 다 멱살을 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술자리에서 무슨 싸움이 있었나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술 먹고 어르신으로 보이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는 어린 남자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멱살은 왜 잡고 있는 거야?



“제가 아빠예요. 아들이 자폐아라서 지금 이러고 있으니 오해마세요.”




아버지라고 말을 하자 큰 싸움은 아닌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멱살을 잡고 있는 순간을 어찌해야 하나 마스크 속에 짙게 그어진 주름살을 보며 걱정스러웠다. 하필, 내가 서 있던 자리가 두 남자의 바로 옆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려다가 말았다. 한손은 계속 아들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손잡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오른손이 날카롭게 아들의 뺨을 향했다. 철썩, 철썩. 두 번의 소리가 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홍해의 물이 갈라지듯 반으로 갈라졌다. 나와 내 옆에 있는 한 남자만 덩그러니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따귀를 맞은 아들은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아들을 양해 손을 들었고 철썩 한 대 따귀를 날렸다. 두 번째 날아가는 아버지의 팔을 나와 옆의 아저씨와 함께 붙잡았다. 아버님, 이러시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육성이 터지고 아버지를 붙잡았다. 옆의 아저씨도 아버지를 말렸다.



아버지는 건너편 전철을 타야 하는데 문이 열리자 반대편 전철을 탔다고 했다. 내가 타고 있는 전철은 인천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들의 집은 의정부라고 했다. 반대로 향하는 전철에 아들은 문이 열리자 본능적으로 들어 왔을 것 같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계속 다음 역에서 내리자고 했지만 아들은 대답을 안했다.


 아버지는 무심한 혹은 걱정의 눈으로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들은 말을 못한다고 얘기 했다. 따귀를 때린 아버지를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을지 아버지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말을 이어가셨다. 하지만 아들은 손잡이만 꼭 잡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을 때릴까봐 내 옆의 아저씨는 계속 아버지의 팔을 잡고 있었다. 그때 아들이 아버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게 했다. 내가 아프니 이렇게 위로 해 달라는 듯.




집에 가기까지 두개의 역이 남았다. 나는 앞에 있는 아들에게 몸을 숙여 눈을 보며 말했다. 다음 역에서 내가 내리니까 같이 내릴래요? 다음 역에서 같이 내려요. 내가 같이 가 줄게요.



나는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는 아들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손을 잡으며 같이 내리자고 했다.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철 문이 열리자 아무런 반항 없이 아들은 일어 났다.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 아버지의 팔을 잡고 있던 아저씨. 이렇게 네명이 역에서 내렸다.


아들은 내 오른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건너편 전철이 올 때까지 같이 있어 주실수 있냐고 하셨고 나와 아저씨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들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아들은 22살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매일 전철을 다니며 사람들과 섞여 사는 연습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는 그 노고에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나와 아저씨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전철이 왔고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아들과 아들을 앉게 했는데 문제는 아들이 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억지로 빼려고 하니 뭔가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전철역 문이 닫히고 나는 우리 집과 반대편으로 다시 떠나고 있었다. 

두 번째 정거장을 지나서야 나는 아들의 손을 놓을 수 있었다. 아들에게 오늘 고생 많았고 아직 밥 안 먹었죠? 오늘 아빠랑 가서 맛있는 밥 먹어요. 고양이 좋아해요? 우리 집에 고양이가 나를 기다려요. 그래서 집에 가야 해요. 그때 아들이 살짝 손을 놓다가 다시 꽉 잡았다. 그리고 다시 손을 놓아 주었다. 처음에 손을 빼다가 가방의 철 고리에 손가락 살점이 살짝 뜯겨서 피가 났다. 패딩의 소매로 감사며 아들에게 인사를 했다. 잘가요.




나에게 고맙다며 인사하는 아버지의 얼굴이 슬퍼보였다. 어쩜 그건 나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면 인사를 할 것 같은 아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 주말이다. 의정부까지 무사히 잘 도착하였기를 바랄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 경제지 홍 기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절약의 기술
홍승완 지음 / 가디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발 비용만 줄여도 부자가 될것 같아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홍승완]

월초부터 화나는 일이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때 쇼핑 어플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많은 물건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다음 달 카드 값을 생각하면서도 이 정도는 나를 위로 할 필요가 있다며 결재를 했다. 4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집 앞에 택배 상자가 7개나 있었다. 마치 거대한 성을 이루고 있는것 같았다. 그것은 내가 나를 위로했던 바로 ‘시발비용’이었다. 택배를 두 번에 걸쳐 집안으로 가져갔고 5분도 안돼서 상자는 모두 오픈되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것들도 있고 후회가 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했다. 나를 사 달라고 장바구니서 얼마나 애원을 하고 있었던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카드 금액을 카톡으로 확인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나의 ‘시발 비용’이 이렇게 비쌌다니.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의 저자 홍승완이 말하는 ‘시발 비용’은 화풀이 비용, 즉 화가 나서 감정이 폭발하여 쓰이는 금액을 말한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이런 저런 기사로 많이 익혔지만 화풀이로 스트레스를 받아 쓴 지출을 크게 생각 안했었는데 ‘시발 비용’으로 묶어 생각해보니 큰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승완 저자는 아주 경제 신문사의 기자다. 경제 관련 부분에 있으니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 분야였을지 모르겠지만 3년 동안 5천만 원을 모았다는 부분에서 그것 밖에 못 모았나 생각했었다. 기자들 월급이 얼만지 모르겠지만 대충 들었던 금액에서 3년 동안 5천만 원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하다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큰돈이었다. 

다른 재테크나 투자가 아니라 월급만 가지고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적게 쓰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안 쓰면 된다 생각하면 쉽지만 실천 부분에서 가장 어렵다. 소비를 부르는 요정들은 어느 순간이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시발비용이 매주 혹은 매일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버는 돈보다 적게 쓰고, 나머지는 저축하기가 부자가 되는 길이라면, 평범한 직장인이 부자가 되기 위해선 더 벌기가 아닌 덜 써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의 수입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돈을 쓰는지 파악해야 한다.” P59

저자 또한 수입이 일정한 월급쟁이 이기 때문에 버는 수입을 일정부분 나누고 저축하여 돈을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가계부를 쓰면서 수입의 방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마트 폰 어플로 그동안 가계부를 쓰긴 했는데 지출 내용이 축적되는 것으로만 썼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기록만 있었을 뿐이다. 내가 이런 저런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뿐 지금의 지출을 줄이자 생각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지출하는 금액도 전체 금액이 아니라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고 가계부를 쓸 때 세 가지 신호등 색으로 칠하면서 적는다면 더 한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이 부분의 저자의 핵심 포인트가 있다. 

세 줄 핵심 포인트

1- 우리의 소비는 생각보다 들쑥날쑥하다.

2- 가계부에 비용을 세 가지로 구분하면 소비 감각이 생긴다.

3- 가계부는 번거롭지만 소비를 줄이는 데 특효약이다. P63

일정 기간 동안 얼마큼의 돈을 모을지 정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 지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데 이런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가계부를 손으로 쓸 것, 어플로 그동안 나도 적어 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기록차원으로만 남아 버렸다. 중요한 목록 3가지를 나누고 형광색으로 구분하여 한 달 동안 어떤 색의 지출이 가장 많았는지 따져 본다면 반성의 기회나 지출이 많이 되고 있는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지출을 줄인 것도 있지만 월급 이외의 수입을 만들어 내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요즘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당근 마켓’이었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운동기구, 의류들을 나눠 처분하여 수입을 만들었다. 나 또한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없는 신간 책들을 사고 절반의 금액으로 팔 수 있게 빨리 읽고 있는 편이지만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게으르게 진행 되고 있다. 필요 없는 부분을 팔아 미니멀한 생활을 하고 수입도 만들 수 있으니 처분 할 수 있는 물건들 리스트를 만들어 작은 수입을 만들자. 저축을 하고 돈을 모으는 일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었다. 

절약을 할 수 있는 부분 중 가장 큰 부분은 외식을 줄이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목표 저축액을 달성하기 위해선 당분간 밖에서 사 먹는 일을 줄여야 했다. 일종의 ‘집밥 우선주의’다.” P121

독일에서 몇 개월 사는 동안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았다. 독일은 외식 비용이 아주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동안은 식빵과 잼을 사서 아침을 해결 했고 저녁도 그렇게 활용하기도 했다. 큰 식빵 하나가 우리나라 돈으로 2천원도 안해서 이틀 이상을 먹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스파게티 하나를 먹더라도 2만 원 정도의 팁 포함 금액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먹어야 할 음식이 있는 날 빼고는 거의 핸드메이드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했다. 우리나라도 요즘같이 고 물가 시대에는 만원 한 장 가지고 먹을 점심 식사가 많지 않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래서 집 밥 우선주의라는 말은 결국 외식을 줄이는 것이고 그 외식에는 배달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밥 사 먹는 일을 최대한 줄이기로 하면서 체면을 내려놓으며 실행한 저자의 방법 중 하나는 ‘남은 음식 포장주의’였다. 회식을 하거나 지인들과 만나서 주문했던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 아깝다고 말하며 일어섰던 날들이 많았었는데 저자는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서 알뜰하게 한 끼의 식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모든 돈은 푼돈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그 푼돈을 모으는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다못해 영수증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도 있었다. 네이버 ‘MY 플레이스’에 영수증 리뷰를 남기면 포인트를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영수증들은 쓰레기 통으로 갔었는데 알뜰하게 사는 방법을 또 하나 얻었다. 

3년 동안 모은 5천만 원의 금액은 저자에게 그냥 5천만 원은 아닐 것이다. 그 돈이 모이기까지 저자의 짠테크의 방법도 노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무엇보다 사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시간을 보냈던 그 순간을 본받고 싶다. 문득 나의 시발 비용이 떠오른다. 아, 그 비용만 절약이 되었어도 나는 분명 저자 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부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절약은 궁상이 아닌 생존 방식이 되어 간다지만 그 궁색이 주변을 힘들게 하지 말았음 좋겠다. 십여 년 전인가 몇 억을 만들었다는 책을 낸 어떤 저자의 책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의 돈을 아끼기 위해 주변인들의 지갑을 들추며 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홍승완 저자의 이 책에 애정이 가는 부분이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며 돈을 모았다는 부분이었다. 저자의 짠테크 10계명을 읽으며 돈을 모아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짠테크 10계명 

1. 10만 원 벌기보다 10만 원 아끼기가 쉽다. 

2. 신용카드는 외상이다.

3. 하루 만 원도 사치다.

4. SNS를 끊어라.

5. 소비습관을 바꿔라.

6. 선 저축 후 지출

7. 절약은 게임처럼 해라.

8. 하루 지출 ‘0’원을 만들어라

9. 마음속 질문을 외워라

10. 모든 돈은 푼돈에서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를 하고 싶다. 

11. 시발비용은 욕을 부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3-02-2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년에 오천이면 진짜 엄청 절약한 겁니다. 제 지인중에(지금은 아니지만) 아버님이 한달 사백을 저금을 하신대요. 그래서 그럼 뭐 먹고 살어? 라고 했더니 친정 아버지랑 같이 사는 집이라 자식들 월급으로 살고 연금 이백 그리고 월세 이백 나오는 돈을 생활비로 전혀 안 내놓고 저축을 하신다길래, 그럼
너네는 이년마다 일억을 모으는 거야!!!! 라고 말했더니 그렇다고 대신 너무나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 삼년에 오천이면 한달에 백육십을 저축해야 하는데…다른 누군가의 최저 임금을 저축하는 셈이니 대단한거죠!!! 전 요즘 애들 등록금이 있어서 진짜 안 쓰고 노머니데이로 살려고 하고 있어요…. ㅠㅠ

오후즈음 2023-03-09 09:34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기자의 연봉을 생각해서 큰 금액 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따지고 보니 정말 절약하면서 살았던 돈이더라고요. 애쓴 5천 만원이었어요.
친구분의 부모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저는 3년에 1억 모으긴가? 여튼 그런 종류의 책을 쓴 저자의 직장 동료였던 분을 알 고 있는데, 그 주변 사람들이 너무 피가 마른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자신의 자산을 위해 주변인들을 돈을 탐하면서 사는거죠. 얻어 먹는 일상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해요. 그렇게까지 돈을 버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지인분의 가족도 그런 부분이 있을것같아요.

등록금...요즘 정말 너무 비싸죠. ㅠㅠ
 





“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환혼 10화



만장회가 절대적 힘을 갖기 위해 화조를 깨우려 했던 모습은 지금 어느 부분과 닿아 있다. 절대 권력을 갖기 위해 세상이 불바다가 되던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욕에만 몰입되어 있는 저기 어디 인간들.



환혼의 마지막회에 박진의 대사는 그동안 본 드라마 대사중 최고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억의집 2023-01-25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동형작가가 자기 프사를 이 문장으로 했다면서 검찰의 독주에 한탄하면서 말하더라고요. 저는 드라마인줄은 몰랐어요. 저도 찾아볼께요~ 궁금은 했어요. 저 대사가 영화 대사인줄 알았는데 드라마였군요!!

오후즈음 2023-01-25 20:4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환혼2 보면서 마지막 회에 나오는 대사를 들으며 다시 보기 해서 적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대사에 요즘을 생각하면서 페북에도 많이 포스팅 했더라고요.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요즘을 실감하게하는 대사였어요. 이작가가 얘기해서 저도 깜놀 ㅋㅋ 아 역시!!!
 
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을 찾은 엘라를 응원한다.

어린 시절 [신데렐라] 동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콩쥐 팥쥐나 백설 공주도 그랬다. 왜 다들 이렇게 계모들이 나쁜 걸까. 주인공은 곤경에 쳐해야 하고 그것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사이다 결말을 줄 수 있어야 했기에 친부모가 주인공에게 악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 그것은 패륜이 깃든 얘기로 감동을 줄 수 없으니 부모는 계모로 바뀌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주인공은 당하며 사는 착한 인물이어야 하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갈등의 인물은 악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모님일 수는 없을 테니까.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 원작이 권선징악의 성격을 갖는다고 해도 주인공들의 매력이 없다. 내게 신데렐라의 얘기가 재미가 없었던 이유는 매력 없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계모와 그 언니 동생들에게 당하는 신데렐라가 그냥 불쌍하기만 할 뿐 무엇 하나 끌리는 매력이 없다. 빌런을 담당하는 계모와 그의 자식들은 또 어떤가. 잠시 무도 회장에서 만난 왕자는 잘 생긴 얼굴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그럼의 영향력이 크니 그러지 못한 동화책속에서는 시시할 뿐이다. 그 어떤 대사에나 행동으로 그의 됨됨이를 볼 수 없다고 할까. 12시가 되자 유리 구두 하나를 남기고 떠난 신데렐라를 그리워하는 그가 자신의 신붓감으로 여기고 찾아가는 모습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신데렐라가 예뻤으니까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부분은 또 외모지상주의의 시작이 아닐까. 결국 찾아낸 신데렐라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신데렐라였지만 유리 구두를 다시 신으며 반짝이는 모습으로 돌아가 왕자를 맞게 되니, 어떻게 안 좋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해방자 신데렐라]의 엔딩을 읽으면서 이런 결말이라면 언제든지 신데렐라를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얘기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다 요정의 도움으로 무도회장을 가고 12시가 되기 전에 돌아와야 하는데 하필 유리 구두 한 짝이 벗겨져 변신한 모습을 다 수거하지 못했다. 유리 구두를 들고 주인을 찾아 다녔던 왕자는 결국 신데렐라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얘기. 물론 우리가 그 신데렐라가 진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엔딩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난다. 하지만 [해방자 신데렐라]는 행복의 결말이 다르다. 

동화 속 신데델라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에 힘든 날들을 살았다고 표현된다.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동물들뿐이었다고. 신데렐라가 집안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신데델라는 시장에 나가 물건을 사며 사람들을 만났고 시장에서 사온 물건들로 요리를 하며 그 과정을 무척 즐거워했다는 것은 알 수 없었다. [해방자 신데렐라]속 신데렐라는 그런 과정을 즐기며 행복했다.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신데렐라, 그리고 예쁜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행복한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신었지만 왕자와 결혼해서 신분상승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케이크 가게를 열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이웃들과 함께 케이크를 함께 먹고 튼튼한 두 다리로 마음껏 달리며 어둡고 습한 집에서 나올 수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 

“유리 구두 한 켤레가 케이크 가게 진열장에 놓여 햇빛에 반짝이고 있어. 하지만 신데델라는 유리 구두 대신 튼튼한 부츠를 신고 가게 계산대에 서 있거나, 아니면 회색 얼룩무늬 말을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P42

튼튼한 다리로 자신의 집을 나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신데렐라는 자아도 찾아 갔지만 자신의 이름도 찾았다.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지나쳤던 그 이름을 찾아간 그녀. 

“하지만 친구들은 이제 신데렐라라는 이름은 쓰지 않는대. 이제는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고 재가 묻은 드레스 차림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제는 다들 원래 이름으로 불러. 이렇게 

엘라 ” P43

장작이 거의 다 타서 꺼져 가는 깜부기불을 ‘신더’라고 하는데 거기에 그녀의 이름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데렐라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이름을 찾은 엘라만 있을 뿐이다. ‘땀 흘려 일하면서 무언가를 길러내는 법’을 알고 있는 엘라가 동화속의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이 훌륭했다.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도 그랬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무도회가 없어도 무언가를 이뤄나가는 부분은 요즘 나의 소망과도 비슷하다.

신데렐라에 집중하다보면 왕자를 잊게 되는데, 왕자도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왕자도 원치 않는 왕자의 삶을 고달파 했다. 그런데 그 부분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왕자의 상황에 배부른 투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를 찾아와 그녀처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신선하다. 왕자와 신데렐라가 부부가 아니라 친구로 남은 것이야 말로 판타지적 결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왕자도 응원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될 수 있다. 

다음에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왕자가 매력적인 모습으로 신데렐라에게 찾아오는 모습을 읽고 싶다. 왕자도 타고난 왕자에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뤄내며 살아가길, 그런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길.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3-01-2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동화책인줄 모르고 봤다 더 흥미로웠던 !

서니데이 2023-02-07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후즈음 2023-02-08 14: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정초부터 그릇을 깼다.




2년전 이사오면서 텔레비전을 3만원에 지인에게 넘기고 왔다. 티비 없는 생활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는 것은 유투브 시청때문이었다. 주말에도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놓치지 않고 보며 살고 있다. 그래서 뭘 쓰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까




그래서 새해 주문한 책들은 공부를 위한 책들이었다. 물론 지금 단 한 장도 펼쳐 보지 않았다. 새 학년이 시작도 안했으니 아직 안 봐도 된다며 밀어두었던 지난 게으름이 이제 와서 고쳐졌을 리가 없다.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와장창 깨졌다. 다리는 다치지 않았고 손도 무사했다. 하필 정초부터 이게 뭐람...이라고 생각하다가 분명 액댐일거야 스스로 위로를 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가 불편함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접시를 깨지 않았다면 이런 얘길 내가 들었을까.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저녁이 되는 이 시간까지 내가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아니다, 접시는 내가 잘못 놓았기 때문에 떨어졌고 깨졌을 뿐이라고, 그건 나의 설거지 순서가 잘못 된 것이니 이건 액댐도 아니고 별거 아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었으니 이런일에 마음 다치는 일을 만들지 말자. 하지만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고 쉽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오겠는가.



책을 읽는다고 오늘의 서글픈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겠지만 책을 또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 본다. 책이 주는 위로를 위해 유투브도 줄여보자, 올해는 뭐든 이뤄내 보자.



깨진 접시는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접시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그렇게 위로하며 또 한해 시작.







1월 1일 간절곶에서 맞이한 새해는 내가 커다란 기쁨을 주었다. 


뭐든, 올해는 꼭 이뤄내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구단씨 2023-01-22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위로와 용기가 되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왜 그걸 못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새해 시작부터 힘든 일이 많은데 (사실은 그전부터 시작된 일인데, 지금 더 폭발하게 된 거겠지만...) 불안한 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뭘까 싶어요...

접시 하나가 깨졌지만, 다치지도 않았고 무사하니, 다행입니다.
뭐든, 올해는 꼭 이뤄내시기를.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후즈음 2023-01-24 22:46   좋아요 0 | URL
따뜻한 위로의 마을 놓고 가신 구단님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서니데이 2023-01-22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릇 깨지면 좋은 일 생긴대요.
오후즈음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오후즈음 2023-01-24 22:47   좋아요 1 | URL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네요.
좋은 일 많이 생길거라고 생각할게요.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