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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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홀로 세상을 떠나면 그의 일이 시작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_ 김완]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속 주인공 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아버지와 함께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남긴 유품을 정리한다. 주인공 그루는 죽은 자가 남긴 물건 중에서 의미 있는 물건을 골라 그들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리며 남은 유품을 전달해 주려는 노력을 한다. 어떤 이는 그 유품을 거부하지만 대부분은 떠난 이들의 마지막을 떠 올리며 오열한다. 거부되는 유품으로 모진 소리도 들어도 그루의 직업관은 늘 한결같다. 어떤 누군가의 죽음에 분명 애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는 듯이. 그루에게는 그의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스틸라이프>의 존 또한 그런 의미를 간직한 인물이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에게 쓸쓸한 장례를 맞지 않도록 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며 삶의 발자취를 거슬러 단 한사람이라도 명복을 빌어줄 이들을 찾아낸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던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에 따뜻한 안녕을 말해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며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들춰보기도 했다. 외롭게 떠날 수밖에 없는 고독사인들의 죽음에 애도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는 존의 직업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여줬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쓴 저자의 직업은 특수 청소를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비로소 자신의 일이 시작되는 슬픈 현실 속에 있다. 특수 청소를 하는 그는 죽은 자의 집뿐만이 아니라 호더스들의 집을 치우기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수천 개의 페트병에 소변을 싸며 살았던 이의 집을 청소를 하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은 그의 쓰레기들과 소변을 담은 페트병들을 치우며 저자는 어떤 마음을 세상 밖으로 버렸을까.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 P65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 고독사로 한 달간 방치 된 집, 호더스들의 경악스러운 쓰레기 집들의 특수 청소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곳은 고양이들의 죽어 있는 집이었다. 그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커다란 두 개의 철장이 보였고 그곳에는 털가죽만 남아 있는 고양이들이 쌓여있었다. 고양이 분양을 위해 케이지에 넣어 새끼를 키웠던 흔적이 남아 있는 철장, 고양이 교배를 업으로 하는 이의 집이었을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는 곳. 열 마리의 고양이의 사체와 털가죽이 철장에 있었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열 마리의 고양이들의 사체. 철장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를 보았을 그 집속의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일까. 굶어 죽어 갔을 고양이들을 버리고 결국 타인에게 청소를 부탁하고 떠났을 그 사람의 일상은 대체 어떤 하루들일까.


 

“고양이 머리뼈를 하나씩 집어 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몸에 들어와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심장을 꽉 움켜쥐는 것 같다. 그 음험한 손길을 예닐곱 번쯤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철망 케이지 두 개를 모두 비울 수 있었다. 죽은 고양이는 모두 열 마리. 갓 태어난 새끼 샴고양이는 내장이 모두 파 먹혀 복부가 사라져있었다” P81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한다면 다들 고생스러움을 물어 보는 질문에 그는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누군가 대신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라고. 그러다 문득 집을 치우며 그가 살아 온 날들을 떠 올려보며 그의 삶이 이렇게 끝이 났다는 것을 떠 올리는 것 뿐. 누군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흘리고 갔을 피의 흔적들도 깨끗이 지워야 하는 그의 일이 왜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도 소중한 직업이라고.”



누군가 죽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일의 시작이 어쩌면 가장 슬픈 일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비극으로 시작되는 시작이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치워지는 그 과정이 그는 싫지 않다고 했다. 아니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악취 나는 공간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집이 아닌 쓰레기 산 같은 방안에 아무것도 없이 치워져 텅 빈 집으로 만들면서 생기는 해방감, 그것으로 그는 그의 직업에서 매력을 느낀다.


 

마치 그의 이런 수고를 생각하고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자살을 한 어느 한 여자의 사연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정리된 그의 집 냉동고에 유일하게 있었던 쌍쌍바 하나. 누군가와 나눠 먹으려고 사 두었을 것일까. 서로 온기를 나누며 반으로 쪼갰을 그 쌍쌍바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홀로 남았다. 그 쌍쌍바를 떠 올리며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삶이 정리 될 것인데, 나의 마지막은 어떻게 정리되고 치워질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늘 미니멀리즘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벌써 네 번째 다짐이지만 언젠가는 지켜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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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1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네요. 마킹 해두신 페이지들이 여기 올려주신 인용문 페이지인가봐요^^

막시무스 2021-09-1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잔혹한 현실에 직면하는 일이 연속되는 삶인데 작가가 묵묵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저에게 감동을 줬던 좋은 기억 떠오르네요! 담담한 글의 전개가 무엇보다 좋았던것 같아요!ㅎ 즐건 휴일되시구요!

서니데이 2021-10-08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오후즈음 2021-10-08 20: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258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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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서 밀려 오는 눈물 샘. 강이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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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한 기적 같은 이야기
유주연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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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사를 해주세요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_ 유주연>



길에서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한 여자는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갔다. 키우다보니 고양이가 주는 즐거움으로 한 마리 또 그렇게 집으로 들어왔다. 고양이 중성화에 대한 지식이나 중대함을 알지 못한 여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1년 사이 어느덧 30마리가 되었고 원룸에 그 많은 고양이를 다 키우지 못하고 결국 고양이만 남긴 채 원룸을 떠났다. 동물 단체가 원룸을 찾았을 때 그곳은 지옥 같았다. 장롱 서랍을 열었더니 그곳에는 비슷하게 보이는 고양이들이 숨어 있었고, 임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암컷끼리 철장에 넣어 놓았다. 철장에서 새끼를 낳은 암컷의 모습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렀다. 지옥보다 더 지독한 시간은 그곳에 있었다. 동물단체에서 많은 고양이들을 입양 보내고 나머지는 고양이 쉼터로 보내졌다. 처음 그녀도 그렇게 고양이를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고양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일들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모아 놓고 버리지 않는 호더스들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절대 좋은 사람은 아니다.



 

호더스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더한 상황에 있는 동물들을 찾아 좋은 집으로도 보내고 있는 유주연씨의 단체 “나비야 사랑해”는 그간 1500마리의 고양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지인은 어린 고양이를 어쩌다가 들였는데 그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구조하는 일이 두렵다고 했다. 구조해서 입을 가지 못하는 고양이는 결국 지인의 집에 눌러 앉았고 그렇게 그 집에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살고 있다.


 

“나비야 사랑해” 단체에서 하고 있는 일은 단지 고양이들을 구조하여 입양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유독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서 먹이를 주거나 돌보는 일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그래서 만화나 소설, 드라마에서도 길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참 좋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는 길고양이들의 인식이 안 좋은것 같아 고양이와 함께 묘생을 함께하고 있는 나는 참 안타깝기만 하다.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벽보를 붙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다. 고양이들에게 주는 밥에 청산가리를 넣거나 농약을 넣어 죽이는 일도 늘어나고 있으며 사람 손에 길들여진 고양이를 쉽게 붙잡아 죽이고 시체를 나뭇가지에 메달아 놓는 일도 있었다. 얼마 전 길고양이를 잡아 바닥에 던져 죽이는 일도 있으니 밥을 주지 말라고 벽보를 붙이는 일은 조용한 시위일지 모르겠다. “나비야 사랑해”가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일에 가슴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비야 사랑해” 단체에서 구한 고양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뭉클하기만 하다. 박칼린에게 갔던 고양이의 사연도 너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철렁한 사연은 네 개의 다리가 모두 잘려 비닐봉지에 넣어 버려진 리트리버 치치였다. 커다란 눈망울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겁내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는 리트리버 치치는 한국의 가정이 아닌 미국으로 입양을 갔고 모두 잘려진 네 개의 다리에도 사랑받으며 뛰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비록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사람에 의해 새로운 환경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그 아름다운 리트리버 치치의 이야기는 잊지 못할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을 주었던 “나비야 사랑해”의 구조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다 우연치 않게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들은 묘연이라며 사연을 이야기 한다. 얼마 전 알라디너끼리 고양이 릴레이 페이퍼를 했는데, 각자 나름의 사연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눈물이 왈칵 났더랬다. 나에게도 그런 사연으로 고양이가 집에 들어 왔으니.


 

어느 날 문득 길을 가다 고양이를 보게 된다면, 고양이 눈인사를 해주고 있다. 간혹 간식 꾸러미를 가지고 다니며 하나씩 주기도 하지만, 순화 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친절은 필요 없다. 그저 눈 한번 깜빡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해 주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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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람들 진짜… 길고양이 혐오 너무 심해요. 다른 생명체랑 공존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싫어할 수는 있지만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요…. 휴 언제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지 답답합니다.

오후즈음 2021-09-06 23:51   좋아요 1 | URL
동물 보호 강화법이 절실한데 우리 나라에는 아직 그런 부분이 너무 약해서 속상해요. 일산쪽이었나요. 이용환 작가의 책을 보면 시골이 고양이에대한 인식이 더 안 좋더라고요. 밭 농사 망친다고 쥐약 많이 놓아서 어느 해에는 그 지역에 길고양이들이 거의 없었던 해도 있었다고 해요...그 얘기 듣고 그때 정말 예뻤던 고양이 있었는데 그 고양이도 쥐약 먹고 죽었다는 얘기에 엄청 울었어요. ㅜㅜ
 

<고양이 릴레이 페이퍼 >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더 집중 했다면 나는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털갈이에는 브레이크란 없지>



초승달이 뜬 날 구해서 이름이 승달인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웃으며 읽었던 책이었는데, 고양이 털갈이에 대한 지식이 크게 없어서 웃고 지나쳤던 무지한 나를 탓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흰 털옷을 입은 고양이가 집에 살기 때문에 검정 옷이나 짙은 색 옷을 입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막혀버린 해외여행 멤버 중 한 언니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후 앞으로 여행을 같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고양이털이 자신의 신체에 붙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날 웃으면서 그럼 앞으로 같이 여행은 가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왔지만 집에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다. 내 고양이 털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가 이렇게 끊어질 수도 있겠구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 나 밖에 없는 내 고양이는 잘못이 없으니 탓하지 말자. 그렇게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지만 브레이크 없는 고양이 털갈이는 정리되지 못했다.





2017년 독일로 삼 개월 정도 있다가 왔다. 독일에서의 첫 한 달 동안 마음의 상처를 많이 얻었다. 후배의 집에서 숙식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돈도 있는 여잔데, 왜 타지에서 이렇게 있어야 하나 일요일마다 맥도날드에 아침부터 앉아 커피와 햄버거를 먹으며 울었다. 그리고 배낭에 짐을 꾸려 독일을 한 바퀴 여행을 하고 한 달간의 서러움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 한 달의 마음고생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그 마음의 병이 극대화 되었고, 바닥까지 낮아진 자존감에 나는 죽을 결심도 했었다. 죽고 싶었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때 받은 모욕들이 떠올라 밤마다 울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이런 모욕을 독일에 놓고 오지 못해서 미칠것 같은 마음으로 삼일을 울었던 적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이런 나의 모습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해 줄 수 없었다. 간혹 내가 좀 힘들다 괴롭다는 얘기는 했지만 매일 밤마다 울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그때 친한 지인이 잠들지 못한 외로움에 죽어가고 있는 나에게 심각하게 얘기를 했다. 우선 네가 살릴 고양이가 있으니 이 아이가 다른 분에게 입양을 갈때까지만 좀 케어를 해 달라고 했다. 지인의 친한 분이 분양을 받았는데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결국 키울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죽어가는 나를 살려보겠다며 어린 고양이를 보냈을 것이다. 한 번도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은 안했다. 나는 방랑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절대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 해외에 나가 있을 생각뿐이었으니까. 임시 보호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동안 고양이가 나쁜 환경에서 출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고양이는 허피스라는 고양이 감기에 걸려있었고 피부병도 있었다. 두 달 정도만 치료를 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 년 동안 허피스가 치료 되지 않아 유명한 병원은 다 다녔다. 일 년이 지나니 허피스가 치료가 되었는데,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낸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 나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입양을 결정했다. 그렇게 내 곁에 온 고양이는 4년째 동거중이다.






이렇게 몰골이 불쌍했던 녀석



좀 자라서 귀여웠지



이런곳에 들어가 있으면 찾지를 못했네. 










매일 숨고 찾는 것은 집사의 몫





노르웨이 숲이라는 참 예쁜 이름의 품종묘. 노르웨이 숲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루키. 뭐 그렇게 지어졌다.




3개월쯤 된 고양이는 매일 사고를 쳤다. 참 작은 녀석이 어찌나 손, 발, 다리를 다 물어서 어디서 맞고 다니는 사람처럼 상처투성이였다. 익숙해지니 그것도 나아지면서 루키의 사회성도 길러지고 나도 고양이에게 길들여져서 이제는 서로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장난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간혹 그 정도가 넘어설 때도 있기는 하지만.

루키를 키우고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위해 고양이 전용 호텔링 결정을 하고 첫날 입소 때 관리인에게 말했다. 우리 고양이 순해요. 하악질도 못해요.


그날 사진을 찍어 보낸 관리인이 말해줬다.




“집사님, 루키는 하악질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받아보고 여행지에서 빵터졌다. 아, 자식 성깔있구나. 온순하기만 한줄 알았는데 아녔어






하악질 사진에 돌아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잘 지냈나고 한다. 

애교도 부리고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고 ( 하루에 한 시간씩 놀아주심)






자기 자식 부모만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루키는 내게 하악질 한 번도 안했는데, 할 수 있구나. 몰랐네.

죽어가던 나를 살린 루키는 매일 퇴근하는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주말에도 나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한량 같은 인생으로 종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진히 모시느라 퇴근 후 손발이 쉬지 않을 때가 많다. 내 인간관계를 정리시켜주고 내 옷장 속 검정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고, 내 지갑이 홀쭉해져도 웃을 수 있는 내 고양이, 루키. 내일도 열심히 사냥 갔다 와서 낚시대를 흔들어줘야겠다.




자주 누워 계시는 분. 








때로는 나를 하루종일 웃게 만드는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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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8-31 0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제 주위에서 놀숲을 키우는 분은 오후즈음 님이 처음이에요. 흰냥이니까 온순하겠어요ㅎㅎㅎ아닌가...
페이퍼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키우시는 분들은 다 사연을 갖고계시네요, 저는 그런게 없어서 몬가 억울... 읽어보니까 많이 힘드실 때 냥이에게 위로 받으셨군요. 저도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어서 지금 너무 찡해요😔 지금은 냥이 건강상태 어떤가요?

오후즈음 2021-08-31 00:36   좋아요 3 | URL
노르웨이 숲은 3~4년까지 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허피스 1년후까지는 많이 안컸거든요. 이후 허피스가 아주 춥거나 환절기때만 조금 증상이 나오고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아직 5년이 안되어서 .....아직도 크고 있답니다. ㅎㅎ 집에 엄마가 오시면 매번 얘는 언제까지 크는 거냐고 물어보세요

hellas 2021-08-31 0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 첫 고양이이름도 루키였어요. 18년간 제 옆에서 저를 키워주고 재작년에 떠났지만 매일 생각해요. 루키라는 이름의 고양이! 필히 행복하길!!!:)

오후즈음 2021-08-31 00:40   좋아요 3 | URL
18년동안이나 행복하게 있다가 갔겠죠. 먼저 떠난 루키의 행복을 이어받은 이곳의 루키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hnine 2021-08-31 0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루키와 함께 행복하세요.

오후즈음 2021-08-31 07:3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루키와 오랫동안 행복하겠습니다~ ^^

2021-08-31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31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 왜이리 귀엽나요ㅜㅜ 완전 예쁘네요😍

오후즈음 2021-08-31 10:38   좋아요 2 | URL
수컷이지만 이쁩니다. ㅜㅜ

잠자냥 2021-08-31 0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학 너무 예쁘네요! ㅎ 전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품종묘 한번 키워보고 싶은 소망이 생길 때가 있어요. 렉돌 같은 애들 ㅎㅎㅎ (우리 애들에겐 비밀입니다!) 간택 당하는 게 아니면 돈으로 고양이를 사올 일은 없을 듯하여 렉돌은 그냥 저의 꿈으로 그치겠지만 일케 예쁜 품종묘들 보면 헤헤헤헤헤 마음이 걍 녹네요.

그나저나 고양이는 집사들이 고양이를 살리려다가 집사가 살아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역시 고양님들 만세!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4 | URL
아...사실 저도 렉돌이 저의 로망묘였어요. 두번째가 치즈묘였는데 그래선지 치즈묘들에게는 늘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유투브 매탈남님네 치즈 천국집을 엄청 부러워합니다.
그 집도 도시에서 벗어나 낚시하고 그 고기로 회 떠서 마당에 만들어 놓은 포장마차에 술이나 마시며 살고 싶었는데, 치즈묘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집사의 인생이 바뀌거든요. 고양이란...그런 동물 같아요. 저에게 루키는 저를 살리는 고양이었고 지금도 회사 때려치고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것이 루키 먹여 살려야 하는 집사의 삶을 살리고 있습니다.

하.....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도 제가 루키가 눈 앞에 안 보이면 찾아 다녀서 분리불안은 고양이가 아니라 집사들이 겪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봐요.

잠자냥 2021-08-31 10:59   좋아요 2 | URL
아아아, 렉돌 녀석들... ㅠㅠ 오묘하고 귀여운 녀석들... 다시 사진으로라도 보러 가야지;;;

아, 저도 매탈남님 알아요. ㅋㅋㅋ 거기 치즈냥 천국.
제가 유튜브 잘 안 보는데, 매탈남님 건 거의 다 본 거 같아요. 그분이 진짜 처음에 누리 따라가서 누리 자식들 구할 때, 그 먼거리를 미친듯이 걸어가는 거 보고 정말 저분도 고양이한테 홀려네, 홀렸어 했습니다. ㅋㅋㅋ

사람을 완전 홀려서 삶을 바꾸게 만드는 녀석들, 참 대단해요. 고양이란 존재는.

미미 2021-08-3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마지막 사진 특히 귀엽네요!
냥냥이들 찾는 재미 쏠쏠하실듯ㅋㅋㅋ구경 잘했습니다😊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3 | URL
제 핸드폰 바탕화면....가끔 화날때마다 보면 웃음이 나요~ ^^

잘잘라 2021-08-3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빙그레 빙그레 하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빵!!! 하하하하하하하 오후즈음 님 올려주신 사진 덕분에 저도 하루 종일 웃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1-09-01 22:59   좋아요 0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거든요. ㅋㅋㅋㅋ 슬플때 가끔 보면서 웃어요. 잘잘라님도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공쟝쟝 2021-09-01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방사형처럼 퍼져있는 고양이 릴레이 페이퍼를 찾아다니다 오후님 페이퍼는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 오후님과 루키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게 만드네요… 건강해진 루키의 자태도 넘 우아하구! 오래오래 좋은 묘연 이어나가시길 🙏

오후즈음 2021-09-01 23:02   좋아요 2 | URL
허피스- 고양이 감기-로 죽을것 같은 루키를 일년동안 병원 치료로 (시간도 그랬지만, 금전적인 것도 상당히 많이 들었던.) 제가 죽을 것같은 시간을 보냈네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 루키에게 참 감사해요. 사실 임보 한달 정도 되었을때 임보를 종료하고 싶었거든요. 힘들더라고요. 어린 고양이....어찌나 물고 힘들게 하는지...그런데 그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서 지금은 그립네요.

공쟝쟝 2021-09-02 08:27   좋아요 1 | URL
저두 페이퍼쓰면거 정말 오랜만에 어린시절 냥이 영상 찾아보는 데😌 녀석 많이 점잖아졌더라구요.. 왤케 어른이 된겨.. 지금도 오늘도 빨리 지나가겠지요? 아 더더 행복하게 함께 할테다!!
 
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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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_ 할레드 호세이니





2019년 두 살의 딸과 스물여섯 살의 아버지의 시신이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로스 강가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빨간 바지를 입은 꼬마 여자아이는 아버지의 셔츠 속에 들어가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 몸을 만들기 위해 옷 속에 넣고 꼭 끌어안고 있었을 것이다. 국경을 넘기 위한 그들의 사투는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났다. 그 전에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던 중 지중해 연안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라는 세 살 배기의 아이의 사진 한 장이 더 먼저 떠오른다. 배가 뒤집히고 물결에 휩쓸려 해변으로 떠 밀려왔을 아이의 모습은 외마디 비명도 없은 서글픈 죽음의 모습이었다.



 

<바다의 기도>는 쿠르디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작가의 동화다. 연을 쫒는 아이로 유명한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화책은 코르디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쿠르디 이후 4,176명의 난민이 안전한 세상으로 떠나던중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게 되며 고작 삼년 혹은 더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그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고향의 모습들을 들려주고 있다. 아비인 내가 달렸전 골목, 별을 보았던 지붕, 올리브 나무의 향기, 그리고 그 속에서 울리는 작은 바람소리, 아기 염소의 울음소리, 동쪽에서 떠오르는 단감 같은 붉은 해의 모습, 들꽃이 흔들리는 들판, 그 위를 달리는 작은 새들, 시장의 소음과 함께 풍기는 기름 냄새, 화려한 천들이 즐비했던 상점, 검게 그을린 담벼락을 타고 넘는 집집마다 다른 향의 집 밥 냄새들을 아비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마치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 모습을 너는 알지 못하니 기억을 하라고. 혹 내가 더 이상 들려주지 못한다면 이 말들을 네 가슴에 품고 있으라고.


 

시위가 급물쌀을 타며 폭격은 더 심해지는 나라 안에서 살고나 떠나야 했던 그들의 고향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들려주고 있다. 건물과 담벼락이 무너지고 지붕까지 뚫리는 고향이지만 때로는 그 지붕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자며 별을 볼 수 있었던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은 바다를 건너며 앞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사랑하는 나라를 떠나며 아버지는 작은 배 위에서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무사히 저 칠흑같은 바다를 건너 부디 우리 가족 모두 땅에 닿기만을 바라는 그 작은 기도.



 

“아빠는 이 작은 배를 지켜 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넓디넓은 바다 한가운데,

그저 작은 점일 뿐인 우리를.

 

큰 파도로부터 안전하게 해 달라고

미르완, 그건 너를 위한 기도였어.

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니까



바다가 내 기도를 들어주기를

그렇게 기도하고 기도했단다.

인샬라.”


 

쿠르디가 탔던 배는 비록 육지에 닿지 못했지만 바다의 이 기도가 닿아 미르완의 배는 육지에 도착했을지, 기도마저 깊은 바다로 침몰되지 않길.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391명이 무사히 우리나라에 온 기사를 읽으며 바다위에 있었던 몇 년 전의 그들을 떠올렸다. 미르완에게 했던 바다의 기도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닿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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