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전 함부르크 민박에서 만난 이십대들의 유럽 여행을 보면서 그들의 수많은 경험치에 부러움이 일었다. 나도 저 나이에 이런 경험을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지금의 내가 싫은건 또 아니다.

민박에서 만난 그녀들은 참 용감해 보였다. 무엇보다 밤 10시에 클럽에 나가 새벽 6시에 오는 그녀들의 무한한 체력에 기가 죽었을 때도 있었다. 대단한 딸내미들이라고 새벽에 떠날 준비를 하면서 한껏 끌어 안아주긴 했지만.

나는 민박도 많이 안해봤고 제주 올레를 할 때도 여러명 있는 도미토리에서도 자본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유럽 한가운데 독일에서 6인용 여성전용 도미토리에 새우등을 하고 꼬부라져 있다.

유럽에서 도미토리는 처음이다. 그동안 나는 돈좀 버는 직장인이었으니 굳이 여러 사람과 섞여 있는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잠자는 것만큼 편안하게라고 생각했기에 오성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것만 있어도 되는 싱글룸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하필 성수기와 겹치다보니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어쩔수없이 고르다보니 이번엔 호스텔, 도미토리로 오게 됐다.

다시 중부로 떠난 도시는 거점 도시가 많은 스튜트가르트다. 은근 숙박이 비싼 이곳에 잡은 도미토리에 들어서자 오후 3신데도 누가 자고 있다. 사실 일찍 체크인 한게 나도 오늘 새벽에 떠나 총 5시간이나 걸어 잠시 잠을 자고 싶었는데 그녀가 너무 곤하게 자고 있는 것이다.

배낭을 내려 놓으니 그녀가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가 다시 잔다. 쫄았다. 조심스럽게 배낭을 내려 놓고 이것 저것 꺼내는데 너무 신경 쓰여서 돈과 핸드폰만 들고 로비로 나와 버렸다. 그러다 나도 숙박객인데 가서 자면 되지,라며 들어 갔는데 그녀가 또 깨서 왜자꾸 나다녀? 라는듯 쳐다본다.

씩 웃어 주고 내 침대에 꼬부라져 누워 잠을 청하는데 이번엔 그녀의 부스럭 소리에 잠이 안온다.

딱 세시간만에 그녀가 깨서 저녁 먹으러 간단다. 넌? 이라기에 난 잘꺼야 했더니 알았다며 나갔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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