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뭐라고 - 우리의 삶은 함께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노 요코 지음, 이민연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친구들과 놀러 좀 그만 다니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밖에 나가서 놀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그것 때문에 나의 모든 것들에 제약이 생겼다. 숙제를 빨리하면 친구네 집에 놀러 갈 수 있고, 내 방 청소를 빨리 마치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와 놀러 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나이를 더 많이 먹으니 각자가 더 소중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생겨 친구와 함께 공유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친구가 뭐라고]를 쓴 사노 요코는 처음에 친구가 없어도 될 것처럼 얘기 했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챙기거나 알려 주거나 공유 되는 것들이 모두 다 있어야 친구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어느 날 소식을 끊었어도 수술한 배를 움켜쥐고 돈을 빌려 달라고 전화를 걸 수 있고, 나의 부고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달려와 나를 위로 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다른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걸로 시작된 이 책 속에 그녀의 진실성이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쏟아 놓는 친구와의 일화들을 통해 지나간 나의 친구들을 떠 올려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매년 다이어리를 정리 할 때마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지인들의 연락처를 지워 나갔다. 이후 핸드폰을 바뀌게 되면 자동적으로 연락처를 다시 옮겨 넣으면서 멀어진 이들의 연락처를 지우거나 때로는 다시 연락 할 때도 있었다. 지워지는 이들에 대해 아쉬운 것이 없다가 문득 나도 어떤 이들에게 이렇게 지워 지겠다는 생각에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친구와 멀어졌을 때, 혹은 심하게 다투었을 때 친구와 화해를 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그냥 둔다고 했다. 억지로 다시 만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에게도 간혹 이런 것들이 그전의 감정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싸우지 않기 위해 참다가 결국 그것이 더 큰 눈덩이처럼 커져 싸워 안보는 사이로 남게 된 경우도 있다. 그녀처럼 그냥 시간이 더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을 때까지 기다려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관계의 친구가 떠올라서 마음이 쓸쓸했다. 그녀의 말처럼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우정이 우정을 불러들일 때까지 있었다면 나는 정말로 소중한 그녀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우정이 우정을 부른다는 그 말은 어떤 말일까? 시간이 지나서 이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을 때까지 시간을 두는 것, 그래도 마음에도 더 이상 앙금이 남지 않아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 할 수 있는 그런 일,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사실 얼마나 많은 고독의 시간이 필요 할지 생각해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오해는 인생 경험치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친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꼭 오래된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로 남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 친구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사건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경험치를 불러와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겠지만, 간혹 내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 중학교 고등학교의 친구들만 오랜 친구,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는 주변의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과 훨씬 많은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하며 잘 지내고 있을 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된 사람인가 생각이 든다. 내겐 오래된 친구들은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중학교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돌보느라 아이가 없는 나에게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나는 더 이상 그녀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에 친구가 뭐라고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꼭 오래된 친구들만이 진정한 친구로 남는 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 내 주변에 남은 지인들이 더 빛나보였다. 그들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수간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고 행복한 일인지 잘 알고 있으므로 나는 내 옆에 있는 그들과 더 행복하게 살기위해 배려와 안부를 나누며 살기로 했다. 물론, 그들도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믿어 본다. 그런 이들만 내게 남았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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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25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까지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 다섯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