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비행기 안에서 더위를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렌지 항공 타고 베트남 중부, 다낭으로 가는 도중에 더위를 먹었다. 왜 그런 건지 알지 못하겠지만, 도착하는 5시간동안 약한 에어컨으로 너무 힘든 비행이었다. 나만 그런 건줄 알았지만 같이 동승한 지인도 함께 비행기 안에서 더위에 지쳐 갔다. 비행기에서 내려 나올 때 그 베트남의 더위가 당황스럽지 않을 정도로 너무 더운 비행이었다. 미식거리는 속을 달래고 싶었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돈 단위가 너무 큰 베트남의 환전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유독 베트남은 환전소도 돈을 속인다는 글을 많이 봐서 속지 않으려고 정신을 차리며 계산기를 들고 미친 듯이 그들이 계산한 돈이 맞는지 나도 맞춰보고 땀을 뚝뚝 흘리는 나를 밖에서 기다리는 픽업 기사는 지연된 비행기로 시간이 많이 갔다며 안달이 났다. 우릴 빨리 데려다 주고 또 픽업을 가야 하는데, 돈 계산 하느라 내가 안 나오니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는 지인의 얘기에 미안했지만 비행기 지연은 내 잘못이 아니니 이해해 주겠지. 아저씨 미안요. 나도 아직 정신이 차려 지지 않아서 힘들어요. 자꾸 환전소 유리창에 붙어 발 동동 거리면 내가 빨리 나갈것 같지만, 내가 좀 신중한 여자라 빨리 안나가요.

 

 

 

 

픽업 나온 기사는 우리에게 자신은 한국이 너무 좋다고 얘기를 해줬다. 특히 한국 여자들 너무 예쁘다고. 피부 좋고 예쁘고 친절하다고. 미안해 기사님아...우린 글렀어. 우리 보면서 얘기 안하는것 다 알고 있잖아.

 

 우리에게 너희 내일은 어디 가냐고 물어서 우리 rent 신청 했다고 하니 잘했다며 그럼 다음 날은 뭐해? 영업력이 좋으신 기사님과 깨끗한 중부 도시 다낭의 첫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가 첫날만 숙박 할 호텔은 옆 호텔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우릴 놓고 가신 기사님, 그래도 한국을 좋게 생각하시니 화는 내지 않으리라...무거운 캐리어 다시 들고 갈 생각에 아찔했는데 다행히 잘못 찾아 온 호텔 직원분이 옆 호텔이라며 우리 캐리어를 모두 들고 안내 해 주셨다.

 

그때부터였나? 베트남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늘 글에서는 소매치기 많고 (그건 유럽은 더 하잖아. 정말 유럽에서는 가방에 열쇠 안 잠그고 다니지 않은 날이 없었다. 독일 빼고) 오토바이 많아 매연 많고 환전소의 돈 속임수 많고, 택시 기사들 미터기 사기부터 많이 안 좋은 얘기들을 듣고 왔지만 무더운 오후 2시에 비행기 안에서 더위를 먹고 환전소에서 미친 듯이 모든 경비를 환전하며 어마어마하게 큰 돈 단위에 놀라서 정신줄 잡으며 온 이 호텔이 우리 호텔이 아니라는 것에 픽업 기사에게 화가 났었지만, 순박한 청년이 점심을 먹다가 말고 우리 짐을 들고 옆 호텔로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 가져다 줬던 그 친절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마웠어요. 청년. 우린 갑자기 베트남이 좋아 졌다우.

 

 

별3개짜리 호텔, 하룻밤에 25000원의 다낭의 호텔에 들어갔는데 역시 더웠다. 룸키를 꼽고 30분을 앉아 있었는데도 영 안 시원했다. 리모컨이 별 반응이 없어 데스크로 전화를 했다. 우리 리모컨이 이상하니 와서 봐 달라고 했더니 새로운 건전지를 가져와 바꿔 주자 시원한 소리가 나며 바람이 방안을 휘감았다. 아, 드디어 시원한 바람을 베트남에 와서 처음으로 맞아 본다며 둘이 힘들게 침대에 누웠는데 어찌나 고단하던지. 다낭에서는 하룻밤 밖에 안자서 오늘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더위 먹은 우리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다. 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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