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오빠가 돌아왔다.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였다.”로 시작되는 소설가 김영하의 소설집이다.


 

표제작 「오빠가 돌아왔다」는 열네살 하층민 동네에서 자란 아이 다운 소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열네살 소녀의 가족은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사소한 범법행위를 관공서에 고발하여 보상금을 받는다)’인 아빠, 미성년자 동거녀와 집에 돌아온 오빠, 아빠와 헤어지고 함바집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이다.

열여섯 살때까지 아버지에게 늘상 두들겨 맞던 오빠는 가출한 후 4년 만에 군에서 제대하여 집에 돌아왔다. 동거녀와 함께 오빠가 집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란이 가족에 대한 소녀의 냉소적인 시각에 담겨 거침없이 그려진다. 소녀의 냉소주의는 가족의 사랑을 표현하는 반어적 화법이다.


 

그밖에도 일상의 평범한 사건 속에 숨겨진 헤아릴 수 없는 긴장을 예리한 감성으로 포착한 「이사」와 「마지막 손님」, 기발한 상상력이 아이러니와 조롱에 섞여드는 번뜩이는 순간들을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로 풀어낸 「너의 의미」와 「보물선」(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등에서는 새로운 감수성과 다양한 소재로 동시대 한국문학을 갱신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의 역량이 잘 드러난다.


 

우리 일상 속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질 듯한 사건사고가 통쾌한 유머와 섬뜩한 아이러니를 업고 짜임새 있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가치 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내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특히 「오빠가 돌아왔다」는 8편의 작품 중에서 압권이다.


 

일자는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 중에 「오빠가 돌아왔다」를 종종 인용하곤 한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등장하는 가정과 ‘오빠’의 캐릭터가 유별나게 보이지만 실제 한국현대사가 각 가정에 각인시켰던 여러 굴곡점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 있어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렸을 때는 프로이트 심리학처럼 ‘어머니’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일지 몰라도 나이들어서는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어떤 존재’라 할 수 있다. 아버지와 관계가 특별하면 특별할수록 그런 필요성은 커진다.

아버지와의 관계와 별개로,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되는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은 대부분 ‘군대’라는 관문을 거쳐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질풍노도의 시대’라는 청소년기를 막 지나면서 군에 입대하게 되면 많은 남성들이 변화를 겪게 된다. 군대라는 조직의 경험이 남성들에게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집단 속에 홀로 견디는 2~3년은 개인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계기와 과정이 된다.(물론 연간 150명이 넘는 군대 내 사망자와 수많은 폭력, 학대 사건은 국방부의 무책임한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한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오빠가 돌아왔다」의 ‘오빠’의 경우에는, 군대라는 경험을 통해 체격과 힘이라는 면에서 성인으로 당당하게 성장하여 ‘폭군’ 아버지를 제압한 경우에 해당한다.

‘폭군’ 아버지가 보호나 애정은 커녕 어머니를 내쫒고 청소년 시절까지 자신울 폭행한 경험을 가진 남자 아이가 무엇을 배웠겠는가. 가정뿐 아니라 사회나 국가 어디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남자 아이일텐데. 그가 4년 만에 십대 소녀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폭력’으로 아버지를 제압한다는 설정은,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아는 지인 중에도 「오빠가 돌아왔다」의 가정과 비슷한 경우가 여럿 있다. 그 중 두 곳의 가정은 아버지가 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 세대다. 각 아들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폭력성에 시달리면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아직이다. 경제적인 독립이 여의치 않고 한 명은 정신적으로도 아직 독립하지 못했다. 공통적인 특징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가정을 경험한 아버지가 아내와 자식들에게 동일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들이 특이한 점은, 바깥에서는 ‘호인’이나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밖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상하고 배려심도 보인다는 것이다. 일종의 이중인격일텐데 정신장애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필자는 사회생활 중에 ‘호인’으로 평가되고 지인들을 자상하게 배려하는 남성들을 보이는 그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한국사회는 이중인격이 가능한 사회구조이자 인간관계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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