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탄생 -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니엘 네틀, 김상우 역 <성격의 탄생 Personality : What makes you the way you are was originally published in English in 2007> 2009 와이즈북


이 책은 공부모임 교재로 채택되어 읽게된 성격심리학 소개서이다. 성격심리학은 서구식 일반심리학에 진화론, 진화심리학, 유전학, 뇌과학 등을 적용한 후 개인의 성격을 중심으로 심리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문제를 다르게 보고 다르게 행동한다. 이런 차이는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 성격 여하에 따라 인생사는 확연히 달라진다. 나의 세계관, 직업, 인간관계 모두 성격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책은 이런 차이의 근원인 성격의 문제를 규명하고 있다.”

필자는 사람들이 눈 앞에 닥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고 그 개별 이유들 역시 서로 복합적이고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격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서구에서 태어난 사람은 서구라는 지역, 사회, 문화, 교육, 역사, 언론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지식과 성격이 구성되고 그에 근거하여 어떤 문제나 상황에 대해 자신의 가치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나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저자가 처음 설정하는 연구 주제 또는 명제가 기존 지식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에 이런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우선,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성격수치를 부여할 수 있는 ‘5대 성격특성’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을 인간 성격에 관한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5대 성격특성은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이다. 이 5대 성격특성을 기본 틀로 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토리와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성격의 특징과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그런데 영국인 545명과 여러 국가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각국에 몇명~몇십명에 불과한 사람들의 성격을 통해 전체 인류의 성격을 유형화시키고 공통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과학적 성과’나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그냥 ‘통계’ 수준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성격이 이 5가지 성격특성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5가지로 모든 사람의 성격점수를 낼 수 있고, 이 성격점수를 알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인생사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2013년 현재 71억 명에 달하는 전세계 인구의 성격을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마치 전세계 인류를 인종별로 나누어 사람의 성격을 규정지으려는 ‘인종주의’ 비슷한 게 느껴진다. 심리학계가 ‘5가지 성격특성을 합의’한 것이 5대 성격특성이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이라는 근거는 되지 못할 것이다. 다수가 합의한 것은 ‘권력’이 될 수는 있어도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성격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저자는 유전학과 뇌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성격이 서로 다른 진화론적 이유를 살펴본다. 독자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진단할 수 있도록 앞부분에 ‘성격진단표’를 첨부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혼자가 아닌 집단과 사회를 구성하고 대화와 토론을 하여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서로에게 조언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진단표’ 메뉴의 수십 가지 항목을 체크하여 자신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 규정을 자신의 성격으로 인정하고 그에 근거하여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터무니 없는 자신감 내지 자만심을 부추기는 주장이나 이론이 사회 전체적으로 서구식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남발을 가져오는 원인 중 한 가지가 아닌가 걱정될 정도이다.


저자는 성격의 약 50퍼센트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이유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 성격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해설과 동물 진화와 관련된 사례들로 '만들어진 성격'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렇다면 성격의 나머지 50 퍼센트는 환경의 영향일까? 이 책은 양육환경, 가족환경 등이 성격 형성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놀라운 주장을 전개한다.


저자는 일란성 쌍둥이 연구 등 권위 있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성격의 약 50퍼센트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이유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격이 유전된다는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는 저자의 논지는 매우 새롭다. 

사람마다 성격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방황선택’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이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좇는 진화과정에서 어떤 환경에서는 A라는 성격이, 또 다른 환경에서는 B라는 성격이 자연선택되는 진화 모델이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되풀이되면서 다양한 유전적 차이를 낳았고, 이것이 65억 인구만큼 다양한 성격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인간 성격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해설과 동물 진화와 관련된 광범위한 사례들이 교차되면서 ‘만들어진 성격’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사람은 생존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좇기도 하지만 집단을 이루어 생존에 유리하도록 외부적인 조건과 환경을 의식적으로 바꾸기도 한다는 것은 이제 인류 전체에는 상식에 속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화론’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장구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가 탄생하고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정도까지 성장하기까지는 인류가 ‘적응’과 ‘선택’이라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집단적인 ‘개조’와 ‘창조’라는 적극적인 태도로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가족환경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즉 양육환경, 가족환경, 어머니와의 애착관계, 형제서열, 태아환경, 키/몸매/매력/지능 등의 육체적 특징이 성격 형성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가장 쇼킹한 주장은 가족환경이나 가족관계가 성격 형성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로, 우울증과 이혼을 겪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똑같이 우울증과 이혼을 겪기 쉬운데, 그것은 자녀들이 부모를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애당초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형제서열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데, 이는 부모의 자원을 놓고 벌이는 형제 경쟁이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프랭크 설로웨이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다. 저자는 설로웨이가 모범적인 성격 데이터가 아니라 역사적, 생물학적 정보만을 기초로 했다는 학계의 문제제기를 언급하고 있다. 수많은 가족 사례 연구와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연구를 통해 저자는 성격과 환경의 연관성을 과학적, 객관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울증이나 이혼에 대한 ‘유전자 이론’은 논리가 빈약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의 우울증과 이혼이 환경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면, 부모의 우울증과 이혼 유전자 역시 그들의 부모에게 물려받았다는 주장이 성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모의 부모로 거슬러 올라가 자식의 수십, 수천대 조상은 이혼을 하는 유전자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 논리라면 인류 탄생 순간부터 우울증이나 이혼이 존재하게 되고, 대를 이어 우울증과 이혼 유전자가 증가하여 21세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인류에게 우울증과 이혼 유전자가 존재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이나 이론은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 행동들이 부모 및 조상의 유전자에 기인한다는 ‘조상탓’ 이론에 불과해버리게 된다. 결국 저자의 ‘성격심리학’은 사회와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사람과 인류의 의지와 노력을 폄하해버리는 거의 중세기적 사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인간 성격을 규명하는 다양한 심리 실험과 뇌과학 이야기도 펼쳐진다. 걱정, 불안, 슬픔, 기쁨, 행복감 등의 감정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밝히면서 성격이 뇌신경과 유전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한다. 마약, 도박, 알코올에 빠지는 사람들, 우울증과 신경과민인 사람들, 외향적인 사람들의 뇌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면서 성격이 단지 심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으로 풀어야 할 숙제임을 지적한다. 인간의 성격특성(외향성, 친화성, 성실성)을 밝혀내기 위해 행해진 다양한 심리 실험과 추적조사(아이오와 도박과제, 침팬지 실험, 독재자 게임, 터먼의 아이들 사례 연구 등)는 인간 성격의 파노라마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복잡한 성격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뇌과학 이야기는 ‘5대 성격특성’을 소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뇌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증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라는 문장만으로 근거를 찾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근본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는 행동과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는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행동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성격이 가진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순방향 행동을 택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단점을 최소화하는 역방향 행동은 자신의 성격에 역행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뇌를 억지로 써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통해 성격으로 초래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노력할 가치가 있다. 삶을 보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예컨대, 가난한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대신 ‘무소유’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저자는 특히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인지행동요법 등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책을 심하게 평가하면 “운명에 순응하라” “조상탓을 하라” “자신과 사회를 바꾸려고 하지 마라”는 주장을 ‘성격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풀어쓴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부모의 유전자에 따라) 세계관과 인간관계가 결정되고, 직업이 결정되고, 소득이 결정되고,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헬조선’이 사회경제적인 구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노오력’이 부족하고 ‘성격이 별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 2016년 9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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