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람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김진향 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추!! [서평] 김진향 교수 외 공저 <개성공단 사람들>을 읽고 / 2015. 06., 279쪽, 내일을여는책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을 마주 겨눈 휴전선(군사분계선).
그 휴전선 판문점에서 불과 2.5km만 북한의 영토로 들어가면 ‘개성공단(개성공업지구)’ 100만 평의 입구가 나타난다.
100만 평 중에서 1단계 5만여 평에서 2004년부터 남한의 중소기업 124개가 5만 3천 명의 북측 노동자들과 함께 각종 상품을 만들고 있다.
2013년, 약 6개월 동안 공단 가동이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12년째 남과 북의 경제협력으로 경쟁력 높은 제품이 국내외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담당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 장기 체류하면서 관리위원회에서 관리와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하였다.

한국인들이 개성공단에 대해 아는 정보는 많지 않다. 보통 정주영 현대 회장의 협력과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간 합의에 따라 시작된 남북 합작 공단이라는 정도다.
언론과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소식만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개성공단이 ‘북한에 퍼주기’이고 개성공단에서 번 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원’으로 쓰이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측 사람들의 신변히 위험하다는 이야기들이 기억날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에서 오랫동안 직접 일했던 저자를 비롯해 남측 기업인, 노동자들은 정반대로 증언한다. 그리고 그들은 개성공단이야말로 ‘날마다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관리자, 법인장, 기업 대표, 노동자 등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15명이 개성공단과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하던 북측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기록이다.

그들은 왜 언론과 정부여당의 말이 틀리다고 할까?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5만 3천 명의 북측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2015년 현재 월 130달러다. 한국돈으로 14~15만원인 셈이다. 남측 제조업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여의 10~20분의 1이고, 중국이나 베트남 인건비와 비교해도 1/5 ~ 1/10에 불과하다. 그리고 북측의 노동자들은 언어가 같고,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노동의욕이 높고 손재주가 좋다. 더군다나 개성공단의 물류비용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공단과 비교할 수도 없이 저렴하다. 매출액은 연간 15~30억 달러 정도라 한다.(“남측 기업 124개의 노동자와 가족, 그리고 협력업체 가족까지 따지면 약 20만 명 이상의 남측 사람들이 개성공단 덕분에 먹고 살고 있죠.” 102쪽)
이 모든 것들이 개성공단의 경쟁력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 기업을 운영할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들어간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 개성공단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다. 

북측의 노동자들이 매달 받는 130달러 중 중 30% 정도가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북측의 정부로부터 공제된다. 연간 1억 달러 규모다. 30% 정도면 보통 국가로서는 그렇게 부당하지 않은 공제금액이다. 북한이 보육과 교육, 주거와 의료 등 대부분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돈으로 북측의 노동자들은 자신과 식구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소비생활을 하는데 충분하다.("2000년 처음 개성공단을 합의할 시, 남측에서 협상안으로 마련한 북측 노동자의 월급은 200달러였는데, 25%인 50달러로 확정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그가 말한 이유는 개성공단에 초기에 들어온 기업이 돈을 벌어야 다른 공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북측 노동자들은 남측 관계자나 관리자들에게 자신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측 기업을 돕고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57쪽)

이런 구조에서 개성공단은 북측에 ‘퍼주기’가 아니라 남측이 ‘퍼가기’를 하는 곳이다. 북측에 대비하여 남측이 15배에서 30배를 벌어들이는 곳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북측 정부가 핵무기 개발로 가져갈 것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기존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축소되고 중단되면 될수록 남축과 기업들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들은 왜 개성공단에서 ‘날마다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할까? 

개성공단에서 일해본 관리자들이나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남측과 북측이 서로 많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또 많은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남북이 분단체제로 제각기 살아온 지 무려 70년이 넘었다. 따라서 같은 ‘한글’이라고 해도 ‘말’의 의미와 사용법이 많이 다르다. 자본주의 생활양식으로 살아온 사람과 사회주의 생활양식으로 살아온 사회경제적, 문화적 차이도 상당하다. 남측 사람들은 북측사람들의 ‘집단주의 생활’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북측 사람들은 ‘돈만 밝히는’ 남측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북측 사람들은 남측 사람들의 개인적인 책임과 개인적인 성과에 익숙하지 못하고, 남측 사람들은 북측 사람들의 ‘집단적 책임’과 ‘집단적 성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측에서는 개인과 가족이 우선이고, 나의 이익과 성공이 먼저이고, 사람들간의 관계는 거래와 ‘기브앤테이크’이지만, 북측에서는 개인보다 집단이, 나의 가족보다 국가 전체의 '사회주의 대가족’이 우선이며, 사람들간의 관계는 ‘신뢰’와 ‘협동’이 기본이다. 남측에서는 북측의 유일수령체제와 세습정권을 용납할 수 없지만, 북측에서는 남측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도자와 수령을 폄하하고 조롱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자신들에 대한 모독이고 욕설인 것이다.
그래서 개성공단에서는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긴장되면, 남북 관계자나 노동자들은 정치적, 군사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금기’가 된다.(평소에도 일대일 관계 이외에는 말을 섞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렇지만 남과 북이 한민족이고 같은 핏줄로 같은 역사를 공유했다는 것은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부정할 수가 없다.
북측 사람들의 관혼상제 풍습과 제사,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똑같다. 그들도 ‘개XX’라는 욕을 하고, 심지어 ‘빨갱이 같은 짓’이라는 비난도 있다. 무언가를 선물하면 꼭 다른 것을 선물한다. 선물은 거래의 대가가 아니라 마음의 표시이자 감사의 표시다.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운동경기도 좋아한다. 민족적 감정도 닮았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측도)북측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그런 면에서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남측 관리자나 노동자들은 “컴맹이나 문맹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99.9%가 북한에 대해 거의 모르는 ‘북맹’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북한 사람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하게 된다.
물론 북측 사람들도 남측 사회나 남측 사람들에 대해 상당 부분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다. 북측 정부의 정보 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도 남측 사람들이 미군에게 일상적으로 감시당한다고 생각하고, 굶어죽는 사람과 노숙자가 길거리에 넘친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확대되고, 개성공단 같은 남북 경제협력 공간이 확대되면 남과 북의 보통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서로의 삶과 문화에 대해, 같음과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결 같이 개성공단에서 ‘날마다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진향은 개성공단의 진실이자 개성공단의 진정한 의미를 1) 남북간 상생과 경제협력-평화정착 모델이고, 2) 북측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학습장이 되며, 3) 남북간 긴장 해소와 평화 진작을 이룰 수 있고, 4) 남북간 평화의 확실한 안전 장치가 되는 것이라 말한다.

그들은 왜 개성공단이 ‘기적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할까?

2000년 남북의 정상들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시작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남북이 개성공단에서 함께 경제적인 이익을 거두고 남북간 공통점을 찾아가자는 ‘개성공단 조성’과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합의로 결실을 맺었다. 
남북한 합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북측은 2002년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하여 사회주의 경제양식의 기본 틀을 벗어난 제도를 결정했고, 남측은 2007년 ‘개성공업지구지원에관한법’을 제정하여 헌법과 각종 법률에서 예외를 둔 사항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2007년 남북 정상들의 ’10.4 공동선업’으로 개성공단 확장 등 경제협력의 확대와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합의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7년 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남북의 합의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2008년 금강산을 관광하던 관광객이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이 중단되었고,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를 취했다. 5.24 조치는 기존의 남북간 합의를 전면적으로 무효화시키고, 남북의 민간 교류 및 협력을 금지하였다.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이 중단되어도 무방하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중단될 위험에 처했다. 2008년 이후 남측의 합의 불이행, 2009년 금강산과 개성 관광 중단, 2010년 5.24조치,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013년 2월 북측의 핵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그리고 대북 삐라 발송 등 남북간 갈등이 격화되었다.
2008년 이후 남측이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항의하던 북측은 2013년 4월 드디어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다.
7월부터 시작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간 협상이 진행된 후, 6개월 만인 그해 9월에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었다.
(개성공단 약사는 첨부한 사진 참조)

북측의 군부 강경파와 남측의 분단옹호 세력은 분단체제가 지속되어 자신들의 기득권이 유지되고, 부정부패가 감추어지길 원한다. 따라서 분단체가 유지되어야 하고, 분단을 허물고 통일을 앞당기는 개성공단이 무산되고 없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는 보수언론과 결탁하여 연이어 개성공단에 대한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허위 정보를 국민들에게 유포한다. 지난 8월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포격 사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남북간에는 군사적 긴장과 정치외교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북-미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개성공단이 살아남고 유지되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부정하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싫어하는 정부여당이 8년찌 집권하는 동안에도 개성공단이 유지되고 이어가는 것은 남북 주권자들과 한민족의 염원과 노력이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와 취재기자, 그리고 인터뷰에 응한 남측 관리자와 노동자들의 증언 하나하나가 진심이자 진실일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총체적 무지'에 빠져 있다."(25쪽)

"남과 북은 많이 다르다. 그 '다름'을 우리는 '틀림'으로 일반화시킨다. 분단체제가 강요한 획일적 사고와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다른 선악적 구분의 폐해다."
"남측의 '자유'의 개념과 북측의 '자유'의 개념은 다르다. '노동'과 경제, '고용'의 개념도 다르다. 북측에는 '임금'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고 다만 '생활비'라는 개념이 있을 뿐이다."(26쪽)

"결국 북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지수나 지표들은 추정에 추정을 더한 매우 많이 가공되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해 거의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총체적 무지가 적대적 대북정책과 만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북한은 더 이상 평화와 통일의 일 주체도 공존공영할 상대도 대화의 온전한 파트너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결국 전통적인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의 연장선에서 북한은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근거한 '악'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찌질이', '완벽한 루저'일 뿐이다."(27쪽)

"평화와 안보는 국민생존권이 걸려 있는 절대국익의 영역이기에 이 문제를 둘러싼 사실관계들은 어느 영역보다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한다."(29쪽)

"평화가 통일이고 평화가 대박이다. 그런데 그 평화란 게 너무나 간단하다. 엄청난 국가적 비용도 필요 없고 특별한 국가적 노력과 국민들의 각고의 인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상호존중'의 정신 하나면 된다. 남과 북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는 자세만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30쪽)

"개성공단은 어느 날부터인가 ‘북한 퍼주기’의 대명사처럼 취급되더니, 이제는 아예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의 우리 기업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때도, 장장 6개월이나 공단이 폐쇄되었을 때도 결코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성공단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업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출판사 책 소개)

날마다 작은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개성공단의 남북의 사람들.

인간 세상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적이고 없애야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는 전쟁과 학살을 가져온다고 한국현대사는 말해 준다. 현 정부여당의 기본적인 태도이고, 그에 맞선다면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야권의 태도이다. 그런 태도로는 상대방과 대화할 수도, 공존할 수도 없고, 상대를 변화시킬 수도 없을 것니다. 남북이 적대적인 이유도, 여야가 적대적인 이유도, 야권이 늘상 분열하여 갈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성공단이 한민족과 한반도가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아는 '북한'에 대한 모든 정보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돌이켜보면 거의 99% 정부와 보수언론임을 알게 된다. 일부는 미국 언론이고. 그런 정보에 근거하여 자신의 머리 속에 형성된 북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래에 진보하고 발전하기는 고사하고 상식적인 수준도 못된다.
북한(사람)에 대한 진실에 접근하고 싶다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에 이르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2015년 10월 30일 ]

*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 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 김진향씨의 동영상 강연은 https://youtu.be/S1W21ITINus 를 참고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