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의 정의는,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사회 현상이 발생하는지 고찰하는 학문"이다.
이는 경제학 분야의 주류인 고전경제학의 대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를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호모이코노미쿠스'는 극히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을 말한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모순이 없으며, 항상 변하지 않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대안만을 선택한다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 고전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은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경제학'과 '고전이론'을 창시한 이래, 인구폭발과 지구멸망의 예언자 맬서스의 <인구론>, 자유무역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아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원론>과 한계적 시야를 일깨운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원론>, 제도학파를 이끈 베블런과 갤브레이스의 <유한계급론>과 <경제학과 공공목적>, 정부개입과 재정정책의 선구자이자 풍류도락가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의 자유>, 공공선택학파 제임스 뷰캐넌의 <동의의 계산법>과 합리적 기대이론가이자 자유시장주의자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와 계량경제학의 실제> 등을 통해 21세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전경제학은 학문분야 뿐 아니라 서구세계의 정치계와 재계까지 장악하여 오늘날의 전지구적인 경제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50년 넘게 경쟁하던 사회주의 경제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더 이상 지구상에 고전경제학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경제사상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300년 가까이 인류의 경제사상을 장악한 고전경제학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전경제학은 새로운 도전자나 경제사상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하여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하게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거두가 무너진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자유시장, 수요와 공급, 통화주의, 정부개입, 국제무역의 무한질주는 급기야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경제체제를 무너뜨렸으며, 2007~2008년에는 고전경제학의 최첨단 주자인 미국경제가 뿌리째부터 흔들린 이후 현재까지 국제경제의 불안정성과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위기를의 근원적인 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를 부정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허버트 사이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 트버스키 교수 등의 최신이론을 소개하면서 고전경제학을 공격한다.

먼저, 인간의 '합리성'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그리고 인간은 태생적, 통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실험들은 ’몬티 홀 딜레마’, ’감염 확률 테스트’, ’4장의 카드문제’, ’미인 투표 게임’, ’최종 제안 게임’, ’지네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으로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주변에 대해 테스트를 하면서 보통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임의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실제적인 실험을 통하여 결과가 나타나는 심리학 이론을 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에 적용하여 새로운 경제학 즉, ’실제 인간의 행동’을 근거로 하는 경제학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이론 전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심리학, 경제학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huristic)', '바이어스(Bias)', '이중 프로세스 이론', '앨즈버그 패러독스', '손실 회피성', '프레이밍 효과', '화폐 착각', '멘털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매몰원가 효과', '사회적 선호' 등 수 많은 개념과 이론, 실험과 결과들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기본구조와 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에는 심리학과 경제학 일반론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생태학, 뇌과학까지 적용하는 종합학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종합적이다.

이 책의 목차만 살펴보아도 얼마나 많은 개념과 실험이 동원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1장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행동경제학의 탄생
경제적 인간·신과 같은 인물 |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인 | 경제적 인간의 조건 | 경제적 인간 가설에 대한 옹호론 | 행동경제학이란? | 경제학과 심리학은 하나였다 | 재주꾼 허버트 사이먼 | 인지심리학의 탄생 | 행동경제학의 성립 | 실험경제학과의 차이 |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 확률 이해의 어려움 |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논리적 추론 | 미인투표 게임 | 최종제안 게임 | 게임 이론과 합리성 | 죄수의 딜레마 | 사람은 합리적인가? | 인간의 대단한 능력 

제3장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직감’의 기능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무엇인가 |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이미지화 용이성(Ease of Imaginablilty) |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 대표성 함정(representativeness heuritics) |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Regression Effect) | 기저율을 무시한 믿음(Neglect of base Rate) | 기준점 효과와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 전문가도 유혹당한다 | 신속하고 간결한 휴리스틱 | 공중 플라이볼을 위한 휴리스틱 | 2개의 정보처리 프로세스 | 직감이 힘이 된다 | 린다 문제 | 여러 가지 휴리스틱 | 로봇 프레임 문제 | 인간도 프레임 문제로 고뇌한다 

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이론―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판단
변화의 감각 | 가치함수 | 준거점(reference point) 의존성 | 민감도(敏感度) 체감성(遞減性) | 리스크에 대한 태도 | 손실회피성 | 가치함수의 수치 예 | 확률가중함수 | 확률가중함수의 예시 | 확실성 효과 |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 | 엘즈버그(Ellsberg) 패러독스 

제5장 프로스펙트 이론(2) 응용―‘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구속됨
준거점 의존성·손실회피성과 무차별곡선 | 보유효과와 현상유지 바이어스 | 수취와 지불의 차 | 시장에서의 보유효과 | 현상유지 바이어스 | 공정(公正)을 둘러싸고 |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 분배의 공정성(公正性) 

제6장 프레이밍(framing) 효과와 선호의 성향―선호는 변하기 십상이다 
프레이밍 효과란 | 정책과 프레이밍 효과 | 초깃값 효과 | 화폐착각 |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 매몰원가(sunk cost) 효과 |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 | 선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중간대안(compromising alternative)이 선택된다 | 이유 있는 선택 | 스토리가 있으면 선택된다 | 선택대안은 많을수록 좋을까? | 만족화와 최대화 인간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시간선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 이자율과 할인율 |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 지수형(指數型) 할인 | 쌍곡형 할인 | 2가지 형식의 할인 |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 마이너스 할인율 |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 역전되는 선호 | 시간해석이론 | 시간해석의 원인 | 희망과 실현가능성 ... 
 
'행동경제학'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경제학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이 주류의 공격과 편향을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본성과 행태를 밑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탄생하여 21세기 인류의 행복증진에 이바지 할지, 아니면 고전경제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서 주류경제학에 편입되어 '무한경쟁'과 '황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주의'에 기여할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노벨상위원회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에게 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이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도록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간략하게 공부한 바 있던 ’개념과 허구적인 이론만 있는 딱딱한 경제학’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적용하여 새롭게 경제이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신선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있는 각종 실험들을 나 스스로 적용해본 결과와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생각은 흥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조금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실험과 테스트가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서구문화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 서구문화와 전혀 다른 태생의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떤 실험결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에 읽었던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과 서양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보완되고 추가적인 실험가 연구가 지속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10. 11.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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