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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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선대인 소장의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2013 웅진지식하우스) 

선대인 소장은 나의 전공분야인 부동산에 대한 관점과 진단에서 가장 크게 공감이 가는 전문가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라는 이름은, 다소 비관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많이 하면서 다른 학자, 전문가나 정치세력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는 편이지만, 그의 저서와 블로그 글을 접하면 그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부동산 신화는 이미 끝났으며, 모두가 바라는 부동산 연착륙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선대인 소장은 가계별로 다른 7가지의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법, 전월세와 임대주택 위주로 재편될 변화, 경제 구조와 인구 변화와 연동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정부가 어떤 방향의 부동산 정책을 써야 대세하락기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선대인 소장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떠오른다. 그만큼 선 소장은 한국경제와 사회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평가한다. 헨리 조지가 1848년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은 사회가 진보하더라도 당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방식이 지속된다면 인류사회의 부는 생산성도 부가가치도 없는 토지(부동산)에 집중되고 노동자와 서민들뿐 아니라 기업주와 정부까지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시대의 사상가였다.

선 소장은 한국은 이미 두 개의 전환기가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두 가지의 전환기는 '부동산 대세상승기에에서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것과 단순한 부동산시장 사이클 전환을 뛰어넘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그는 전세가격이 치솟는 것도 이 두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파장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3단계 하락기간을 거쳐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데 7~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 정부가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과 금융대출에 집착하면서 제대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몇 년 안에 부동산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단지 부동산 폭락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변화가 체감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방향은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보이며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로지 ‘집값 떠받들기’에 몰두해 건설업계의 건전한 구조 변화 유도와 금융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놓치고 있다고 정리한다.

- 한국의 가계부채 1000조 돌파, 특별관리 필요하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2563.html
- "공공부채 900조 돌파, 관리 못하면 수년내 日처럼 신용등급 강등" http://news.zum.com/articles/18503632 

선 소장은 부동산 소비자들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펼쳐질 10대 현상을 정리해주었다.
1.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증가한다. 
2. 부동산 용도는 투자가 아닌 사용 중심으로 변한다. 
3. 신축주택이냐 노후주택이냐가 가격을 결정한다. 
4.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 시대로 전환한다. 
5. 중대형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 
6.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온다. 
7. 거품이 꺼지면 부동산에도 품질이 중요해진다. 
8. 선분양제가 사라진다. 
9. 자비 리모델링이 급증하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된다. 
10.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을 한국경제의 흐름고 선순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그 기간은 민주정부 10년 동안이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인 2002년까지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했다. 김대중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외환위기 직후의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고, 카드채 남발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큰 과오였다.
뒤이어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카드채 사태를 해소해야 했음에도 이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졌고, 결국 이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데 2~3년 정도가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 10.29 대책을 내놓는 등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내놓아 2003년 하반기~200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부양책을 거들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토건 부양책을 실시했고 전국에 대규모 주택단지 붐이 일어났다.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 드라이브가 맞물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LTV와 DTI를 순차적으로 도입했으나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뒤였다.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여 다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모두가 인정하고 당사자들도 공식적으로 언명하듯이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을 막고 집값 하락을 저지하고 포화상태인 건설업계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었고 쏟아붓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라고 포장을 씌웠지만 실제 내용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양질의 공공분양,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부동산 기득권층과 건설업계를 떠받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과도하게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좀비 상태로 살아남아 밀어내기 분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급과잉의 근본 원인이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나 법정고나리를 실시했지만, 실제로 시장 퇴출이 일어나는 시장 청소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각종 토건 사업으로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의 부동산 주택정책의 특징은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통해 빚더미로 집값과 전월세값을 떠받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빚더미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가 1천 조를 넘어서고 있고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또한 1천조를 넘어섰다.
선 소장은 정부의 부절적할 부동산 부양책(집값 떠받치기)에 여당과 상업언론과 사이비 연구소와 학자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역전시킬 묘책은 없으며, 연착륙은 고사하고 견착륙이라도 서둘러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 소장은 주택 유형에 따른 일반 가계의 대응법을 조언한다.
-집이 두 채지만 빚에 시달리고 있다면 -> 집 한채를 팔아야 한다. 자신이 샀던 가격 또는 최고점 가격은 잊어야 한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싸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담보대출에 쪼들리는 1주택 소유자라면 -> 가계의 현금흐름과 부채 및 이자 상환 가능 여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다음 보수적으로 판단한 다음 가급적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한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은행대출 이자로 낼 돈을 저축하면 5년 동안 같은 금액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향후 주택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같은 집을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 심각한 전세난에 집을 살까 고민한다면 -> 신중하게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한다면 역시 가계소득을 고려해야 한다. 전세난과 집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대출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 기존 전세금까지 날릴 수 있다.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면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지 가족의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 ‘전세형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 이런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분양이 되지 않아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시행사나 건설업체 명의의 대출이 먼저 설정되어 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전세가 빠지지 않을 때 전세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건설업체가 부실화되어 중간에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결혼을 앞두었다면, 전세냐 매매냐 ->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향후 집값은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경우 달콤한 신혼 생활이나 출산,보육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 1인 가구 독신자, 월세냐 전세냐 -> 부모나 자신의 부담능력이 아닌 전세대출을 통한 전세대출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아무리 이자가 싸고 대출조건이 좋다 하더라도 자신이 향후 5~10년 동안 고용과 소득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상환할 수 있을지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 노후 대비책으로 오피스텔 투자를 생각한다면 -> 2013년 오피스텔 평균 투자수익율이 전국은 5.90% 서울지역은 5.45%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율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실에 따른 미수금, 유지관리비용, 취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독자들이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가져야 할 10가지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1. 무주택자라면 조급해하지 마라
2.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모험적 투자는 하지 마라.
3.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4. 가계부채가 일정하게 해소된 뒤 움직여라.
5. 환금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6.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드시 이해하라.
7. 내 부동산,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유 여부 결정하라.
8.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
9. 집값 상승기 때의 상식을 버려라.
10. 지방 거주자들은 수도권의 흐름을 주시하라.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전문가들이 진정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들을 위한다면 ‘효과적인 견착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효과적인 견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주어야 하고, 주택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공공 차원에서 가계 컨설팅을 시작하고, 부실 건설업계 시장을 청소해야 하며, 재정 지원의 초점을 저소득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한국의 새로운 주거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다섯 가지 모두 적극 공감이 되는 과제이고,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본 결과,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연합에게 이런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첫째.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높이자.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로 이행해가야 한다. 선분양제에 연동된 주택청약제도도 없애고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구조도 바꾸어 처음부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대폭 늘려야 모두가 산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려 임대주택시장 지배력을 높여야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임차인의 지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공정임대료 제도와 같은 세입자 보호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넷째, 부동산 세제를 개혁하자. 특히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
다섯째, 국토교통부에서 주거복지부로. 더이상 정부가 건설산업 촉진이나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거바우처, 주거보조금, 후분양제, 임차인보호법, 부동산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담당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선대인 소장에게 아쉬운 점은, 언론과 지식인 계층도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변해야만 가능한 과제들이 아니라 주권자이자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직접 할 수 있는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책 안의 독일의 협동조합 주택 모델을 몇 쪽 소개하지는 했지만, 제대로 조사연구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

[ 2014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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