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 성찰과 대안 모색
강현수 외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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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현수 외 8인 저 < 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 성찰과 대안 모색>을 읽고 / 2013. 05., 385쪽, 사회평론

지역(패권)주의와 지역불균형 발전의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해 공부하는 중에 소개받아 읽게 된 책이다.
작년 강준만 교수의 <전라도 죽이기>와 <대한민국입시잔혹사> 등을 읽고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과 곤련하여 경제수치와 역대 정권의 정책 그리고 정책대안이 궁금했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지역(패권)주의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하여 학계에 관련 연구 논문은 많은 지 모르겠지만, 실제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시중에 출판된 서적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몇 개 출판된 서적 중에는 강준만 교수의 책이 가장 많은 편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강준만 교수의 저서 <전라도 죽이기>의 경우 출간 당시 폭발적인 인기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도서관에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고서적을 찾기도 어려웠다.(저도 <전라도 죽이기>를 공식가격보다 2.5배 주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정책과제가 되는 현실은 실제로 국내 각 지역의 발전이 불균형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산업화 과정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농촌과 도시 간, 중소도시와 대도시 간, 경부축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서울과 나머지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경제·사회·문화적 격차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격차로 인해 차별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지방에서 서울로, 그리고 서울이 포화가 되자 그 주변 수도권으로 이주하였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가량이 도시에, 그리고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20%가 수도 서울 한 도시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화 현상은 산업화가 성숙된 다른 선진 국가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한 지역에만 집중하는 일극 집중 현상은, 도시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 정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특수한 현상이다.
너무 지나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하여, 그리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의 의무인 국토 균형개발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하여 역대 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펼쳐왔으며, 낙후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 투자를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촌을 포함한 낙후지역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이 거의 대부분 떠나고 노령층만 남아서 미래의 희망이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소도시 역시 수도권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도시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면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회 박탈과 소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유발시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발전지역의 성장만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일극의 성장만으로 국가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정계와 재계 그리고 권력층에서 일부 지역출신들의 특정 지역 편애와 홀대가 노골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추진되어 왔음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지역패권주의'와 '지역차별'이라는 용어가 한국현대사를 특징짓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비수도권 내에서 경부축과 비경부축 격차는 역대 정권이, 특히 박정희 정권 이후 수십 년 동안 집권세력이 국가정책과 국토이용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보다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IMF 이후 한국사회는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점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지역 중심도시와 비중심도시간의 격차가 더 커져버렸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을 지배해버리는 이중적인 불균형이 발생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별 실효성이 없었던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세계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으로부터 촉발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균형발전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있다. 즉, ‘균형’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다. 균형발전을 경제학적 균형으로 보는 논자들은 균형발전이 불가능한 목표이며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본다. 반면 균형발전론자들은 균형발전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듯이 각 지역이 각자의 역사, 문화, 산업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밖에 균형발전 당위성을 둘러싼 논쟁,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균형발전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설사 균형발전의 필요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간 선후문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간 단위 설정 문제, 다핵형 국토 공간구조 전략의 실효성 문제, 지방분권에서의 행정구역 개편 문제, 지역균형발전에서의 수도권의 역할 문제, 지역 내생적 발전전략의 유효성 문제 등 많은 논쟁거리가 산적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우선 역대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평가하는데, 이른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에 기댄 지역 정책을 비판한다. 이 기조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낙수 효과”는 미미했고, 지역 불균형은 심화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 국가 발전의 원천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책의 실행 부분에서는 그간의 중앙집권적 방식이 갖는 한계를 지적한 후, 각 지역이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아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역분권적 방식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분야별 정책 방향을 두루 고찰하고 있다. 

1장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의 전개과정과 실태'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경부축과 비경부축 간의 불균형을 조사하여 공식 통계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 질적인 불균형, 즉 권력, 기회, 자산의 불균형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2장 '지역 간 경제적 격차의 실상과 원인'에서는 박정희 정권 이후 정치적 동원기제로 지역을 활용함으로써 벌어졌으며, 소득과 고용을 중심으로 지역 간 경제적 측면의 격차를 자세히 분석한다. 특히 경제적 측면의 지역 간 격차가 2000년대 이후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 주도의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경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3장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쟁점들'에서는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균형발전의 당위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한 후, 지역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느 가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이나 사회적 통합성 측면에서 필요한 과제라고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선후 관계, 균형발전을 위한 공간적 단위, 다핵형 국토 공간구조 전략의 실효성, 행정구역 개편, 수도권의 역할 및 수도권 집적경제 허용 범위, 내생적 발전전략의 유효성 들에 대해 검토한다.
4장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미완의 도전'에서는 역대 정부의 지역균혀발전 정책을 개관하고, 참여정부가 수행했던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와 방향, 신행정수도 및 혁신도시 건설 정책을 위시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몇 가지 핵심 정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위상으로서의 장점은 있되, 실질적 성과는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다. '원래 목적했던 바를 달성하지 못한 미완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5장 '이명박 정부의 지역 정책: 균형발전 정책의 퇴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지역 정책을 광역경제권 정책 및 4대강 사업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균형발전 정책의 퇴보라 할 수 있다.
6장 '새로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방향과 과제'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 간 결쟁과 갈등에서 지역 간 상생과 협력으로, 부문별 분산적 접근에서 장소에 기반한 통합적 접근으로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가 전환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7장에서 14장까지는 각 분야별로 기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비판 제기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7장 '지역 산업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그동안 지역 산업 정책이 너무 기술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과 각 지역이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음을 비판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안으로 광역경제권이 지역에 적합한 산업 전략을 수립하는 거버넌스 단위가 되어야 하며, 광역경제권 내 고등교육기관, 정부 출연연구소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지식의 창출과 공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8장 '지역 과학기술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기존에 구축된 지역의 기술혁신 인프라와 역량을 토대로 지역 기업들에게 핵심 기술력을 제공하여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장 '지역개발 및 지역재생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수행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의 한계를 비판하고, 저성장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는 대안적 개발사업 방식들을 제안한다.
10장 '내발적 지역발전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지금까지의 주된 지역 발전 전략이었던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외생적 발전 전략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지역 내 자산들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내발적 발전 전략을 제안한다. 
11장 '낙후지역 발전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역대 정부가 시행해 왔던 낙후지역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낙후지역 정책의 방향이 종래와 같은 인프라 위주의 정책 대신 지역 주민의 행복과 지결되는 소득과 일자리 창출 및 생활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12장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심각한 수도권 집중 상황 속에서 수도권 문제를 수도권 내부의 문제로 보기보다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하여 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합의에 바탕을 둔 상생 정책들을 제시한다.
13장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제도 방향과 과제에서는 낙후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재정 지원 전략 마련과 함께,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의 재정립, 지방세입의 확충을 통한 재정 분권의 확대, 광역-지역 발전특별회계의 구조개편 등을 제안한다.
14장 '지역균형발전 추진체계 및 거버넌스의 형성'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발전정책 컨트롤 타워의 강화와 현재의 시도를 공간계획의 핵심적인 단위로 전환시키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금과 같은 중앙집권적인 추진체계가 아니라 지방분권적 지역발전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들은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를 중앙집권적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지역 발전을 위한 권한과 재원을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업 및 예산 지원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이 결과 중앙정부의 지역 발전 사업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과 지역주의 발생, 여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규모 국책사업 남발, 이로 인한 지역 사업의 성과 부진과 예산 낭비,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은 각 지역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방분권적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의 정책대안이 실현되면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격차가 해소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전에 나서는 문제는 현재의 정치권이나 행정관료들의 의식이나 행태를 볼 때, 저자들의 정책대안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왜 지역균형발전이 절실한지 밝히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쟁점을 정리하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연구, 검토할 만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차별이나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2014년 9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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