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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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저, 정현종 역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고 / 2002. 4., 196쪽, 물병자리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서른 다섯 번째인 이 책은 '세계적인 현대사상가'로 알려진 자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서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에 가장 훌륭한 철학가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간주되는 명상가이자 인도철학자"라고 출판사가 소개한 크리슈나무르티. 그는 권위자로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assumptions)을 의심하며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관찰자로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출판사는 그가 이룬 업적은 실로 대단하며, "그는 6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였다. 그동안 그가 사용한 단어는 약 억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죽은 해인 1986년 크리슈나무르티 재단은 그의 강연 내용을 전 세계에 내놓았다. 그의 연설과 대화 내용은 60여 권이 넘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세계 다른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로 소개한다.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문제제기는 '첫 번째 이야기'의 요점인 "오랜 세월 우리는 선생들에 의해, 권위자들에 의해, 책과 성인들에 의해 마치 숟가락으로 떠먹여지듯 양육되었다. 우리 안에는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독창적이고도 원래 모습 그대로인, 그리고 명징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 할 수 있으며, 그는 열 여섯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독자) 여러분은 어떤 기관이나 신념, 교리, 성직자, 제례를 통해서, 철학적 지식이나 심리학적 기술을 통해서 진리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계의 거울 속에서,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가 아닌 오직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유명세에 비해 문장과 논리가 관념적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해, 기쁨과 쾌락, 공포, 자유, 폭력, 관계, 시간, 사랑, 생각, 명상, 혁명에 대해 '관찰'을 통해 진정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지만, 그의 의견을 쉽사리 공감하거나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성찰 방식을 따르게 되면 그의 책과 그의 주장마저도 나에게는 '권위자의 지식'에 불과해버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크리슈나무르티의 최초 문제제기에서부터 나는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십만 년전 인간종이 탄생한 이래 인류 역사가 계속되어 오는 동안, 인류의 지식과 지혜는 꾸준히 쌓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지목하는 선생들, 권위자들, 책들, 성인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까지도 지난 인류의 진화사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문장 속의 단어와 개념과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즉, 지난 인류 역사의 '지식의 창고'를 우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는 선조들의 지식과 지혜를 답습하고, 그것들에 의해 양육될 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지식과 지혜를 토대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연구하고 발견하고 개발하고 개선하고 혁신하고 창조할 것이냐를 두고 끊임 없는 선택과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주장에서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인간은 관계의 거울 속에서, 오직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권위와 전통에 얽매이기 쉽거나 당장 얽매여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의 책을 통해 선입관이나 의존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를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 중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를 부정하는 그의 지적 논리의 전개방식이다.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는 기존 선생이나 권위자,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몰입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지적인 도약이나 정반합의 변증법 모델 통해 진리를 찾거나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문장에서, 관찰을 통해 개념이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축적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남의 주장이나 이론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인 관점을 통해 재해석해내는 능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 한 권을 읽고 내가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상이나 철학을 전부 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책만 읽었을 때에는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나누어질 뿐이다.
기회가 되어 크리슈나무르티의 다른 책을 읽게 되면 이 책과 더불어 그의 사상과 주장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1895. 5. 12 ~ 1986. 2. 17)는 1895년 인도 남동부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철인(哲人)으로서 인도 마다나팔레의 브라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떠한 계급, 국적, 종교 그리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며, 학습된 정신이 가져온 파괴적 한계로부터 인류를 완벽히 자유롭게 해방시키고자 했다. 죽을 때까지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강연을 했다.
그가 영구적으로 머물렀던 주거지는 없었지만, 주로 캘리포니아의 오하이(Ojai), 잉글랜드의 브록우드 파크(brockwood park) 그리고 인도의 첸나이(Chennai)에 머물렀다. 그는 일상에서 자신이 바라보고 느끼는 예민한 인식을 통해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이는 관계의 거울을 통해 관찰될 수 있다고 말한다.

1910년 크리슈나무르티는 인도의 한 해변에서 신지학자들에게 발견된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열세 살이었다. 당시 신지학협회 대표였던 애니 베산트(Annie Besant)는 그와 그의 동생을 영국으로 데려가 교육했다.
그 이후로 크리슈나무르티는 "세계의 스승(World Teacher)"이라는 궤도에 오르지만, 돌연 방향을 바꾼다. 1929년 그의 나이 서른두 살이 되던 해, 그는 네덜란드(Holland)에서 열린 거대한 유럽 신지론자 연중모임에서 ‘세계의 스승’으로서 어떠한 공식적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신지학 수장으로서 사임한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모든 종교적 관념과 종교적(spiritual) 단체와의 관계도 끊어버린다.
그의 핵심 가르침은 "진리는 길이 없는 곳(Truth Is A Pathless Land)"이라는 그의 연설문에 잘 나와 있다. "(출판사 소개글)

[ 2014년 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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