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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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회사 옥상에서 '오컬트' 행위를 하게 된 주인공. 그 결과로 무언가를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잘못 주문한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것처럼, 그녀도 눈물을 머금으며 그 선택에 책임을 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였다면 그 옥상에서 '원, 투, 쓰리, 포, 점프'해버렸을지도 몰라. 아무런 힌트도 주어지지 않은 책의 첫 부분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주인공이 '오컬트' 행위를 하게 된 계기,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는 일까지 나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찬찬히 따라가는 게 어려웠다. 끔찍한 직장 생활을 묘사할 때엔 조금 당황했는데, 그것을 정세랑 작가님만의 음정으로 풀어나갈 때엔 또 웃음이 났다. 좁은 집을 훌라후프가 돌아가지 않는 집이라 하다니. "아, 작가님!" 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싸구려 옷걸이니 부직포 서랍'에 훌라후프가 걸리는 그 방구석에는 비키니 옷장이 있을 것만 같고... 절망도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절망을 이겨낼 힘이 생겼다. 주인공에게 오롯이 감정을 쏟지 못했다면서도 마지막 장을 넘길 땐, 팔뚝에 소름이 오도도 돋았네. 주인공과 동료 언니들의 연대, 그리고 주인공이 내게 건넨 연대에 괜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었다. 다음 회사엔 옥상이 있을까. 아무튼 이젠 옥상 위 에어컨 환풍기에 쭈그려 앉아 울다가도 픽 웃어버릴 것 같다. 어디엔가 있을 나의 시스터를 생각하면서, 괜히 에어컨 환풍기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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