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오늘이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올해는 2018년 무술년(戊戌年) 입니다. 노란 개의 해라고 합니다.

 김소연연 시인의 책 <한 글자 사전>에서 "개" 부분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각 항목을 사전처럼 "감"에서 "힝"까지 가나다 순서로 배열된 글이 실려있습니다. 어느 글은 조금 짧고, 어느 글은 조금 깁니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고, 행운 가득한 노란 개의 해 되세요.^^









개가 되고 싶어

"개 구경 참 실컷 했네."
여행 끝자락에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다말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두 달간의 여행동안, 지도를 들고 헤매며 찾아가 입장료를 지불하고 목격한 경이로운 문화유산도 많았고, 만났던 다정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한 것은 길에서 마주친 개들을 실컷 구경한 일이엇다. 주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온 개, 주인과 함께 저녁 산책을 하는 개, 주인과 함께 장을 보러 가는 개, 주인과 함께 길가에 나 앉아 주인 곁에서 낮잠을 자는 개. 몸집이 사자처럼 커다란 개도 있었고 장난감처럼 자그마한 개도 있었고 나를 향해 컹컹 짖어대던 개도 있었고 나에게 달려와 샌들 속 발가락을 핥아주던 개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골목에선 그렇게까지 자주 별의별 개를 만날 수 없었지만 이번 여행지에서는 그야말로 개를 실컷 만났고, 개를 쳐다보며 반가워한 덕분에 주로 개 주인들과 인사말이라도 건네며 안면을 트기도 했다. 개는 주인과 번번이 닮아 있었다. 퍼그를 데리고 있는 주인은 퍼그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늠름한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다니는 주인은 늠름한 자세를 가졌다. 개는 그들에게 말 그대로 반려자였다.

여행지에서 개를 볼 때마다 잠깐씩 생각했다. 개가 되고 싶다고. 어떤 기척을 느끼거나 주인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귀를 쫑긋거리는 그 귀를 가졌으면 해서. 사람의 귀도 그와 같아서 별생각없이 그저 좋아서 뛸 때마다 한껏 귀가 팔랑거렸으면 좋겠다고. 귀를 얌전히 덮고 가만히 웅크려 있음으로써 ‘저는 지금 아주 온순한 상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반가우면 딸랑딸랑대는 꼬리와 꼬리의 시작점에 달린 깔끔한 똥구멍을 자랑하는 엉덩이를 가지고 싶다고.

- 김소연, <한 글자 사전>, 2018, 마음산책, 페이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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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다가 중간에 틀린 부분이 있었는데, 그냥 줄을 긋고 썼습니다.
중간에 틀리면 새로 쓰는 편인데, 오늘은 그냥 그렇게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