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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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일기를 쓰면, 쓸 때에는 조금 귀찮은 날도 있고, 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보면 아아, 그 때는 그랬지, 그 때도 이런 고민을 했구나, 그 때는 이랬어, 같은 지나가서 이미 잊어버린 날들을 기억속에서 꺼내게 됩니다. 어느 때에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지금이나 그 때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의 막히는 부분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기를 쓸 때에는 나중에 볼 생각으로 쓰기에는 잘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어느 날에는 쓰고 싶은 날이 있어서 길게 쓰는 날도 있고, 어느 날에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날 속에서 쓸 것들을 찾는 것이 조금 귀찮은 날도 찾아오니까요.


 그러면 한 권의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면 어떨까요.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어제 읽었던 것과  다른 한 권을 고르고, 그 책을 읽고, 그리고 짤막한 메모를 하듯 일기를 쓰는 것. 어느 날에는 책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날에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도 적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느 날이 되어서는 좋아하는 작가와 아는 작가가 아닌, 조금 낯설고 새로운 책들을 읽게 될 지도 모르지요.


 난다 출판사의 매일같이 써보는 독서일기 '읽어본다' 시리즈는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쓴 반년간의 독서일기와, 반년간의 책 목록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다섯 권이 출간되었는데, 저자는 가수, 의사, 출판편집자, 기자, 북카페와 서점의 대표, 인터넷 서점의 MD, 그리고 시인이라서 책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릅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은 가수이면서 책방무사의 운영자이기도 한 요조가,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쓴 독서일기입니다. 매일 한 권의 책은 제목과 작은 사진으로 보여지고, 그 책을 읽고 쓴 저자의 일기 같은 글이 길지 않은 분량으로 있습니다.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에 이르는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이 소개되고, 7월부터 12월까지의 책 리스트는 일기의 후반부에 실려있습니다.


 요조의 독서일기는 매일 좋은 책을 골라 그 책과 저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거나 소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저녁에 쓰는 일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은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런 읽고 나서 말하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책 이야기만을 하는 건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추억, 그리고 잊지 못하는 일들과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다시 꺼내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과 책에 대한 소개가 많지는 않지만, 매일 한 권의 책 사진과 함께 읽는 짧은 글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1월의 초반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1월이 지나 2월이 되고, 다시 시간이 지나 4월과 5월로 지나가면서, 시간이 달라지는 것처럼 작년에는 이만큼 계절이 지나갔겠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독서일기를 말없이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책은 전에 읽었고, 어느 책은 제목을 알고 있고, 어느 책은 사진 속의 표지가 내가 아는 것인데도 조금 낯설고, 또 때로는 저 책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지나 더위가 찾아오고 장마가 시작될 무렵인 6월 말이 되면 이 일기를 다 읽게 됩니다.


 만약 책에 대한 설명과 자세한 소개를 원한다면, 독서일기는 그러한 독자가 원하는 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일기를 읽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내가 읽었던 책들이, 내가 제목을 들었던 책들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낯선 사람을 만났는데, 계속 낯설어서 시선을 조금 저쪽으로 하고 자연스럽지 않게, 네, 네 하다가, 어느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어, 저도요,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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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1-26 0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기를 쓴다는 의미로(지금은 쓰기 쑥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등등) 알라딘에 글을 올려요. 나중에 읽어보면 기억이 새롭게 나고 이렇게 써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많더군요.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고 다른 것 신경까지 말고 제 일상을 올려야 겠어요. ㅎㅎㅎㅎ 독서일기를 써보려고 했는데 제가 책 읽는 게 느린지 하루를 따라잡지 못하네요. ㅎㅎㅎㅎ 좋은 꿈 꾸시길요~~~^^

서니데이 2018-01-26 02:49   좋아요 1 | URL
블로그에 작성해둔 글은 나중에 검색해서 보기가 좋은 점과 그리고 사진을 같이 올릴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손글씨로 쓰기 않아도 된다는 점도요.
저는 전에는 일기를 쓰고 읽어보지 않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시간 지나서 읽을 수 있는 개인적인 기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한 권씩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을 잘 쓰려면 부담스러울 거예요.
라로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8-01-2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9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9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1-08-28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께서 매일 올리시는 페이퍼도 언젠가 묶이면 한권의 책이 되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 뵙는 서니데이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ㅎㅎ

서니데이 2021-08-28 22:51   좋아요 1 | URL
이 책 리뷰를 쓴지 벌써 몇 년이 되었네요. 파이버님의 댓글 읽고 저도 한번 다시 이전 글을 찾아봤습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