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지금 막 오후 4시가 되었어요.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한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조금 전에 갑자기. 아주 조금씩 비가 오는 것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왔어요. 그리고 잠깐 있다 창밖을 보니,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리는데, 비가 날리는 느낌이 가볍게 보여요. 설명할 수 없지만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흩어지는 느낌처럼요. 비가 아니라 눈일지도. 하얀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눈일지도... 잠깐 사이에 내리고 사라졌어요. 지금은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요.


 벌써 눈이 올 떄가 되었을까요. 눈이 내리는 시간이 되다니. 오늘은 오후에 기온이 어제보다 높은 줄 알았는데, 겨우 1도 밖에 되지 않네요. 우산을 접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풀어오른 빵 같은 도톰한 패딩도 살짝 눈 자국이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비가 오는 줄 알고 괜히 나왔나, 어쩌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눈이 내리지 않는 바깥을 보고 있으니, 우산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에 남은 것들이 얼어서 코팅될텐데, 그런 생각이 그냥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낯설어요. 패딩도, 코드도, 그리고 조금만 숨을 쉬어도 나오는 하얀 입김도요.^^:



 눈과 비가 그치기 전에 사락사락 부드럽게 떨어질 때, 눈을 맞고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내리는 눈을 찍을 수 있을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내린 자리는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나가는 버스가 붉은 색 벽돌처럼 칠해진 도로 위에 살짝 진한 색을 남기는 잠깐의 사이. 눈이 내리는 날은 따뜻하다고 하는데, 오늘처럼 흩날리는 날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얇은 니트 차림으로 서 있기는 조금 더 추웠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자주 재채기를 합니다. 에이치, 하기 시작하면 한참 하고요. 감기가 오면 안되는데, 조금 걱정도 됩니다. 따뜻한 점심을 먹었지만, 그래도 추운 느낌.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까지는 따뜻해지지지 않는 느낌. 이런 날 안쪽이 더 따뜻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데, 차가워진 표면도 데워지지 않는 그런 느낌입니다. 


 돈이나 물건은 안 쓰면 남는 건데, 시간은 쓰는 것이 남는 것 같아요. 쓰지 않는다고 저장할 수 없는 거니까요. 대신 그 시간을 보람있게 쓰면서 다른 것으로 바꾸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워, 시간이 없어, 그런 말을 많이 씁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도 맞고, 아깝다는 것도 맞는데, 늘마음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어린왕자에서 나왔을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시간을 잘 쓰는 건, 그 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을 한다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한다거나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때로는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를 잊고, 그 순간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더 좋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불안해지면, 이 순간의 여유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눈이 그쳤습니다. 나무 가지 끝에서 가끔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멀리서 물기 많은 바람이 사람들 서 있는 사이를 지나갑니다.

 시간도 그 사이를 늘 그렇듯 일정한 속도로 지나갑니다. 


 이번주는 어떤 일들이 어떤 시간이 될 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조금 더 나은 기분으로, 추운 날을 따뜻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오후 네시, 기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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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2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가 1000번째 페이퍼인가요. 아니면 1001번.
어느쪽이든지, 그동안 수다가 정말 길었습니다.^^:

stella.K 2017-11-20 18:37   좋아요 1 | URL
ㅎㅎ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 긴 수다를...!^^

서니데이 2017-11-20 22: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별일없는 수다를 잘 부탁드립니다.
stella.K님, 좋은 밤 되세요.^^

2017-11-20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0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0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보다 덜 추웠어요. 오늘만 겨울에 속아 봅니다. ^^;;

서니데이 2017-11-20 20:10   좋아요 0 | URL
여긴 오늘 바람불고 춥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어제가 더 추운 느낌이었어요. 진짜 겨울인가봐요.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psyche 2017-11-21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첫 눈 왔다는 소식 들었어요. 아 부러워라. 저희집 아이들은 눈 내리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큰 아이는 아주 어릴때 봤었지만 까먹었구요. 쌓여있는 눈을 본것도 한 서너번이나 될까요.ㅜㅜ

서니데이 2017-11-21 02:25   좋아요 0 | URL
여긴 요즘 한낮에도 0도 정도 되는 날씨가 며칠 계속되더니, 갑자기 오후에 비같은 눈이 내렸어요. 바닥에 내려오기 전에 모두 비처럼 변해버리는 그런 눈이어서, 남은 건 없고, 바닥도 저렇게 보일 정도예요. 오늘은 정말 바람불고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 사시면, 따뜻해서 좋을 것 같은데요. 여름이 많이 덥지만 않다면요. 정말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곳에 사시는 거군요. 처음 보면 많이 춥고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요.

psyche님, 지난 일요일이 미국은 추수감사절이었다고 하는데, 이번주에 며칠더 휴일이 이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psyche 2017-11-21 07:43   좋아요 1 | URL
여름에는 40도 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한국여름에 비하면 덥다고 할 수 없죠. 날씨는 살기에 아주 좋은 편이긴해요. 그래도 가끔은 추위가 그리울때다 있답니다. 눈은 아주 많이 그립구요.

추수감사절은 11월 네째주 목요일이라 이번 목요일이에요. 덕분에 아이들은 이번주 일주일이 방학이네요. 미국 명절은 날짜가 아니라 이렇게 몇째주 무슨 요일인 경우가 많아서 올 한국 추석처럼 긴 연휴가 생기는 일이 없어요.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때는 가족들이 다 모여서 함께 하는 명절분위기가 물씬 나는데요. 저희집도 다른 도시에 사는 딸이 올꺼라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될거 같네요.

서니데이 2017-11-21 15:36   좋아요 0 | URL
한국은 대구나 경주 같은 곳에서 많이 더운 날이면 그런 날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40도 여름이라니, 많이 더울 것 같은데, 건조해서 다행이네요.^^

여기는 지난 일요일이 추수감사절이라고 교회에서 감사절 예배를 드렸다고 들어서, 이번주부터 추수감사절인가, 했는데, 일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네요. 여긴 명절이나 휴일이 정해진 날짜라서 잘 몰랐는데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그 다음 날이 블랙 프라이데이인가봅니다.

저는 추수감사절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설명을 들으면 미국식 추석같은 날 처럼 느껴져요. 아이들은 일주일 방학이 생기고, 멀리 떨어진 가족도 만나는, 정말 명절 같은 날이네요. psyche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