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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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파 미스테리로 유명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이 책이, 올해 3월 우리나라에서도 동명의 영화<화차>로 나왔다. 그 덕에 이전 번역본에서 빠진 내용을 축약한 완역본이 출간되어 읽을 수 있었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92년이니, 이 책이 나오고 거의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카드빚이라거나 하는 것이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1990년 초의 버블 경제 붕괴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낯선 것은 상당히 많고 특히 용어라거나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외국이 배경인 탓에 먼 옛날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악질적인 채무로부터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는 한 여자가 살기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남의 신분을 훔치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인생을 살고싶어했지만 이 과정은 결국 누군가를 지우고 그 위에 자신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바뀌게 되고, 그것마저 오래 가지 않아 그 자신은 새로운 대상을 찾아 나서기를 계속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지우고 그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녀의 소망일 뿐, 누구도 그것을 인정해 줄 수 없다. 왜냐면 그 모든 것은 범죄라는 말로 표현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처음에는 피해자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않는 가해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끝에 이르러 드디어 그녀를 찾아내지만, 여전히 멀리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신용카드 소비자금융을 비롯 여러 가지가 용어는 익숙하지 않으나 읽다보면 대강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등장인물을 통해 간단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굳이 찾아보면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문제이기에 이 책은 20여년이 지난 이 시기에 영화로 되어 우리를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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