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분양권 팝니다"… 개인이 신문에 광고까지

  수 백만원 광고비 불구 이자 대납 등 파격 조건

  "인근 중개업소에 6개월 전부터 매물을 내놔봤지만 도통 연락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신문에 광고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광고비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집이 팔린다면 좋겠어요"
  집이 팔리지 않자 급기야 한 개인이 신문지면 3분의 1크기(5단)의 아파트 매물 광고를 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침체가 심각해지며 중개업소를 통한 일반적인 거래로는 도저히 급매물을 처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
  경기도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 모씨는 최근 한 신문에 안성 공도읍에 위치한 B아파트 112㎡규모(공급면적)의 최상층 분양권을 판다는 5단(17cmX3cm) 광고를 내보냈다.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한번에 몇 백만원씩의 비용이 감수했다.
  김씨는 광고를 통해 중도금 이자후불제로 분양했던 이 아파트의 이자를 본인이 내주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적용한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사실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다"며 "인근에서 가장 큰 대단지인데다 최상층 펜트하우스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당시 프리미엄까지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지만 이후 시장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입주 기간은 통상 입주 시작일부터 2개월이며 입주 기간 동안 잔금을 납부하지 못한 입주자의 경우 연 10~15%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8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를 완료해야 한다.
  김 씨는 "주택 거래가 안된다고 하지만 분양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1~2개월 후면 입주 기간이 완료되는데 그 때까지 처분하지 못하면 잔금 및 연체 이자 등의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경제 2010년 9월 20일자 기사/김경미기자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다.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2천년대에도,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0년에도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라는 말을 재테크의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고 아파트에 열심히 투자 중이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달라 가치가 하락하고, 은행의 금리가 초저가 비행을 하면서 부동산에 목을 매는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그것이 진리가 아니었다. 은행의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대출금을 갚는 일이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빚을 얻어 아파트에 투자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출 원금도 아닌 이자에 눌려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나타난 기현상이 바로 위의 기사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부동산 열풍이다. 낡아서 녹물이 나온다는 15편짜리 가락 시영아파트가 7억 6천에 거래되었다. 지금은 물론 이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은마 아파트는 어떤가? 강남이라는 입지를 고려해도 10억에 거래가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평균 2억의 대출금을 끼고 요 몇 년 사이에 구입한 집들이 많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다. 재건축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재테크에 대한 열망을 재건축으로 돌려 사람들에게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통해서 어떻게 한몫 잡아볼까 하는 마음을 심어 주고 있는 정부, 기업, 부동산업체들, 그리고 그러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완벽한 삼위일체가 낡은 아파트의 고가 거래라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팔기 위해 화려한 치장을 하는 건설사, 그 말만 믿고 거금을 내놓는 사람들. 홍보할 때와는 너무나 다른 아파트의 결과물은 지어지지도 않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아이러니한 매매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문제일지도 모른다.(P.156)

  완벽한 합체는 집값을 미친 듯이 올려 놓았고 바라볼 수 없는 별로 만들어 버렸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거품이다, 폭탄이다 많은 말을 한다. 그렇지만 그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물러나면 죽는다고 생각하며 돌진하며 치킨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치킨 게임은 속성상 상당히 미련한 짓이요, 객기의 표현일 수밖에 없듯이 부동산 열풍도 결국 파국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위의 기사에서처럼 대출 이자까지 본인이 내주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적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만 팔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실거래가는 호가의 70%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그것도 꽤나 잘 받은 편이란다. 아파트 투기에 목숨 걸었던 사람들, 그래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손해를 무릅쓰고 멈출 것이냐, 아니면 미친척하고 마지막까지 갈 것이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버티면 버틸수록 수습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집에 대한 기본 이해가 아닐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집은 주거의 공간인가, 아니면 투자의 대상인가? 두말할 필요 없다. 주거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이다.

  아직도 내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데 여기저기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널려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량은 많지만 시장에서 소화되기에 분양가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가격이 내려가서 소비자들의 수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분양가는 아직도 부동산 경기가 유사 이래 가장 높았던 시기에 근접함 상황. 게다가 주택을 구입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되는 중산층 계층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보니 주택에 대한 실거래자들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P.149)

  물량은 넘치는데 계속해서 아파트를 짓는 미련한 구조! 한사람이 최고 1080채를 소유하고 있는 이상한 국가!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집을 주거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토지의 공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개념을 제도적으로 바로잡아야할 국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사를 보호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집 한 채 가지고 여기에 목을 메고 살아가는 하우스 푸어! 어찌보면 하우스 푸어는 이 시대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이요,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푸어라는 책은 집을 가진 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현 실태를 온전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에 대한 실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손낙구의 부동산계급사회를 같이 읽어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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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2010-09-2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에 있는 내용 신문광고 어디 신문인지 몇일자인지 알수 있을까요???
내가 안성에 사는데 궁굼해서요
 
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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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리뷰를 쓰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명박산성 사진을 찾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명박산성을 치면 위키대백과 사전에 명박산성이란 항목이 뜬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죽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맞나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불통의 시대라고 말한다. 국민과 정부가 말이 통하지 않고, 여와 야가 말이 통하지 않고, 경영진과 노돌자가 말이 통하지 않고, 나와 너가 말이 통하지 않으며, 남과 여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고작해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과 불통을 이야기하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곳곳에서 불통과 이로 인한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명박산성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와 항의에 맞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컨테이너로 막아버린 청와대와 경찰, 그러면서도 이들은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이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은 무엇일까? 소통일까, 불통일까? 정부에 대한 신뢰일까, 아니면 불신일까? 

  케케묵은 숭명정책 때문에 청나라의 침략을 받았던 조선! 백성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전쟁의 비극 속에서 신음할 때, 조선의 집권층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말이야 주권을 말하고, 결사항전을 주장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백성들이 느낀 심정은 무엇일까? 아마 권력틍에 대한 실망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이 컨테이너 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부른데에는 아마도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불통의 시대, 소통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갈갈이 찢겨지고 사분 오열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을 비결이 무엇이겠는가? 불신이 가득한 정부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듣는거다. 국민의 말을 듣고,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말을 일단 듣는거다.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듣는거다. hearing이 아니라 listening을 해야 한다. listening이 어렵다면 hearing이라도 해야 하고, hearing이 싫다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소통이 시작되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듣지도 않으면서 선심쓰듯이 친서민정책을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야고보서 1:12) 

  듣기는 속히라고 말하기는 더디하라는 성경의 구절이 마음 깊이 박힌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이 선물해줬던 책인데 어제야 비로소 이 책을 읽었다. 그저 그런 내용이라 생각하고 읽지 않았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왜 진작 읽지 않았는가 후회해본다. 단순한 자기계발서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꽤 좋은 책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소설형식을 빌리지만 자기계발서라는 한계 때문에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배려와 시리즈로 이어지는 책 같은데 같이 읽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배려보다는 경청이 더 낫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ps. 간만에 별 5개를 줄만한 책을 만났다. 젊은이들, 혹은 직장에서 상사로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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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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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9-17 09:52   좋아요 0 | URL
오랫만입니다.

2010-09-19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09-19 23:57   좋아요 0 | URL
제가 큰 아들이라 저의 집에서 모입니다. 서울이라 달이 뜰까요?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1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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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12) 

  예수님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성경 구절이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반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에는 서툰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네 멋대로 해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구호가 인기를 얻는 이 세태 속에서 남을 대접한다는 것,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손해를 보는 바보같은 짓일 것이다. 일등이 아니면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승자 독식 사회에서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위기를 자초하는 일로 보여진다.  

  "혹시 저 사람이 내가 베푼 호의로 나를 밟고 일어서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우리 마음 속 기피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피하게 되고, 깎아 내리기에 열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 뒷담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앞에다 놓고 무안을 주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깎아 내림으로 나의 인기도 올라갈테니 왜 이것을 마다해야 하는가? 이런 사고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가 있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이 사람이다. 

 

  개콘 봉숭아 학당에 등장하는 왕비호라는 캐릭터! 비호감이라는 이름 뜻 그대로 하는 행동은 비호감이다. 이 캐릭터를 선보인 초반에는 정말 호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그의 말을 자꾸 듣다보니 이상하게 중독이 된다. 상대방에 대하여 철저하게 조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철저하게 깎아 내린다. 많은 연예인들이 기분이 나쁠 것임에도 불구하고 홍보전략으로 개콘을 찾는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데, 그리고 윤형빈씨가 바보가 아닌데 왜 오아비호 캐릭터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홍보 전략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찾아갈까? 이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바보 만들고 깎내 내리는게 먹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구나 다 그렇게 행동하고 있고, 혹은 그렇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저자는 이것을 몰배려라고 표현한다.  

  예수께서 마태복음에서 이르시기를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하셨다. 이것이 율법의 핵심이고, 많은 선지자들 핵심 사상이니 이대로 행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율법을 지킨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고 하셨다. 기독교인이라 자처하는 나는 과연 이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남을 배려하는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배려가 왜 어려운가? 이 책은 배려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인(仁)을 실행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배려가 어렵다. 배려는 동정이 아니다. 배려는 다른 사람을 나와 동등하게 여기면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기에 배려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인 것이다. 

  오늘부터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려를 실천해 보려 한다.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며, 생일, 기호, 입맛 같은 소소한 것들까지도 관심을 갖고 챙겨보련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것은 아닌 배려의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고씽이다. 

ps.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읽기도 쉽고 감동도 있는데 왜 인도자와 같은 캐릭터가 꼭 등장하는 것일까? 그래서 때론 계몽서적같아서 낯간지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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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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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9-17 09:52   좋아요 0 | URL
8씩이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김정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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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제목이 무척 자극적이다. 그래서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인줄 알았다. 마침 며칠 전에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라"는 책을 읽고 실망한 뒤라 그런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이 책을 주신 분 때문이다. 같은 교회를 다니시는 분이 나에게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해달라는 요청을 하시면서 "청년들을 만나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정말 좋은 책이예요."라는 말과 함께 내 책마저 주문해 주셨기 때문이다. 순전히 그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무엇이든지 말을 해야 하는 책임감에 읽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 1챕터를 읽었을 뿐이니 실상 오늘 하루만에 다 읽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책임감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에 내가 빠져들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자기계발서와 이 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계발서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내가 이 책에 빠져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최고가 아니라 유일함으로 승부하라"는 저자의 말때문이다. 저자는 요즘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20대들에게 "바보야, 문제는 스토리야"라고 말한다. 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스펙 5종 세트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역량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라"와 같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는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다독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펙이 중요함을 간과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스펙은 방향성 없는 스펙이다. 그냥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것저것 따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필요한 스펙이 있다면 목숨걸고 따라고 말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영어 공부를 하라는 현실성까지 갖추고 있다. 다만 고득점을 받아 이력서에 한줄 첨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아티클이나 책들을 쉽게 접하기 위해서이다. 현실성과 현실의 불합리성,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쉽게, 그러면서도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저자의 글이 마음이 와닿는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순간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이 책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만난다. 대체로 20대들이다. 학교가 맘에 들지 않나서 반수를 생각하는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토익에 목숨을 거는 녀석들, 정규직을 위해서 아둥바둥하는 녀석들, 뜬구름 잡으면서 현실적인지 못한 녀석들, 28이라는 나이에 여전히 사무 보조로 아르바이트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녀석들, 아직 비전도 발견하지 못해서 방황하는 녀석들, 확고한 비전을 발견하고 거기에 매진하는 녀석들... 참 많은 젊은이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같이 초반에는 스펙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다. 학교 간판에 목숨 걸고, 수능 점수에 목숨걸고, 토익 점수에 목숨걸고, 화려한 직장, 정규직에 목숨건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연봉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가야할 길을 하나님이 보여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그런 녀석들에게 매일 하는 말이 스펙에 목숨걸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결정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별거 아니라는 말이다. 머리로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삶은 여전히 스펙에 목숨 거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왜 우리는 스펙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을까? 아마도 팍팍한 현실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가서 놀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대학을 오면 놀 수가 없다. 놀면 뒤쳐지기 때문이다. F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시험에 목숨걸고 휴일까지 반납한다. 꼭 그래야 하는가? 그것이 정답일까? 내 경험을 살펴보면 아니다. 난 F도 몇개 받아서 계절학기로 때웠고, 필수가 펑크나는 바람에 대학원을 합격해 놓고도 취소가 될뻔 했다. 교수님을 찾아가서 사정하고 숙제내고 졸업했다. 그것도 D-로. 물론 그 학점은 내 평균 학점을 왕창 깎아 먹었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그게 내 인생 성적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를 문열고 들어가 문닫고 나오다시피 했지만 상관 없다. 내 친구들도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고? 내 전공분야에서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공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더 하고, 영어도 하고, 책도 보고. 스펙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나는 낙오자일수밖에 없지만 지금 나를 낙오자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스토리를 무엇이라 정의할까? 삶의 결정이다. 치열하게 삶을 살지 않으면 스토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토리는 단순히 말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남기기 위해서는 집중, 노력, 흥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즐거움이, 혹은 소명이 있어야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스토리는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한 스펙도 자연스럽게 쌓는다. 짜증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말이다. 최고에 목숨걸지 유일함으로 승부하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조만간 이 책을 몇몇 청년들에게 선물해 주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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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가 아니라 유일함으로 승부하라"....
이거 내가 맨날 부르짖는 건데...이싸람이~~

ㅎㅎ세인트님~얼마전에 생일이었다믄서요?
슬쩍 귀띔해주시징~~
즐겁게 보내셨어용?



saint236 2010-07-05 13:41   좋아요 0 | URL
옙..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케잌을 앞에 두고 딸이 생일축하 노래하더라고요. 자기 생일이라고 조만간 영상 올리겠습니다.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전미옥 지음 / 명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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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집이 세며 완고하고 우둔하여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가리켜 벽창호라 한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벽창호와 일을 하면 미치고 팔짝 뛰게 된다.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벽창호는 필연적으로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지난 촛불집회 때 우리는 이러한 벽창호를 경험해봤다. 컨테이너로 광화문에 산성을 쌓고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던 파란 기와집의 벽창호 양반들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찬성하거나 반대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즉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은 단순히 의사소통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과 입장을 듣고 충분히 동의한다는 느낌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취약하다. 상대방의 생각을 눈치채고 대충 넘겨집는 데에는 도가 텄지만 마음을 털어 놓고 토론과 토의를 통하여 결론을 도출해 낼라치면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상대방을 대화로 설득하고 나의 의견을 개진하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에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학생이 되어서는 상대방보다 한발이라도 앞서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는 온갖 스펙을 갖추기 위하여 시험에 지드러 살다보니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20대의 현실이다. "취업 경쟁력과 신입사원 경쟁력 향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바이블"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는 책의 제목보다 더 자극적이다. 필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신입 사원인 사람들이 혹하여 사볼만큼 자극적인 포장이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겨가면서 내용을 살펴본다. 곳곳에 숨겨진 대화의 기술들이 정말 실용적이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말로만 실용실용하지 말고 이런 것은 좀 배웠으면 좋겠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회식 자리에 참석해야 하며,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등등 세세하게 적힌 각 꼭지들은 신입사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비록 신입사원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왠일인지 씁쓸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감동이나, 지적인 만족감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냥 이런 생각만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20대가 그렇게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인가?" 이런 생각에 그저 쓴 웃음만 나온다. 

  상당히 현실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20대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리라. 저자는 20대들에게(실은 신입사원들이지만) 이런 사람이 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고립될 것이라는 공포감을 조장하면서 하나하나 가르침을 내려주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정작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은 사라지고 그저 밋밋하지만 상당히 실용적인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삶의 현장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명박산성을 두르고 뒷산에 올라가 겸허한 마음으로 아침이슬을 들었다는 어떤분처럼, 잘나가는 기업 강사라는 영역에서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 중무장하고 마치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척하면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고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할까?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머릿말에서 기원이 원하는스펙 5종과 20대가 생각하는 스펙 5종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20대들이 취업을 위해 '스팩'을 쌓는 데 들이는 노력은 대단하다. 문제는 어느 날부터 20대들이 매달리는 '스펙 5종 세트'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할 기업이 원하는 '스펙 5종 세트'가 서로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20대들이 생각하는 '스펙 5종 세트'는 '학점', '자격증', '토익점수', '해외연수', '인턴경험'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 5종 세트'는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 능력', '기획서 등 문서작성 능력', '프리젠테이션 능력', '대인관계와 비즈니스 예절', '회사 업무와 관련된 상식적 지식'이다.(5~6p)

  그런데 말이다. 정말 기업이 원하는 스펙 5종 세트가 학점, 자격증, 토익점수, 해외연수, 인턴경험이 아닐까? 만약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기업이 원하는 스펙 5종 세트가 저자의 말대로 커뮤니케이션 능력, 기획서 등 문서 작성 능력, 프리젠테이션 능력, 대인관계와 비즈니스 예절, 회사 업무와 관련된 상식적 지식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20대가 생각하는 스펙은 헛다리일까? 아니다. 그것은 기본이다. 20대가 목숨걸고 매달리는 스펙을 기본으로 깔고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찾는다는 말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일한 사람을 찾는데도 토익점수를 보는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제 나라에 찾아온 외국 사람들에게 영어로 설명하지 못해서 도망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오로지 좋은 학교 들어가는데 목숨걸고 박터지게 싸우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20대들에게 스펙 5종을 다 무시하고 저자가 말하는 스펙 5종을 키우라 말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게 따른다고 해서 그들이 취업할 수 있을까?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어쩌면 영원히 샐러리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런 말도 하더라. 안정을 버리고 도전하라. 왜 20대들은 패기를 잃어버리고 도전하지 못하는가? 레드 오션보다는 블루 오션에 뛰어들라는 말 같은데, 20대들 중 30%정도만 안정을 버리고 도전한다면 그곳도 레드 오션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딴지 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취업을 해야 한다. 저자도 신입 사원은 어떠해야 한다는 말을 계속하지 않는가? 만약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겠는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사람이 정작 20대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이 책의 뒷맛을 쓰게 하는 것이리라. 먼저 저자, 20대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가르침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 

ps. 절반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청년들에게 사주려고 했으나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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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처럼 20대들이 쌓고 있는 스펙은 기본이고, 그 기본위에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찾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할치 못한 것은 결국 학교교육의 후진성이지요. 어떤 주제에 대한 자기의견이 반영되는 토론식이라기 보다는 그 주제를 교사의 일방적인 교육에 따라 외우기만 해야하는 문제. 그것이 가장 큽니다. 의견을 제시하면 진도를 생각해야 하고, 의견이 쓸데없는 교과방해로 간주되는 현장교육의 실상에서 이를 뚫고 나올 어린 학생들은 없지요. 결국 기성세대의 틀에 맞추어진 교육의 현실이 안타까워요.

저자자신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지만 끝에서는 자기몰입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다보니 님께서도 실망하게 된 듯 합니다.

말하기가 참 힘든세상이 되었어요. ^*^

saint236 2010-06-25 10:25   좋아요 0 | URL
자기 몰입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라.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그것입니다. 정말 말하기 힘든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