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항의를 받아 들이고, 반올림과 상의하여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지루한 싸움을 이끌어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왠지 껄쩍지근함이 계속 남는다. 지금까지 계속 불가를 외쳐왔던 삼성이 왠일로 지금 이 시점에 사과 및 보상을 발표한 것일까? 몇가지 추론을 해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 해보는 상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 나라는 상상조차도 시비를 걸고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아니던가?(이석기 의원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그가 품었던 생각이 현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첫째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비는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은 아닌가? 지금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장마비로 스탠실 시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바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 임금들이 나라에 한재나 흉년이 들면 나라에 자신의 죄를 고하고 죄인들을 방면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설마 그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혹시 아는가? 갑자기 신심이 돈독해 진 것이 아닐지...

 

둘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위한 포석은 아닐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의 과오를 아버지 대의 과오로 넘겨버리면서 삼성의 과거를 세탁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한 부분을 털어 버리기 위함일 수도 있다. 삼성은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치 노태우가 전두환을 백담사로 쫓아버리면서 자신은 전두환과는 다르다고 했던 것처럼...

 

셋째 재판에 질 것 같으니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나와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점점 드러나는 팩트들은 삼성에 불리한 것들이다. 물론 삼성의 힘으로 그것들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삼성 전자의 백혈병은 산재 판정을 받게 될 것이고, 이것은 한 두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계역사로 파급될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GG를 선언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은 아니겠는가?

 

넷째 자신들의 과오를 세월호 사건과 묶어서 넘어가보자는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닌가? 나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렇기 때문에 벌서 오래전에 협의를 했지만 세월호 사건 때문에 미루었고, 이건희 회장의 문제 때문에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더 늦기 전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그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실제로 꽤나 큰 사안이지만 세월호 사건에 묻혀서 뉴스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그 누구도 심도 있게 이 사안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지 않다.

 

다섯째 삼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일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어떤가?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은 무노조라는 표어아래 노동자를 탄압하지 않았던가? 삼성이 강요하는 노동강도는 또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서 뼈를 묻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서 나와서 자기 사업을 차리겠다는 것이 내 주위에 삼성을 다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런 기업이 자기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적당하게 보상을 하겠다고 나온다면 "올~ 삼성! 역시 달라!" 이런 말을 들을 가능성이 병아리 눈꼽만큼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박영선 의원과 관련하거나, 을지로 위원회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분석을 하는 시선도 많다. 어느 하나로 닥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여서 삼성이 사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단 분명한 것은 삼성이 사과한 시점이 매우 묘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사과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PS. 설마 갤럭시S 5를 팔아먹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갤럭시S 시리즈는 나에게 개~~앨럭시S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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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5-1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가지 포인트 모두 공감이 가네요. 자기들을 절대왕조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미신적인 접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철저하게 고려했겠지만요. 웃기는 건 언론이죠. 이미 역시 삼성, 또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 운운하면서 개드립을 치고 있잖아요...말씀처럼 자고 일어나서 개심을 했나봅니다...

saint236 2014-05-17 11:13   좋아요 0 | URL
사람이 저렇게 급격하게 바뀌면 죽을날이 가까워졌다는 말이 있던데요...
 

4월 29일 답답한 마음에 끄적거렸던 글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통찰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뻔한 것인지...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조만간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다면서 예능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빠르면 5월 첫째 주말, 늦어도 둘째 주말에는 할 것이라 예언했는데...이렇게 정확하게 들어 맞을 줄이야...5월 3일 무한도전이 시작했다. 무한도전의 시작은 여타 예능 프로들이 재개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이렇게 계속하면 국가 경제가 어렵다. 그러니 국민들은 너무 슬픔에 잠기지 말고 돈을 쓰길 바란다. 이런 취지의 기사를 언론에서 떠들어 댈 것이라 말했었는데 어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오더라. 다만 뒷부분은 너무 뻔해서 그런지 하지 못하고, 앞부분의 이야기만 했는데. 말이라는 것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다시한번 느끼지만 이 나라 지도층에게 국민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사람이 아닌 숫자. 한사람 한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174->172로 줄어들고 늘어나는 그런 숫자 말이다. 그러니 교통 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말 운운할 수 있는 것이고, 국가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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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다
   매일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세월호 사건은 참 피로하다. 불법과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속상하고, 무기력하다. 이 판에 정치권의 자기 이익 실현은 세월호와 함께 언론의 너머로 침몰해 버리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KTX요금 인상도,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도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면서도 매일 신문은 구원파 사건으로 도배중이다. 구원파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더 중요할텐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책임지로 물러남을 당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요지부동이다.

  희망과 영생을 이야기하는 하늘색 드립은 급기야는 친절한 수정으로 손기정 옹의... 뒤를 따라가고 있고, 욕을 한 사람은 명예 훼손으로 고발당하고, 욕하게 만든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의 막내는 정신이 바로 박힌 젊은이로 일베충들의 영웅이 되었다. 지변은 지들 맘대로 똥싸고 있고,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아는지 하늘은 며칠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방송은 이러다가 국민이 다 우울증에 걸린다면서 국민들에 힘을 주기 위하라는 얼토당토한 핑계로 새로운 드라마를 선전한다. 조만간 언론에서 국민에게 웃음을 찾아 주기 위하여 예능을 시작한다고 하겠지? 그리고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 그만 슬퍼하고 돈을 쓰라고 놀러가기 좋은 곳들을 주구장창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래 국민 경제를 살려야지!"라는 구국의 일념으로 열심히 돈을 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노란 리본은 주술적인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와, 노사모를 연상시킨다는 핑계로 공격을 일삼고 있으며, 이 문제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기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난 기도란 삶이 수반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기도를 한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매일 공염불을 외우듯이 기도만을 외친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기독교의 지도자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세례 교육할 때 가르쳤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인류사회가 천국임을 믿으며"라는 우리의 신앙 고백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죽어라고 저 천국만 바라본다.

  자신들은 정직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서 애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까? 배운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에 죽은 아이들은 정말 말 잘듣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어느새 잊고 있다. 구명 조끼를 입고 그대로 대기하라는 말을 따랐던 아이들이 대부분 죽었다. 아마도 살아남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반항하며 나간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바다를 보려고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갑판에 몰래 담배 피우러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이런 말을 하면 불경하다고 할 사람은 있겠지만 분명이 내가 말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책임 운운하면서 본인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누구를 자기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할까?

  얼마전 팟캐스트를 듣다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들었다.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탈 때에 혹 동승한 사람 가운데 미국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없으면 타지 말라고 했던 말.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단순한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바다 속에서 잠겨서 눈물조차 보이지 못한는 아이들과, 종북 선동꾼이라는 딱지 때문에 속상해 하면서 빗속에 눈물을 숨겨야 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렇게 끄적거리지라도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두서없이 끄적거려 본다.

  문득 샤르뎅의 일화가 생각난다. 샤르뎅이 사막에서 빵도 포도주도 없어서 성찬을 행하지 못했을 그 때에 그는 이렇게 했다고 한다. "하나님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을 포도주로 삼습니다. 억울하게 핍박받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을 빵으로 삼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샤르댕처럼 오늘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팽목항에서 가슴 저리면서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피로 기억합니다. 바다 속에서 인양되기를 기다리며 물에 불은 아이들의 몸을 우리를 위하여 찢기신 주님의 몸으로 삼습니다. 주님의 몸을 먹고 마실 때마다 주님을 기억하듯이 그들의 눈물과 몸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책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주님의 아픔과 약속에 동참하게 하소서. 이 땅을 주님의 나라가 되게 하는 일에 작은 일이지만 동참하겠습니다."

  내 기도가 팽목항에 닿지는 못한다고 해도, 내 마음 속에는 닿았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피곤해서, 너무 아파서 눈을 돌리려고 했던 나의 비겁함을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손톱이 빠지도록 창문을 두드렸을 그들 앞에서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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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국정원의 직원이(댓글녀, 국정원 여직원이라는 호칭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그녀를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게시판에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국가의 공직에 있는 사람이 개인의 정치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에서 그 직원은 상사로부터 임무를 하달받고 지속적으로 그 일을 담당했다. 이것만 해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있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과거 중정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시작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쌩뚱맞게 NLL포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 남북 정상회담으로, 그리고 국가기록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는지 유무로 변질되었고, 이는 또 사초논란으로까지 발전되었다. 언뜻보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개개로 떼어 놓고 면밀히 살펴보면 그다지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혹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대형 이슈를 또 다른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이슈들로 덮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물타기가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여하튼 간에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얼마나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덮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어두운 전망을 해본다. 국정조사를 열기 위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한다는 정청래 의원의 설명도 있었지만 이는 무엇을 위한 국조인지를 잊어버린 실책이 아닐까? 국조를 여는 것보다, 국조의 방향을 초반부터 확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민주당은 국민의 힘을 믿지 못하는가 보다. 그간 민주당의 전투력이 낮은 것이야 주지의 사실이고,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은 유사 이래 최약체가 아닐까? 도대체 뭘했다고 출구전략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원....

 

  여하튼 이런 문제들은 뒤로 미뤄두고, 요즘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막말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요즘들어 막말이라는 헤드라인을 뽑는 것이 대세인가보다. 더군다나 그 막말이라는 것이 대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특정 언론사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 대충 뽑아보면 "이해찬의 당신 논란", "홍익표 원내 대표의 귀태 논란", "박영선 의원의 저게 국정원장이야 논란"이다. 이외에도 많지만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톱으로 다루었던 내용들이다. 새누리당은 이 발언들을 문제 삼으면서 야당을 공략했고, 민주당은 이 공격앞에 무력하게 넘어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실망감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말이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여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도 만만치 않다. 아니다. 그보다 더하다는 것이 맞겠다.

 

  대통령을 향하여 당신이라 부르는 싸가지가 어디있는가라는 말은 환생 경제하나로 올킬이다. 홍익표의 귀태논란도 물론 환생 경제 하나로 올킬이다. 왜 환생경제를 들먹이냐고? 이만큼 확실한 물증이 어디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하여 종북논란, 경포대 운운했던 것은 귀태보다 더 못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들이 귀태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철저한 로맨스 입장이 아닌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정신 말이다. 박영선의 저게쯤이야 찜쪄먹는 발언들이 과거 한나라당에 많았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홍준표 도지사가 의원 시절에 "이대 계집애" "패 죽이고 싶다." 박희태 전 의원의 "개자라도 꺼내는 놈은 개패듯이 패줘야 한다.", 강용석 전의원의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되고 싶으냐?" 등등 너무 많아서 생각도 안난다. 나는 지금 민주당을 편들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다 막말을 했고, 그 막말 때문에 파장이 컸고, 정치인들이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막말 파장은 일부터 키운 낌새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막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정치적인 사안들이 얽혀왔다. 특별히 귀태 논란과 저게 논란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과정 속에서 나온 말이다. 국정 조사가 "바른말 고운말"은 아니지 않는가? 철저하게 공격과 방어가 논리와 증거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논리와 증거는 사라지고 모르쇠와 오리발로 일관하다가 막말 쓴다고 품위가 없다고 공격한다. 그렇게 품위 따지시는 분들이 소화기 들고 서로에게 뿌려댔던가? 논리와 이성, 증거만 있으면 된다. 아니면 증거로 반박하면 된다. 괜히 말꼬리 잡지 말고...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말꼬리 잡는 놈 치고 떳떳한 놈 없다는 것 말이다. 논리가 궁색하니까, 말꼬리 잡고, 이성적으로 안되니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결국 처음의 논의는 사라지고 개싸움만 남게 되는 것, 이것이 말꼬리 잡기가 밟아가는 수순이 아닌가? 국정원 조사를 그런 식으로 개싸움장으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문득 김병만의 개그가 생각이 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랜 세월 모르쇠와 오리발로 내공을 닦아오시고, 이번 국조를 맞이하여 하산하신 말꼬리 잡기의 달인, 모든 논리와 이성을 개싸움으로 변모시키는 언어의 마술사 "어휘 신세계 선생"이십니다.

 

  이런 전개가 아니길 기대해보지만, 기대란 놈이 참 묘해서 자꾸 배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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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8-14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거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을 넘었다고 봅니다, 지금의 정국은 말이죠. 따라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슈제기로는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구요. 촛불이 10만이 모여도, 저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혁명은 피를 수반해야 한다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런걸 보면 어느 순간, 체념하고, '그만하면 됐다'로 끝을 보는 대다수의 우리들은 참 어리석고 약한 것 같아요. 씁쓸합니다.

saint236 2013-08-15 23: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직은 광화문에 촛불이 밝혀지네요. 이 촛불이 꺼지면 혹시 또 모르죠. 누가 초를 살 돈을 줬는지 조사해보라는 명령이 내려질지.

transient-guest 2013-08-16 01:05   좋아요 0 | URL
정부수장 인선을 보면 과거 독재시절의 공안파들이 속속 입성하는 것을 보는데요, 아마 뒷조사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겁니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지난 부정선거를 계기로 60년대로 돌아간거에요. 사실상 독재인거죠. 언론장악만 봐도 그렇잖아요. 한숨만 나네요.

saint236 2013-08-16 21:24   좋아요 0 | URL
어제 광화문을 지나가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곳에 다시 탱크가 깔리는 것은 아닐까? 요즘 들어서는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서재에 글을 자주 올리는 것 같다.(어제 올리고 오늘 올리니 자주로 착각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자주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서재에 글을 쓰기 전에 오만가지 귀찮음과 씨름을 하고 이긴 후에야 올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제와 오늘 연달아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시대 유감 카테고리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유감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기성룡이다.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축구를 하다가 열이 받았다. 감독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욕을 했다. 감독 앞에서 대놓고 하진 않았다. 다만 자기가 개인적으로 쓰는 SNS 상에 올렸다. 그런데 오픈된 SNS는 조심스러웠나 보다. 일부 지인들만 알고 있는 개인적인 SNS 계정에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썼다. 별 것 없다고? 맞다. 별 것 없다. 기성룡 사건은 사건이라고 부를 건덕지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기성룡이 스포츠 뉴스의 1면을 장식하고 있는가? 최강희 감독을 욕했기 때문에? 설마 그것까지고 그럴까? 대한민국에서 축구 좋아하는 국민치고, 최강희를 욕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던가? 한국 축구계의 마이다스 MB가 아니던가? 한국 축구의 수준을 아주 짧은 시간내에 과거로 돌려 놓지 않았던가? 소위 말하는 뻥축구로 일관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울화통 터지는 경험을 준 사람이 최강희 감독이 아닌가? 최강희 감독을 욕했기 때문에 그가 신문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부분이 있긴 할 것이다. 내가 판단컨대 기성룡이 욕을 먹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이 축구를 할 때에도 선배님 공 좀 주세요라는 존칭어를 쓰는 나라에서 감독에게 "건들지 마라"는 반항심 가득한 말은 하극상이 된다. 물론 내 개인적인 판단에는 저걸 하극상으로 봐야 하나 싶지만 말이다. 감독에게 건들지 마라는 뉘앙스의 말을 썼다는 것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외국 기자도 그렇게 판단을 했지만 솔직하게 웃기시네다. 그 정도의 말 친구들끼지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나? 기성룡이 자기 SNS에 쓴 글은 그냥 친구들이 모여서 자기 담임선생님 뒤담화한 것과 똑같다. 과거에 "우리 담탱이가, 혹은 꼰대가, 혹은 저게 선생만 아니었어도..."이런 말을 안했던 사람이 있던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이 했다. 그 정도 수준보다 못한 것다. 더군다나 운동을 하는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에게 그정도는 일도 아니다. 위에서 자극적인 이유로 그가 욕을 먹는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자극적으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둘째는 찍혔기 때문이다. 기성룡 사건은 별 거 아니다. 그런데 그게 점점 커진다. 증폭이 된다. 이놈이 쓰고, 저놈이 쓰고, 그럼 다시 이놈이 쓰고...사건이 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작심하고 그를 씹어대기 시작한다. 왜? 아마도 그가 기자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었나 보다. 실제로 그런 징후도 몇번 보이고, 그런 평도 듣는다. 이 기회에 아주 자근자근 밟아서 매장시키든지 혹은 고분고분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기자들의 속셈인 것 같다. 한참 걱정해 주는 척 하면서 아직 정신 못차렸네, 사과하는 방법을 못배웠네, 혹은 이런 경우에는 이런 징계를 받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축구협회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도 지들이 내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징계의 가이드 라인으로 제공한 과거의 사건들이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예를 들어 보자. 이번 사태를 그대로 넘어가면 안된다 징계해야 한다면서 과거 국대 1년간 정지를 내린 사건을 언급한다. 올림픽 기간에, 그것도 시합 전날인가에 이운재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술을 마신 사건 말이다. 기억하는가? 이 사건에서 이운재와 선수들에게 내려진 징계가 국대 정지 1년이다. 이 사건과 똑같은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데 난 저게 왜 여기에 맞지라는 의혹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기자들의 기강 해이 내지는 군기 문란이라는 이유는 너무나 옹색하다.

 

  기성룡 사태도 어덯게 보면 또다른 언론 조작이다. 국정원 사태는 기자들이 애서서 덮고 지나가려고 한다면 기성룡은 기자들이 애써서 기사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통하셔 국민들은 또 둘로 나눠진다. 기성룡이 제라드를 좋아하면서 기라드라는 별명을 쓰니 댓글에 "기라드는 무슨 라도냐?"라는 말을 한다. 난 저 댓글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한혜진 운운하는 댓글도 상식 이하고, 거기에다가 한혜진과 기성룡의 결혼을 가지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은 더 이해가 안된다. 24살짜리 젊은이의 버릇없음을 질타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정말 24살짜리 보다 더 못한 어른들도 많다. 이러면서 무슨 장유유서고, 감독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한다고 하고, 예의라는 말인가? 예의는 상호간에 차리는 것이지 아랫사람이 무조건 윗사람에게만 차려야 하는 것은 아닐진대...

 

  이 글을 보면 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성룡 빠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을텐데...참...사람들의 상식이 다 더워서 휴가를 가버렸나 보다. 기성룡은 군면제다. epl에서도 뛰고 있다. 내 생각에는 걍 국대 은퇴하고, 자기 팀에서만 열심히 뛰어도 부족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국대 제명이니, 국가에 대한 충성이니 운운하는 것은 웃긴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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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7-10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스포츠에 목메는 걸 보면, 역시 프로스포츠가 덜 발달한 나라, 아니 정확하게는 프로스포츠의 시장이 작은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들이 일을 참 못하긴 합니다. 사실 스포츠 기자들이나 조중동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saint236 2013-07-10 10:38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 욕일까요? 스포츠 기자인지, 아니면 조중동 기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