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쟁 - 오늘의 유럽을 낳은 최초의 영토 전쟁 1618~1648
C. V. 웨지우드 지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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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세계사를 배울 때 꼭 외우게 시켰던 조약 가운데 하나가 "베스트팔렌 조약"이다. 왜 베스트팔렌 조약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웠다. "베스트팔렌 조약" 독일에서 신교와 구교의 전쟁을 그치고 화해한 조약이라는 공식을 외워야 한다. 그런데 역사란 것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수학만 해도 공식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알아야 외울 수 있었던 것처럼, 역사적인 사건도 그 배경과 맥락, 진행 과정과 결과를 공부해야 외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인 사건을 성적으로 등치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약 이름과 중요한 의미는 알아도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모른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지는 논외가 된다. 마치 삼국지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내가 삼국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삼국지로 특정하지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전부 그렇다.) 능력이 수치화한 장수들이 등장한다. 그 장수들에게 수치화된 병력을 딸려준다. 한턴이 지날 때마다 그 병력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최후에 내가 살아남으면 이기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얼마만큼의 병력이 줄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만약 이 병력이 수치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어떨까? 수치화의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그저 몇 가지 사건을 외우는데에 그치는 것은 수치화의 위험으로 직결되는 일이다.


  30년 전쟁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전쟁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이보다 더 긴 전쟁, 그리고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전쟁이 중요한 이유, 베스트팔렌 조약이라는 한 단어로 퉁치고 지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 전쟁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영토가 어느 정도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합스부르크 왕국이라는 강자가 다스리던 국가였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에스파냐와 오스트리아를 지배했던 강자이다. 에스파냐가 자신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년 전쟁에 끼어든 이유는 순전히 종교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하겠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카를 5세 사후 그의 동생 프리드리히 1세가 다스리는 오스트리아계와 그의 아들 페펠리프 2세가 다스리는 에스파냐계로 분리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왕위를 가진 오스트리아계와 식민지 경영을 통하여 강자가 떠오른 에스파냐계의 연합을 막을 수 있는 유럽의 국가는 없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결정에 따라 유럽은 큰 변화를 겪는 것이 유럽의 상황이었며, 아무리 몰락했다고 해도 30년 전쟁 당시에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이러한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하는 프랑스, 이런 프랑스에 경쟁 의식을 가진 영국, 전쟁을 통하여 독립하려는 네덜란드, 호시탐탐 유럽의 중심지로 넘어가려는 스웨덴. 30년 전쟁은 이렇게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어나고 커진 것이다. 


  30년 동안 전 유럽의 국가들이 끼어들어 벌인 전쟁의 주되된 무대는 독일과 보헤미야였다. 더구나 이 전쟁은 겨울의 휴전도 없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땅이 황폐화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통하여 독일과 보헤미야 국민들이 얻은 것은 없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시작한 전쟁이 정치적인 전쟁으로 변질되어 가는 동안 처음 전쟁을 시작할 때의 열정과 생각은 사라지고,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것이 당시 독일과 보헤미야의 국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30년 전쟁이 끝나고 신성로마 제국은 사실상 와해되었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력도 줄어들었으며, 본격적으로 프랑스와 영국의 대결 시기로 넘어가게 된다. 신성로마제국에서 독립한 네덜란드는 향후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니며, 독일은 상당히 오랫동안 통일되지 못하고 여러 제후들에 의하여 통치된다. 종교적인 신념에서 정치적인 신념으로, 봉건제에서 영토 국가로 유럽이 전환하는 그 시점에 30년 전쟁이 있다. 30년 전쟁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재미는 없다. 딱히 매력적인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스웨덴의 왕 아돌프2세와 그의 재상 옥센셰르나 외에는 딱히 뛰어난 인물도 매력적인 사람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없다. 게다가 전쟁의 범위가 거의 독일과 보헤미야, 특히 독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명도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이름도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신차리고 계보도를 그려가면서 읽지 않으면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읽기가 쉽지 않다. 본인도 스웨덴 왕이 등장하는 부분은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외에 부분은, 특히 초기 전쟁 부분은 정말 인내심을 시험당하면서 읽었다. 저자와 번역자의 내공과는 상관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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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2-0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은 재미를 느끼기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것 같네요. 사서 쟁여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인데 흥미를 느낄 당시에 이렇게 사들인 책이 꽤 있습니다. 30년의 전쟁이면 한 세대의 기간동안의 전란이었으니 독일 땅의 근대화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겠어요. 막연히 종교전쟁으로만 배운 걸 기억합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도 전투만 없었지 지난 68년간 전쟁 중이죠, 아니 남북대결은 없었지만 남과 북에서 각각 ‘전쟁‘때문에 1950년 이후에도 죽거나 다친 사람은 계속 나왔죠. 그렇게 보면 겉과는 달리 한국인의 멘탈엔 꽤 크고 깊은 상처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 털어내려면 통일과 별개로 시간이 많이 걸리겠어요.

saint236 2018-02-08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걸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없어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지난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