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5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5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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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욕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인정받고 싶어하고, 자신이 왜 살아야하는지 삶의 의미를 알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인정의 욕구가 무너질 때 사람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예전에 자살방지 교육과 상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행해진 교육이 나에게 가르쳐 줬던 것은 내가 만나는 내담자에게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고, 삶의 목적을 발견한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 교육의 핵심은 교회에서 부르는 축복송처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켜 주는 것이다.


  역사e 시즌 5에서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도중에 하차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다. 큰 포부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희생을 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혹은 아주 약간의 것만 얻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서인지 이 책에 기록된 사람들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그리고 한국 최초의 여성 경제학자였지만 현실의 팍팍한 삶에 쫓겨 콩나물을 팔다가 요절한 여인 최영숙,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인생의 후반기를 아버지의 나라에서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우장춘. 마지막 그에게 주어진 훈장을 받고 "드디어 조국이 나를 인정"해 줬다면서 병상에서 눈물 흘리던 우장춘. 왕의 여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궁중 음식 문화를 이어왔던 궁녀들, 여러가지 정치적인 상황에 밀려 이용당하고, 혹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다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보부상, 지금은 이름도 희미해진 돈의문. 새문안이라는 이름이 돈의문을 기점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서글픔이란...조선 최고의 기술자이지만 신분의 벽을 넘지 못했던 장영실....일본의 오니로 둔갑되어 버린 한국의 도깨비...


  어지보면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의미와 열심을 가지고 살았지만 결국 시대를 잘못만난 탓인지, 아니면 그들이 박복했던 것인지 역사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박수받지 못한 인생.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고사하고 박수조차 받아보지 못한 기구한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과 행적을 하나씩 곱십어 보면서 그들이 결코 실패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누구도 그들의 가치를 알아 주지 못했고, 감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날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최선을 다하고, 헌신과 희생을 했지만 아무도 몰라준다. 오히려 그 일 때문에 남겨진 이들이 힘겨워 한다. 전태일, 김구, 이회영, 장준하, 역사의 현장에서 스러져 버린 많은 사람들, 수십, 수백만의 촛불들...


  우리 삶을 바꿀 정도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그들은 박수 받지 못하고, 이름 석자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아니다. 이름 석자 남긴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리라. 이름도 없이 무명씨로, 혹은 숫자로 기록된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종북이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불순 세력이라 공격을 받아도 오늘도 불을 밝히는 많은 사람들의 헌신 앞에 감사한다. 비록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들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 희생 앞에 감사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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