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 평전 - 항일무장투쟁의 전위, 자유정신의 아나키스트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는 아직 친일이 청산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주장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역사라는 것이, 식민주의 사관에 입각하여 기록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민족주의 사관을 살펴보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해보았지만 놀랍게도 이회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약산 김원봉의 경우도 암살이라는 영화를 통하여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까지 한국의 양반들은 일제에 부역했던 존재들이었으며, 몇몇 사람 정도만 을사늑약에 저항하여 자살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렇지만 이 책은 우당 이회영과 그의 일족의 삶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왔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양반으로 태어나서 아나키스트라는 특이한 길을 걸어간 그의 이력은 내게 많은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좌도 우도 아닌 아나키스트의 삶을 살아갔기 때문에 그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것에 비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일제와의 투쟁을 통하여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자유주의 진영,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 진영! 사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공산주의 진영에 투신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하였다. 아니다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하였다기 보다는 공산주의 진영에 투신하기를 거부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회영처럼 제 3의 길을 걸은 사람이 있다. 물론 약산 김원봉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순수하게 대한민국의 독립을 원했다. 이들은 힘도 없으면서 외교적인 독립운동을 진행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며, 설령 독립이 된다고 할지라도 일제에서 미국으로, 혹은 소련으로 지배의 주체만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을 보내면서 독립을 준비하자는 주장도 일축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일제에게 맞서서 지금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장 행동이다. 다만 무장 행동은 일제에 항거하기 위한 수단이지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 민족은 물론 당시 일본과 싸우고 있던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본과의 투쟁을 위해서 그어느 단체와도 사심 없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이회영과 같은 거목이 중심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로이면서도 아랫 사람들을 다스리지 않고, 강압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오해를 사서 자신이 지도했던 단체에 의해 암살의 위협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기의 신념을 한번도 꺾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길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서 달려갔다. 대접받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절대로 책임자의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순수한, 그리고 진실한 독립 운동가의 대명사, 그가 우당 이회영이다. 자신의 재산을 다 처분하여 독립운동에 바쳤고, 그 결과 형제들과 그 가족들 가운데 아사자가 있었고, 병으로 죽고, 투옥당하고, 살해당하고. 부인과 생이별하고, 자녀들을 무장투쟁의 길로 인도하고. 개인적으로 그가 겪었을 그의 아픔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글의 행간에서 읽힌다. 그렇지만 이런 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오늘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나라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진실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회영 선생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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