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양반의 일생 규장각 교양총서 2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반이라... 

  흔히 양반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아니 이 양반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가 좋은 의미가 아님은 분명하다. 양반이라는 말에는 남을 비하에서 부르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양반아"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있는가?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람만큼 양반이라는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없다. 아직도 우리 집안은 뼈대있는 가문이라는 말을 하면서 남들과는 체질적으로 다름을 자손들에게 가르치는 모습은 그리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 처가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던 날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할아버님이 보시면 분명이 어느 집안 무슨파 몇대손이냐 물어보실테니 알아오라고 하기에 별걸 다 물어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알아갔다. 역시나 대뜸 처음보자마자 뭐가 취미고,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가를 물으시는 것이 아니라 본관은 어디고 무슨 파 몇대손이냐 물으시기에 "** 이씨 **파 **손입니다."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그러더니 다시 꼬치꼬치 캐물으시기 시작하셨다. 그런 성씨도 있느냐? 어디에서 갈라져 나온 성씨냐 등등.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게 결혼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만약 이 질문을 우리 집안 어르신들이 들었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돌아가신 큰 고모부가 "덕수 이씨"신데 그정도는 되야 그럭저럭 짝이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솔직하게 우리 조상들 본관이 어디인지 관심도 없다. 요즘 본관이 어디고 증조부, 고조부의 제사를 집에서 모시는 것도 의미를 알고 하는 사람이 젊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되겠는가? 증조부와 고조부의 제사날짜는 젊은 사람들에게 토익이나 토플 시험 날짜보다도 관심 밖의 일이다. 어르신들이야 쌍놈 짓거리 하신다고 혀를 차시면서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한탄하시겠지만 도시화로 핵가족화가 되면서 삼대가 함께 사는 집도 드문 시대이기에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본관이라는 것은 그저 동사무소에서 각종 신고할 때 외에는, 명절이나 나처럼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되는 수준이다. 그런 세상에서 본관을 가지고 양반 쌍놈 구별하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 초기 10%도 안되던 양반들이 양란을 겪고 나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났다. 박지원은 양반전을 통하여 이런 세태를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양반이라는 양반들이 양란을 겪으면서 행했던 일들이 도망가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잃었다. 왕에 대한 존경마저 사라지고 궁궐이 백성에 의해서 불탔으니 양반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버틸 수 있겠는가?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껄껄대고 웃지 않았는가? 

  양반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양반이라는 신분에 목숨을 걸멸서도 실제로 우리는 양반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른다. 그저 양반전이나 봉산탈춤을 통해서 무능했거나 허례허식이 강했나 보다, 혹은 딸깍발이라는 수필을 보면서 꼬장꼬장했지만 절개가 있었나 보다, 시조를 보면서 임금에 대한 충성이 강했나 보다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양반들이 삶을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꽤 많은 사진을 들어가며 양반들의 삶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름이 좋이 않아 과거에 낙방했다고 하면서 6번이나 이름을 바꾼 사람, 대를 이를 손자를 얻기 위해 성황당에서 지성을 드리는 양반, 신랑 괴롭히기를 당하다가 맞아죽은 양반, 중국의 예법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풍속을 지키는 이중적인 양반, 녹봉보다 더 많은 선물을 받으면서 뇌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양반, 고시생처럼 동기들끼기 이렇게 저렇게 인맥으로 엮여서 줄을 서는 양반 등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풍속사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그것도 양반의 풍속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예법이 이렇구 저렇구 한다. 그래서 읽는데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책을 보고 양반은 이런 것이구나 어설프게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고 실제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양반이라는 호칭을 듣기 싫어하면서도 양반이라는 신분에 목숨을 거는 한국 사람의 이중적인 잣대를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6-0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분야를 읽으시는군요?
ㅎㅎ일찍부터 닉넴은 익혀두었어요.^^

saint236 2010-06-04 15:31   좋아요 0 | URL
걍 이것저것 그때그때 땡기는 것들을 읽죠. 역사 분야는 좋아해서 즐겨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