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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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의 심리학 

  왠지 딱딱할 것 같은 제목의 책을 받았다. 표지도 우울하고 제목도 우울하고. 이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또 책임감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호르몬이 이렇구 저렇구 하면서 생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은 아닐런지, 혹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은 아닐런지. 불안한 마음에 책을 열었다. 그런데 어렵지 않을까, 딱딱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책이 쉽다.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책이기에 훨씬 설득력이 있고 실용적이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혹은 지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 고민하는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36개월을 군복무하면서 많은 녀석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20대 초반의 나이에 입대했는지라 생각이 어리고 단순하다. 더군다나 개인의 개성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군대이다보니 더 단순해진다. 자대에 전입하고 3달이 지나기 전까지, 즉 100일 휴가를 나가기 전까지 부대에서는 이 녀석들을 관리하느라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혹 여자 친구와 헤어졌는지, 결손 가정인지, 빚은 있는지 개인의 신상에 대해서 세세하게 묻고 또 묻는다. 그래서 신교대에 있으면서 가장 힘든 것이 "나의 성장기를 작성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소위 보호관심병사로 분류하여 특별히 관리한다.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사회에서 알면 깜작 놀랄 정도이다. 거의 1주일에 한번씩 면담을 하고 심리검사를 하며,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등 사회에서는 특별히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을 기초적이나마 알아야 한다. 심리 검사는 PAI, MBTI, MMPI, Ego-OK 검사, 기질 검사, 우울증 검사, 스트레스 지수 검사가 기본적으로 행해진다. 왜 이렇게 많은 심리검사를 행하냐면 우울증이 있는 녀석들을 구별해 내기 위해서이다. 원래부터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있고 군대라는 특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일단 우울증상이 있는 것으로 판별되면 그 때부터 군종병과 인사병과 그리고 의무병과와 함께 전방위적으로 이 녀석들을 관리한다. 상황이 호전되면 자대로 돌려보내지만 호전되지 않고 더 심각해 지는 경우는 의가사 전역을 시키기도 한다. 혹은 제대할 때까지 자대와 병원을 오락가락한다. 

  언뜻 비정해 보이지만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우울증상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간혹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군대에 있는 36개월 동안 자살한 사람이 3명이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도 여럿 된다. 하나같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 혹은 가정 문제나 여자 친구와의 이별이 스트레스가 되어 충동적으로 저지른 사건들이다.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그저 "힘드냐? 나도 힘들다. 누구나 다 힘든 문제 한두개씩은 있다." 말 몇 마디와 함께 데리고 나가 밥 사주고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놀랍게도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내가 말 잘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도 똑같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그녀석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어떤 녀석은 아침마다 안부 전화하는 녀석도 있었다.(워낙 사고를 많이 치니까 이거 가지고 조용히 있으라고 대대장이 휴대폰 사용을 허락한 녀석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 안다.) 

  상처받은 사람은 같은 상처를 경험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한다. 그들의 조언을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나의 아픔을 공감해 주기 때문이다. 실연, 방황, 자살미수, 고1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 어머니의 우울증과 정신분열로 인한 입원 등등 내 인생도 참 파란만장했다. 그래서 내 인생이 참 싫었고, 나도 우울증 초기 증상을 앓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 때문에 그 녀석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한 내가 하는 말과 전혀 경험이 없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무게가 달랐던 것이다. 아니다. 무게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랐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은 충고, 더 적절한 위로를 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게된 것이 참 감사하다. 이번 알라딘 서평단 책 중에서 건진 가장 큰 수확같다. 

  요즘도 어머니를 모시고 한달에 한번 병원을 찾는다. 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이다. 어머니게서는 한사코 약을 드시지 않겠다고 하시지만 나와 동생들은 꼭 드셔야 한다고 우긴다. 어머니께서 안드시겠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까지 하면서도 실제 우리 나라에서는 미쳤다는 한마디 말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정신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실제로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당한다. 병 그 자체뿐 아니라 미쳤다는 편견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질병을 앓는다. 그래서 자기의 경험을 털어 놓기 힘들고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소중하다.

  우울증을 암벽등반으로 비유하여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구조이다. 각 장마다 우울증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있고(물론 이 분석이 딱딱해서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처방이 있으면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되어 있다. 저자가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세심한 책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각 단원들이 절대 길지 않다. 우울증 환자의 집중능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읽어보도록 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도 한권 구입해서 어머니께 드리려고 생각중이다. 게다가 왠만한 자기계발서보다 더 훌륭하기 때문에 인생의 의미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간만에 별 다섯개의 별점을 준다.

오타 150p 3번째 줄 (같지는 같았다.=>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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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2010-05-2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울 출판사입니다. 올려주신 서평 감사드립니다.
<우울의 심리학>이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하시고 글을 써주셨네요~
우울증을 직접 경험하고 극복한 저자가 쓴 책이라
기존에 의사나 심리치료사들이 의학적으로 접근하여 쓴 책들과는 내면의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남몰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우울증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극복해낼 수 있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라면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saint236님의 서평으로 이 책이 더욱 빛을 발하네요~
소중한 글 너무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저희 소울 도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aint236 2010-05-27 23:07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책입니다. 앞으로 좋은 책들 부탁드리겠습니다.

행운 2010-07-0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우리 작은 아들이 자대배치를 받은지 2주가 지났는데 우울증이 심각한 것 같아서 오늘부터 상담과 병원 치료를 병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대에서 아들을 만나고 난 부모의 심정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무런 의욕이 없고 죽고만 싶다는 아들의 말에 정말 할말을 잃었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네요.죄송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saint236 2010-07-05 13:47   좋아요 0 | URL
원래 우울증이 없던 사람도 군대라는 공간에 들어가면 우울증이 생깁니다. 특히 자대배치 받고나면 낯선 환경, 자기 존재감의 상실 등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게 됩니다. 아마 상담은 군종장교가 주로 하게 될 것 같구요, 정신과 진료 받으면서 안정제류의 약을 복용할 것 같습니다. 상담도 약도 안정을 위한 한 방편이고요 이 시간만 잘 넘기면 부대에 적응잘 하게 되고 우울증도 사라져 버립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드님이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혹 아들이 어디 근무하나요? 혹 메일 주소를 적어 주시면 더 자세하게 답변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