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 유영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고구려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우기는 중국의 생떼와 이를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때문에 알려진 티벳. 신강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곳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 티벳은 그저 무협지에서 서장으로서, 혹은 동북공정과 맞먹는 프로젝트인 서남공정으로서, 혹은 달라이 라마, 혹은 승려의 나라라는 막연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에 대하여 이야기해 준다.  

  히말라야라...우리에게 히말라야는 오은선에 의하여 14좌가 모두 정복된 곳이며 산악인 윤치원씨가 실종된 곳이다. 우리에게 히말라야는 도전이라는 낭만을 불러일으킬만한 세계에서 높은 산봉우리 중의 하나일 뿐이다. 도전하다가 죽는다면 그것 또한 개인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이지 타인에 의하여 강요된 생존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어린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십만의 티베트인들에게 히말라야는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는 미아리 눈물 고개이며, 굴종과 자유 사이에서 목숨을 걸어야 투쟁의 공간이다. 이 투쟁의 공간을 탐딩과 치메와 돌커, 리틀 페마, 돈둡, 롭장, 락커는 어던 마음으로 넘었을까? 그들을 떠나 보내는 이들의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   

  부모님은 너희와 함께 살기 싫어서 너희들을 떠나보낸 것이 아니었어. 너희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도록 다람살라(Dharamsala)에 있는 달라이 라마에게로 보낸 거야. 부모님은 너희들이 티베트에서처럼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지 않기를 바랐어. 또 티베트인 선생님이 티베트 말로 수업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너희들이 티베트 고유의 문화에서 성장하기를 바랐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를 누리기를 바랐어. 너희들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하기까지 부모님은 무척 상심했을 거야. 그리고 떠나는 너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울었을 거야.(P.8 ~ 9)  

  "노란색은 우리의 땅을, 초록색은 물을, 붉은색은 불을, 흰색은 구름을, 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하는 거란다."(P.94)   

  느기 닝 니 체위 우. 사랑스런 우리 아가, 우리 아가(P.193)  

  1950년 이래로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부모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나는 너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되뇌였을 것이며 울음을 삼켰을 것인가? 떠나는 아이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엄마에게, 아빠에게 버림받았다는 배신감과 상실감, 혹한과 싸워야 하는 고생, 공안의 추적에 대한 두려움, 인도에서의 미래에 대한 답답함과 암울함. 떠나는 자와 떠나보내는 자의 마음이 타르초를 통하여 국경에 걸릴 때 그들은 남이 아니라 나의 형제가 되고 가족이 된다.  

 

http://greensol.tistory.com/151?srchid=IIM21tIp000&focusid=A_184CFB044B6F411952663(출처) 

  그들은 왜 정든 고향을 뒤로 하고 히말라야를 넘어야 했을까? 왜 부모들은 아이들을 멀리 인도로 보내야만 했을까? 중국의 지배는 단순히 집권층이 바뀐 것이 아니다. 문화가 깨어지고 전통이 단절되고,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롭장의 말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증언한다.  

  나는 열한 살에 승려가 되었어요. 당시 우리 사원에는 삼백 명의 승려가 살았지요. 하지만 그 후 열일곱 명의 승려가 구금당하고 오십 명이 넘는 승려들이 인도로 도망쳤어요.. 남아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중국인들과 타협했고, 심지어 어떤 승려들은 중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도 했지요. 가장 난감한 것은 공동체 안에 더 이상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아무하고도 터놓고 대화할 수 없었어요. 누가 변절자가 될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P.180 ~ 181)  

  신뢰할 이가 하나도 없는 곳,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터 놓을 수도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지옥이 아니겠는가? 티벳사람들은 오늘도 자유와 신뢰, 동료를 찾아 히말라야를 넘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나이의 아이들도 초라한 장비를 가지고 히말라야를 넘는다. 이들의 앞길에 함께 할 수 없는 부모들은 타르초에 자신들의 간절한 바램을 담아 하늘로 올려보낸다. 바람은 마치 이들의 바램을 하늘로 실어 나르듯 오늘도 히말라야를 휩싸고 돈다. 

  책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 타르초를 보는 순간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동북공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고구려는 우리 역사만을 줄기차게 외치는 나에게 서남공정에 의해 희생되어 가던 티벳인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종교는 다르지만 오늘도 히말라야를 넘는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의 은총과 예수님의 평화가 그들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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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좋습니다. 몇 년 안에 히말라야를 가려고 하는 저는...
생각지도 못 했던 곳에서 가려진 히말라야를 보았습니다.

saint236 2010-05-07 13:34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면서 그렇게도 안울려고 노력했는데 책에 나온 타르초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5-0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입니다. 티벳도 참 슬픈 나라인 듯 합니다.

saint236 2010-05-08 22: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티벳이라는 나라도 참 슬픈 나라입니다.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는 최소한 티벳이나 신강 문제만큼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