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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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다. 로마인 이야기보다 먼저 나왔던 구판 책을 사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10여년을 끌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판이 나왔다길래 고민을 하다가 눈 딱 감고 질렀다. 전쟁 3부작의 책을 모두 샀다. 색깔로 표현되는 지중해의 3대 도시를 묘사한 책은 아직 사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그것도 사려고 생각중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참 재미있다. 그녀가 정통 역사학자가 아닌지라 그녀의 저작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정도쯤은 우습게 날려 버릴정도로 사료에 충실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책이 재미없게 역사적인 사실들만 늘어 놓았다는 말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료들로만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은 그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 해놓았다. 그러니 그녀의 저작들을 정통 역사서라고 하기에 조금은 무리가 있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전쟁 삼부작을 기록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분명히 말한다. 그녀가 묘사하는 지중해 역사상 많은 전쟁들이 있지만 그녀는 세가지 전쟁에 대해서만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그녀가 흥미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의 규모 때문이 아니라 전쟁의 결과 때문이다. 전쟁의 규모만 놓고 본다면 3가지 전쟁보다 더 대단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전쟁이 초래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나도 주저없이 3가지를 꼽을 것이다.  

  전쟁 3부작 중 첫번째인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은 서유럽이 고대 로마의 찬란한 영광을 붙잡는 중세로부터 벗어나 근대로 넘어오는 르네상스를 촉발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조금은 거친 감이 있지만 메메드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서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그렇게 활짝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며, 대항해 시대가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총포로 대변되는 전술의 변화와 이에 따른 시민 계급의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 몇백년은 더 흐른 후에나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은 그 초라한 규모에 비하여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온 전투라고 평가할 수 있다. 투르크의 15만 군단이 대군으로 느껴지겠지만 지중해에서 벌어진 전쟁 가운데 15만쯤은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많은 군사가 동원된 예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방어측의 군사는 더더욱 초라할 뿐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발전을 위한 혼돈. 역사의 새판짜기"라는 말이 콘스탄티노플 전투의 숨겨진 의미이다. 실제로 이 후에도 투르크는 지속적으로 서쪽을 진출했고, 오늘날 터키의 기본적인 국경을 형성했으며, 이슬람과 기독교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세르비아 일대의 종교분포,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쇠퇴와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 국가의 형성, 바다 사나이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항해 시대, 무적함대, 넬슨, 엘리자베스 여왕, 네덜란드의 대두, 바르바로사 등등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게 된다.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 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들로, 그리고 어떤 결과로 자신의 존재를 강변하게 될지.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야기꾼이 어던 이야기 보다리를 풀 것인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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