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을 찾아서 - 예수 시대 역사 스릴러
김민석 글.밑그림, 마빈 펜.채색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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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풀어주랴?"


  "바라바를 풀어달라."


  교회에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히 고난 주간을 맞이하면서 항상 읽고 묵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감옥에 갇혀서 사형을 기다리던 바라바에게 이 외침은 어떻게 들렸을까? 그리고 풀려난 후의 바라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교회에 내려오는 전승에 의하며 바라바의 이름이 예수였다고 한다. 똑같은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빌라도의 법정에서 운명이 갈린다. 한 사람은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기심 때문에 십자가형에 처해지고, 다른 예수는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런데 정말로 바라바는 자유의 몸이 되었을까?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바라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지금까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것이 자신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던 바라바가 사랑하는 딸을 잃은 후에 운명이 바뀐다. 지금까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에서 이제는 국가의 안보를 흔드는 테러리스트로 변신한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된 대로 죄가 없는 자가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다면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던 그가, 자신이 붙잡고 살아왔던 그 체제에 의해서 불행을 겪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사형을 기다리던 그가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문득 이 책을 되새김질하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이 생각이 났다. 각자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왔던 그들이다. 이름도 없이, 명예도 없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을텐데 어느날 자신들이 유지하고 있던 체제에 의해서 사랑는 가족을 잃게 되었을 때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바라바처럼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지 않았을까? 아무리 소리쳐도 도무지 듣지 않는 사회를 향하여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짱돌을 드는 것, 바라바와 같은 실력 행사에 들어가는 것 뿐이 아니었을까? 그런 그들을 향하여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관장사, 시체 장사한다는 국회 의원일까, 아니면 국가 체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언론일까? 그것도 아니면 비극을 경험하지 않은 그래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던 소시민들이었을까? 


  문득 그들의 입장을 떠올리다보니 의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매달릴 수 있는 의인, 그들의 생각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의인, 대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인을 찾았던 바라바. 최소한 예수는 바라바에게 있어서 다시 한번 인생을 이어가게 해준 의인이었으리라. 힘들고 어렴고, 상처가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를 다시 살게 해준 예수라는 의인! 그 의인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있는가? 예수를 따른다고 하는 교회가 과연 바라바에게 예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고난 주간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를 올라간 예수의 뒤를 바라보면서 어설프게 바퀴달린 십자가를 지고 퍼포먼스를 하지는 말자. 대신 그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지만 상처에 조금이나마 무뎌질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예수의 길을 가자. 그것이 고난 주간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필요한 일이다. 오늘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감리교 모임이라는 네이버 밴드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예배 안내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 참여하지 못할지라도 함께 숨쉬고, 아파할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을 갖자. 그것이 이 시대가 찾는 의인이다. 


  조만간 아이들을 데리고 생일이라는 영화를 보러 가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이렇게 의미있는 고난 주간을 보냄으로 의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의인 흉내라도 내보려고 한다. 부디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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