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도입부는 가든파티를 준비하는 집의 풍경이 아주 예쁘게 서술되며 시작한다. 가든파티를 위해 특별히 날씨를 주문했다 해도 그보다 완벽할 수 없는 날씨, 하늘에는 밝은 금색의 아지랑이가 드리워져 있고, 정원사가 손을 본 잔디와 데이지가 자랐던 자리는 반짝거린다. 대천사들이 방문한 듯 장미 수백 송이가 만개한 정원은 정말로 아름답게 묘사된다. 이 책의 주인공 로라는 이런 분주한 상황 속에서 인부에 대한 감정도 느끼고, 파티를 생각하며 설렘도 느낀다. 이렇듯 행복하기만 한 가든파티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집 아래의 초가집 촌의 한 남자가 말을 타고 가다가 전차를 보고 놀란 말에서 튕겨 나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때부터 이야기의 분위기가 전환된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거리고, 심지어 이 안타까운 사실을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 로라는 이런 상황을 두고 파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스와 어머니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로라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아름답고 따듯한 가든파티에 반대되는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이 이어지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분위기가 더 확실히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이러한 사건을 더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을 뒤로하고 가든파티는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 파티가 끝난 후 가족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휴식을 가진다. 그때 아버지가 오늘 일어났던 참혹한 사고에 대해 말한다. 그 이야기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려 어머니는 파티를 마치고 남은 음식을 비극을 맞이한 그 집에 가져다주자고 말한다. 그 집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대접일 것이라며. 이때 나도 로라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 불쌍한 여인이 정말로 좋아할까...?

나쁜 뜻은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보니 어머니는 약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헤아리지 못하는 가진 사람들을 상징하는 인물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로라는 남은 음식을 들고 초가집촌에 간다. 어두운 무리가 집 밖에 서 있는 그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의 언니가 로라를 안내한다. 언니가 안내한 그곳에는 빨갛게 부어오른 얼굴과 퉁퉁 부은 눈과 부은 입술의 아내가 있었다. 로라는 그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여인에게 필요한 것은 맛있는 음식도, 꽃도, 아름다운 가든파티도 아닌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무엇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을까? 죄책감도 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로라는 죽은 남자를 보며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가든파티나 바구니, 레이스 달린 드레스 따위는 의미가 없다. 그는 이런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려운 말 없이도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아가 상류층과 하류층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잔잔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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