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들
축구 경기 종료 후 곧바로 저는 응원단과 선수단 앞에서 특별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번에도 야시장에 모인 관객들과 아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동도 안 하고 곧게 서서 팔짱을 끼고 연주를 응시하는 모습 말입니다. 날이 밝을 때라 그런지 저는 야시장에서보다 더욱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흥겹게 몸을 흔들고 환호하는 관객들보다 이런 관객들 앞에 서면 저는 이상하게도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집니다. 그들은 어제 야시장에서의 관객들처럼, 전자기타의 낯선 소리와 존재 자체를 신기해하는 듯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또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무심한 성격이었던 제가 어느새 처음 보는 이국땅의 사람들과 친해져서 거리낌 없이 얘기도 하고 웃고 있다니……. 그제야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기 위해 마음을 여는 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거 어색해서 못해’라는 믿음이 확고했는데 말이지요. 이제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어떤 무리에 들어가서도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며 저는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발견한 저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에 흐뭇해졌습니다. ‘나는 원래 이 정도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한층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본문 152~153페이지 중에서)